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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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타지마할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4. 05.23(목) 17:34
이용환 논설실장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화려한 궁전을 지어라.” 1631년 어느 날, 무굴제국 5대 황제 샤 자한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왕비 뭄타즈 마할과 함께 데칸고원 원정길에 올랐던 황제. 하지만 전투지에서 왕비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슬픔에 잠긴 황제는 1년 여를 고민한 끝에 왕비를 영원히 기억하는 ‘궁전 같은 묘지’를 짓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궁전에서 내려다 보이는 야무나 강가에 장소도 마련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지마할 이었다.

타지마할은 명성만큼 세기의 대역사였다. 타지마할이 축조되는 동안 제국의 수도 아그라에는 페르시아와 이탈리아 등에서 수천 명의 기술자와 장인이 초빙됐고, 명나라와 오스만 제국, 아라비아 등에서는 진귀한 건축자재가 끝없이 수송돼 왔다. 궁전 내·외부를 장식한 다이아몬드와 홍옥 등 보석류도 엄청났다. 그리고 착공 22년 만인 1648년, 타지마할은 화려한 무굴양식과 하얀 대리석 위에 새겨진 꽃과 조각 등이 어우려진, 묘지 이름 그대로 ‘찬란한 무덤’으로 완성됐다.

타지마할은 또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면서 ‘세기적인 사랑’이 탄생시킨 걸작이다. 길이 338m, 너비 305m의 세계에서 가장 큰 무덤이면서 눈부신 대리석 첨탑과 세밀한 모자이크 장식은 인도-이슬람 건축을 대표할 만큼 정교하고 화려하다. 동서남북 어디서 봐도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기하학적 정원도 ‘사분정원(四分庭園·차르바그)’으로 불릴 만큼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타지마할은 역설적으로 그 화려함 때문에 끊임없는 약탈의 대상이었다. 특히 인도를 식민통치한 영국은 거대한 돔을 장식하고 있던 황금을 떼어내고 구리로 덮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다.

최근 정치권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두고 난리법석이다. 문 전 대통령은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혈세낭비’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검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도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을 특검으로 다루겠다는 것은 ‘모기를 보고 칼을 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도 시인 타고르는 타지마할을 두고 ‘황제의 눈물로 만들어진 마법’이라고 했다. 우아함과 경이로움, 소름이 끼칠 만큼 아름답다는 타지마할.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화려한 그 불가사의를 말초적 정쟁을 좇는 대한민국 정치권이 이렇게 우스꽝스런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