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확장되는 광주비엔날레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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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베니스에서 확장되는 광주비엔날레 ‘마당’
광주비엔날레재단 출범 30주년
아카이브 특별전 ‘우리가 되는 곳’
11월24일까지 221일간 대장정
3개 섹션 통해 역사와 비전 제시
  • 입력 : 2024. 04.21(일) 16:2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베니스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에서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 개막식 현장 사진.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창설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조망하고 민주, 인권, 공동체 정신의 열린 담론을 제안하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이 베니스 현지에서 221일 대장정에 들어갔다.

(재)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 개막식을 지난 18일 오전 11시(베니스 현지 시각) 개최하고 11월 24일까지 221일 간 세계 시민 사회에 ‘광주정신’을 알린다.

이날 ‘마당-우리가 되는 곳’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인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등이 참석했으며, 세계 각국 미술계 관계자들은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를 관람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마련된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는 광주비엔날레의 차별화된 방향과 광주 정신을 세계 관람객들과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광주비엔날레가 창설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는 그동안 축적된 아카이브 자료들과 소장품,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품들이 공명하면서 광주비엔날레가 30년 동안 지향해온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마당’으로서의 여전히 지속되어야 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 제목인 ‘마당’은 한국어로 ‘으뜸이 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그동안 광주비엔날레가 30년 역사 동안 시각 예술을 통해 인류 사회 담론의 장이자 다양한 화두가 발화되는 장으로서 ‘마당’ 역할을 수행해왔듯이 이번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 또한 이러한 광주 정신을 조망하면서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기획 의도를 두고 있다.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연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마련되었다.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개괄하고 비엔날레의 주요한 변화를 살핀다. 역대 전시 포스터를 포함하여 예술 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 주제, 참여 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지도 등 광주비엔날레가 그동안 구현해 온 열네 번의 전시 ‘마당’을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광주비엔날레, 30년의 시선(Gwangju Biennale, 30 Years of Perspective)’은 기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기획자와 작가들의 인터뷰로 광주비엔날레의 발자취와 의미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의한다.

고인돌’.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세 명의 한국 여성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Dolmen)(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To Forget)(1995)’ 두 작품을 비롯해서 광주비엔날레가 그 시작부터 지향해 온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고인돌 거석 형태로 쌓인 TV와 장독과 같은 한국 전통 오브제가 병치되어 설치된 ‘고인돌’은 5·18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광주 공동체를 기리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는 쿠바에서 보트로 탈출했던 난민 공동체의 삶을 은유한다. 크초는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 일명 ‘보트 피플’이 남기고 간 뗏목, 타이어, 낡은 배 등 쿠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재료로 활용하면서 그들의 긴박하고 위험한 탈출과 위태로운 삶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크초 작 ‘잊어버리기 위하여’.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방향을 집약하는 두 작품은 다른 작품과 함께 전시되면서 그 의미가 상호작용하며 광주비엔날레의 지향점인 공동체와 연결된다. 아울러 지난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바 있는 김실비, 김아영, 전소정 세 명의 여성 작가는 영상매체 작품을 통해 각각의 출품작들이 형성하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재창안한다.

김실비 작가의‘빚지지 않는 삶(Unindebted Life)(2021)’은 역사에서 누락된 소수자들에게 노래를 부여하고 빛을 비추고 있으며, 김아영 작가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Porosity Valley 2: Tricksters‘ Plot)(2019)’은 데이터의 이주와 난민의 이주를 병치시키면서 지구상의 이주에 대해 재조명한다. 전소정 작가의 ‘광인들의 배(The Ship of Fools)(2016)’ 또한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시대 난민의 목록을 작성한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소장 유물로 광주 정신을 보여 주는 ‘양은 함지박(Tin pot)’도 전시된다. 이 유물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 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함지박으로 광주 공동체를 상징한다.

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 섹션으로 광주비엔날레 행보를 담고 있는 소장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전시 포스터, 티켓, 리플릿, VHS, CD, 전시 도면 등의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한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주제와 특징적 서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예고편 역할을 하는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Learning from Pansori)’는 19일부터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과 연계해 베니스 현지에서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을 통해 다시 한번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며 “221일 개최 기간 동안 국제 사회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생성되는 의미 있는 전시이자 ‘마당’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