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5일 오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인권도시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대훈 (사)피스모모평화/교육연구소장, 서승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신수정 광주시의회의장, 신형석 (사)국민주권연구원장,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장, 크리스토프 호이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장, 파르하나 빈테 지가르 파리나 방글라데시 민주주의학생위원회 중앙위원회 조직위원. 광주광역시 제공 |
광주광역시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유네스코(UNESCO), 광주광역시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2025 세계인권도시포럼’이 15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평화와 연대: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인권도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전 세계 인권 활동가, 국제기구 관계자,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해 억압과 갈등의 시대에 도시가 실천할 인권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이번 포럼은 특히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해에 열려 의미를 더하고 있다. 1980년 5월, 국가폭력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과 연대가 도시 전체를 감싸며 인권의 정신을 일궈냈던 광주는 이제 그 기억을 세계와 나누며 인권 도시로서의 길을 넓혀가고 있다.
이날 열린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지역 대표 인사들이 함께했다.
강 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광주는 1980년 5월, 국가 폭력에 맞서 시민들이 연대와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도시”라며 “그 역사적 정신을 계승해 더 이상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일이 없도록 지구촌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가 함께 나아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서승 우석대학교 석좌교수는 ‘저항의 도시로 우뚝 서는 광주’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서 교수는 1980년 5월 신군부에 맞서 싸운 광주시민의 분노와 저항을 조명하며 “광주는 인류사에 ‘권력에 저항한 도시’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어 “모든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화해 정신까지 모두 5·18정신이 아우르고 있으며, 세계인권도시선언까지 한 광주는 세계인권의 정수를 총망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회의 ‘평화를 향한 지구적 연대’에서는 국내외 인권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여해 평화구축 연대방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기조발제를 맡은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반평화적 상황과 인권공동체의 미래’를 주제로 인권, 생태, 평화의 접점을 짚으며 생물다양성과 인권이 교차하는 시대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대훈 (사)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는 시대에 군사화에 대한 경계가 무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의 환상 속에서 자율살상무기와 AI 기반 군사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매우 미흡하다”며 “동북아 국가들이 주도, 확산시키고 있는 자율살상무기와 인공지능 무기를 규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장은지방정부와 도시가 국제 정세 속에서 인권과 평화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히난 소장은 “한국의 도시들이 남북 관계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역할은 세계 여러 갈등 상황에서 도시가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본보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파르하나 빈테 지가르 파리나 방글라데시 민주주의학생위원회 중앙위원회 조직위원은 여성 시위자로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폭력적 억압 속에서도 여성들이 동등한 저항의 주체였음을 증언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여성 시위자에겐 고문이 덜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매일 라디오를 들으며 새로운 사상자의 소식을 접했고, 두려움 속에서 연대했다”며 “나는 스스로를 여성 시위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우리 모두는 하나의 악한 권력에 맞선 전사들이었다”고 회고했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포럼에서는 어린이·청소년, 장애, 이주, 마을, 여성, 사회적경제, 지구촌 반폭력 문화 확산 등 7가지 주제로 구성된 주제회의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해 국가폭력 등 다양한 폭력에 저항해 온 항쟁도시 사례를 공유하는 특별회의 등이 이어진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16일 ‘2025 광주민중항쟁과 여성’을 주제로 여성의 시각에서 5·18을 조명하고, 국내외 여성 인권운동 사례와 향후 과제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16일 오후 1시30분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필독도서로 선정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저자 차인표 작가의 북토크콘서트가 열린다. 17일 오전 10시에는 ‘이영미의 평화밥상’의 저자 이영미 작가의 원데이 클래스 ‘모두를 위한 평화밥상’이 진행된다.
신청·세부 일정은 세계인권도시포럼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