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시위 고문 피해자 9명…法 "국가가 4억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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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민주화시위 고문 피해자 9명…法 "국가가 4억원 배상"
  • 입력 : 2024. 04.25(목) 08:30
  • 뉴시스
1980년 5월 21일 전남 광산군 송정리역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청년들이 광장에서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계엄철폐 독재 타도!”, “김대중 석방”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뉴시스
신군부의 군사 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에 반발해 시위에 참여하던 중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게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창모)는 시인 박몽구씨 등 6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 19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 중 박씨 등 9명에게 3억9637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했다.

박씨 등 원고들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진압 등에 반발해 이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던 대학생, 직장인이다.

정부는 이들이 시위에 나섰다는 이유로 최대 10개월가량 구금한 상태에서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박씨 등은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1998년~2022년 사이 이뤄진 재심 판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형사보상금을 수령했다.

이에 박씨 등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2021년 8월 국가를 상대로 인당 3000만원~6억15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정부 측은 "피해자들은 민법상 시효가 정지되는 6개월이 경과한 뒤 소송을 제기해서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없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이미 보상을 받은 이들의 위자료는 해당 보상금만큼 차감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 중 직접 가혹행위를 당한 9명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어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헌정질서 파괴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가혹행위는 법질서 전체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당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위자료 채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이 끝난 2021년 5월 이후 3개월 만에 소송을 냈으므로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원고가 위자료 청구권이 있다고 봤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받은 보상금만큼 위자료를 차감해야 한다"는 정부 측 주장은 "해당 보상금과 위자료는 지급 원인과 성격이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들의 구금 일수 1일당 3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산정했다. 또 피해자들이 가혹행위를 당하는 과정에서 얻은 장해에 대해서 최대 6000만원의 위자료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도 판시했다.

다만 불법 가혹행위 등이 이뤄진 시기 이후 피해자와 혼인하거나 출생한 자녀, 손자들에 대해선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보거나 피해자들이 형사보상금을 수령한 경우 해당 금액만큼 공제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전날 기준 정부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다. 다음 달 7일까지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이 판결은 확정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