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은 광주시의원. |
실외에 있는 것 자체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고온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기후학자와 기상학자들은 이러한 기후 변화를 ‘기후위기’로 칭하며, 앞으로 더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름에는 기록적인 고온현상이, 겨울에는 극한의 추위가 찾아올 것이며, 폭우, 폭설, 홍수, 가뭄 등의 이상기후로 인해 우리의 삶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실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탓에 제철 농산물의 수확량은 급감했고 가격은 폭등했다. 또 한낮의 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실외에서 일하는 건설, 농업, 어업 노동자들은 온열 질환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실제 우리 지역에서도 농작물을 손보거나 에어컨을 설치하며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이 폭염 속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2년 3월부터 시행된 이 법률이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2026년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할 실정이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9월 10일 국회의원 대상 기후위기 특강에서 “기후위기를 절박한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지구를 지키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그 실천적 노력에 대해서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지난 9월 10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다면서 이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원자력발전과 원전 생태계 회복 덕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 증가와 경기 둔화에 따른 산업위축이 배출량 감소의 요인이라는 것인바, 현 정부가 과연 실효적인 정책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지, 실천계획이 적확한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광주시의원이기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인 필자는 올해 여름을 나며 ‘이토록 극심한 더위와 같은 기후변화도 아이를 낳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최악의 경제위기, 최악의 취업난, 최악의 안보 위기, 최악의 민주주의 위기와 더불어 최악의 기후위기까지 겹친 이 현실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아이가 놓이는 상황은 너무나 서글펐기 때문이다.
‘지구는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들로부터 빌린 것’ 이라는 말이 있다. 빌려 쓰고 있는 지구를 망가뜨리는 것은 너무 몰염치한 일이다. 우리들이 겪는 폭염,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가 우리 다음세대에게는 일상적 기후가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주민자치회의 소등행사나 기후관련 시민단체의 소규모 행동에 기댈 수 없다. 지금이라도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기후, 기상 전문가 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정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해 실천적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정치인들과 정부 역시 기후문제 만큼에 있어서는 정쟁을 멈추고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 필자 역시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기후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부디 내년 여름에는 모두가 안녕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