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끊이지 않은 연기에 일상 붕괴…주민들 “피해 심각"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건사고
금호타이어 화재>끊이지 않은 연기에 일상 붕괴…주민들 “피해 심각"
주차 차량·농작물 검은 분진 쌓여
사흘째 연기 발생 목·눈 통증 호소
  • 입력 : 2025. 05.19(월) 18:07
  •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인근 아파트 주차장 차량이 분진으로 얼룩져있다. 이정준 기자
지난 18일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정준 기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 작업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연기로 인해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계속해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를 보며 걱정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최대한 검은 연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건물의 문과 창문을 꼭 닫고 한곳에 모여 “불이 다시 커지는 것 아니냐”, “연기가 멈출 생각을 안한다”, “목이 너무 답답하다”며 걱정 섞인 대화를 주고받았고, 일부는 가족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양찬호(26)씨는 “불이 거의 꺼져서 검은 연기가 멈출 줄 알았는데 다시 나는 것 같다. 목이 조금 아프고 눈도 따갑다”며 “검은 재들이 계속 날리는데 이미 난장판이 된 집들은 어떻게 치워야 할지 걱정되고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지상 주차장에 세워진 수십대의 차량은 분진 피해를 입어 검은 얼룩들로 뒤덮였다. 주변 상가건물 창문이나 아파트 각 가구 창문에도 분진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차에 뒤덮인 얼룩을 지우기 위해 양동이에 물을 퍼와 수건과 물티슈 등을 이용해서 검은 재들을 지워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였다.

이재국(77)씨는 “손수건으로 차에 있는 분진들을 계속 지우고 있는데 영 사라질 생각을 안한다. 몇번을 닦아야 원래대로 돌아올지 모르겠다” 며 “연기를 좀 마셔서 그런지 몸도 좋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물수건 등을 이용해 몇 번을 닦아봤지만, 일부 얼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검은색 차량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였으나 흰색이나 회색 차량은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얼룩의 흔적이 심했다.

이번 화재는 주민들의 식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분진들로 인해 각종 채소에 검은 얼룩이 묻어 밭을 가꾸는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이성심(72)씨는 “농작물이 분진들로 인해 검게 물들어 버렸다. 공들여서 키웠는데 전부 못먹고 버리게 돼 마음이 너무 아프고 화가 난다. 피해 보상은 가능한 건지, 언제쯤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공장 인근 자영업자들도 ‘연기로 인해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예약도 다 취소돼서 매출 피해가 크다’, ‘준비해놓은 재료들은 어쩌냐’며 불만을 내비쳤다.

관계 당국은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산구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직원 740여명을 비상근무에 투입하고, 화재 현장 반경 1㎞ 내 아파트와 광주송정역을 중심으로 방진마스크 1만5000개를 배부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