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이정효 광주FC 감독에게 보낸 편지. |
강기정(오른쪽) 광주시장과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 3월22일 광주시청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강 시장이 이 감독에게 보낸 편지. 광주시 제공 |
그런데 이날 승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이 보이지 않았다. 광주FC 구단주인 강 시장은 홈경기뿐만 아니라 서울, 전주 등 원정 경기까지 직관하며 팬들과 함께 응원하기로 유명하다. 실제 지난 3월2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광주FC와 FC서울 홈개막전 관람에 이어 3월10일 강원FC전, 3월31일 대구FC전, 4월3일 인천유나이티드전, 4월27일 수원FC전 등 홈경기, 4월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모터스와의 원정 경기를 찾았다.
특히 이번 제주 경기의 경우 연패에 빠진 광주FC를 격려하고자 원정 응원이 예정됐었다. 그러나 결국 취소됐다. 호사가들은 “광주시장이 질책한 것 아니냐”는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뒷 이야기가 있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강 시장은 연패에 시달렸던 지난달 말 이정효 광주FC 감독에게 ‘중꺾마’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강 시장은 “기대가 맘껏 부풀어 오른 광주FC 팬들의 간절한 승리 염원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겠다”며 “구단주인 저도 광주시민도 신뢰의 힘으로 기다릴 수 있다”고 위로했다.
이어 “올 시즌 어떤 성적표를 갖더라도 감독님과 광주FC를 향한 애정은 식지 않을 것이다. 감독님께서 눈치 보지 않고 다양한 전략 전술을 시험하면서 묵묵히 이 시즌을 견뎌주시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강 시장은 “언제나 부족한 재정과 열악한 환경임을 미안해하는 구단주가 지지를 담아 편지를 보낸다. 변함없는 응원으로 함께하겠다”고 했다.
강 시장의 응원에 광주FC는 승리로 답했다. 제주유나이티드에 3대1로 승리했고, 지난 6일 대전하나시티즌에 2대1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강 시장의 광주FC와 이정효 감독에 대한 애정은 평소에도 각별하다. 기자들과의 자리에서도 “이 감독은 국가대표급”이라고 치켜 세우거나 “이 감독이 있어서 광주FC가 살아나고 있다” 등 긍정적인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 시장은 이 감독의 축구 방식을 행정에 도입하려고도 했었다.
강 시장은 시청 공무원들에게 이 감독의 ‘공격 축구’ 방식을 예로 들며 “광주FC의 목표는 1위가 아니라 팬과 시민들의 즐거움이다. 지고 있을 때도 이기고 있을 때도 이 감독과 선수들은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행정 또한 시민들의 행복 찾기에 나선 대표 선수들인 만큼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이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제주와의 경기 직후 6연패에서 벗어난 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6연패할 때 구단주인 강 시장이 많은 걱정을 해주시고 편지도 직접 전달해주셨다. 선수들이 기죽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편지의 기운 덕분에 힘이 더 났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두 리더간의 믿음과 끈끈한 정으로 인해 광주FC 축구는 갈수록 볼만해지고 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