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부지런하고 소신을 실천했던 `대통령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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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부지런하고 소신을 실천했던 `대통령 문재인`
이창재 감독 문재인입니다
  • 입력 : 2024. 04.21(일) 15:17
영화 문재인입니다. (유)엠프로젝트 제공
영화 문재인입니다 포스터. (유)엠프로젝트 제공
지난 4월10일 총선 결과, 야권의 압승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예견된 결과였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 국민의 높은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앞선 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웃한 동북아 국가들보다 앞선, 여·야가 교차로 대통령을 내놓는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 환경에서 언론과 시민들은 제각기 야당과 여당에 대한 개성 넘치는 견해를 나름대로 피력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들이 한데 뭉쳐 공권력을 넘어서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견해들이 모여 전직 대통령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같은 장르의 영화 ‘노무현입니다’(2017)를 만든 이창재 교수의 작품이다. 그런데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비해 ‘문재인입니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필자로서는 일견 안타까움이 이는 영화다. 영화에는 대통령직을 마치고 퇴임한 날로부터 낙향하여 평산마을 주민으로서의 삶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어 인간 문재인을 담아내려 한 감독의 의도가 보였다. 양산의 평산마을 사저에는 남북대화의 물꼬를 상징하는 풍산개 한 쌍 마루와 토리도 있다. 청와대 관저를 이어받지 않은 현직 대통령의 의지가 풍산개 문제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인간 문재인은 정이 듬뿍 든 풍산개마저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국가에 돌려주는 일을 스스로 한다.

텃밭에 이러저러한 작물을 심고 아내가 좋아하는 꽃도 나무도 심어가며 덥수룩한 수염도 내비 둔 채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자연인 문재인. 제멋대로 뿌리 내린 당근과 돼지감자를 추수하며 껄껄 웃고 잡초도 꽃이라며 뽑는 것을 말리다 핀잔을 받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나 길 건너에는 연일 태극기 부대들이 마이크를 들고 저속한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전직 대통령 부부를 향해 맹공격하는 시위를 벌인다. 소신과 과묵의 아이콘인 그라 하지만 얼마나 쓰라렸을까…. 필자의 가슴마저 아리는 대목이다. 보다 못한 평산마을 주민들이 이를 막아달라 성명을 발표하자 경찰의 제지가 이루어졌고 그제야 소음으로부터 평온을 되찾은 마을 풍정.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지런하고 소신을 실천하는 대통령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잘 극복하는 모범국가를 이루고,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야유 섞인 발언과 달리 국방정책의 위기도 슬기롭게 넘긴 것은 소신 덕이었다고 본다. 다만, 소신을 실현하기 위한 부동산 정책에 무리수가 있었다. 집값의 역대급 고공행진과 더불어 중산층에게 부담하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 화근이었다.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던 필자 주변인들마저도 내심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부담을 현정권에서 덜어 다행이라 여기는 정도라면, 결과적으로 다수 국민에게 가해진 경제적 고민을 읽지 못한 것이 된다. (시의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발 더 빨랐더라면 부동산 문제는 자연 해결되었을 터였겠지만, 여튼 시류가 그랬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꼽으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에이브러햄 링컨을 거론한다. 그만큼 격랑의 시기에 역사적 대위업을 이룬 리더여서일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위인 링컨. 그 또한 대통령 재임시 주변으로부터 맹공격을 받았을까. 링컨 대통령이 한 야당의원으로부터 “당신은 두 얼굴을 지닌 이중인격자.”라는 공격을 받자, “만약 내가 두 얼굴을 가졌다면 하필 이 못난 얼굴을 들고 여기 나왔겠습니까.?” 하는 유머로 웃어넘긴 일이 있었다 한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향해 비판하고 공격하는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후대의 역사적 평가는 그 인물의 업적만을 기억한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필자는 링컨 대통령 자료를 살피다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 점을 하나 발견하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천천히 걷지만 절대 뒤로 걷지 않습니다.’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