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24일 한국인 수천명을 태운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의문의 폭발로 교토 마이즈루항 인근에서 침몰해 선체가 모두 가라앉고 상단만 겨우 남아 있는 모습.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8일 성명서를 내고 “79년 만의 승선자 명부 공개가 일본이 대단한 호의를 베푼 것인 양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며 “정부는 진상규명, 사죄, 법적 배상, 유골수습 및 봉환,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 등을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발생 후 79년 동안 승선자 명부를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 5일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승선자 명부 75건 중 우선 19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
우키시마호는 해방 직후인 지난 1945년 8월22일 일본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출발해 부산을 향하다가 24일 교토부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의문의 폭발에 의해 침몰했다.
일본 정부는 정확한 승선 인원을 밝히지 않고, 승선자 3700여명 중 한국인 524명, 승조원 2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이 배에는 강제 동원된 노무자 등 최소 7000명에서 많게는 1만여명 이상이 승선해 있었고, 사고로 수천여명이 수몰됐다는 증언이 있었다. 일본은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1950년 3월 선박 고철 회수를 위해 인양 작업에 나섰고 1954년 인양작업을 완료하며 폭발 원인 규명 기회를 놓쳤다.
당시 우키시마호 침몰사건은 수송선에 오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보급을 끊을 것처럼 서둘러 조선인들에게 승선을 강요하고, 폭발 전 선장과 승조원들만 작은 배에 옮겨 타는 등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으로 광복 79년 동안 제대로 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있는 대표적 사건이라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단체는 “일본 정부는 피해자와 유족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승선자 명부가 없다며 발뺌 해왔다. 승선자 명부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게 됐고, 이번에 일부 자료를 한국 정부에 제공한 것이다”면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일본 정부의 사죄 표명도 없이 달랑 명부만 건넨 것으로 끝낼 사건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진상규명, 사죄, 법적 배상, 유골수습 및 봉환,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 등을 일본에게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일본 정부가 던져주는 명부만 건네받고 끝낸다면, 정부가 강제동원 굴욕 해법,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이어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에 또 다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