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정 사회복지학 박사(광주시의원) |
곳곳의 임대·매매, 빈 상가들은 파탄 직전의 민생을 보여주고 있다. 건물주는 임대가 나가지 않자 직접 카페를 운영하지만, 일당벌이도 되지 않는다. 어려움을 극복해보려는 시도조차 손해라고 말한다. 시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역과 마을 골목에 돈이 돌 수 있도록, 민생경제 살리기에 진심을 쏟아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와 민생 파탄 3년, 망가진 지역 경제, 급증하는 소상공인 휴폐업, 찾기 어려운 일자리, 치솟는 물가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공동체의 근간인 마을과 골목에서 ‘돈’이 돌게 하는 것이 곧 선순환 경제이며, 민생 안정과 회복의 시작이다.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책임 정치를 기대한다.
시민들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희망도 함께 이야기했다. 삶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차별 없는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건, 의료, 교육, 주거 역시 국가가 국민을 돌보는 복지 영역이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어르신들의 존엄한 노후 보장에 대한 요구가 절실히 들려왔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서 향유돼야 한다. 진정한 국가복지의 시대에는 내가 낸 세금이 돌봄 복지가 되어 돌아와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노후의 걱정 없이,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구나’를 체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진짜 대한민국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창의적 포용 복지국가가 되기를 갈망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오는 6월 9일은 ‘학동4구역 건물 붕괴 참사’ 4주기다. 유가족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듯, 학동4구역은 여전히 파헤쳐진 텅 빈 벌판으로 남아 있다. 입주를 기다리던 조합원들은 전월세로 유랑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지역과 주민은 삭막해진다. 그 이후 우리는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책임지려는 자세는 얼마나 많아졌는지를 묻는 시민의 질문에 아직 답하지 못하고 있다. 학동 건물 붕괴 사고,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등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한 사회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재난 예방 시스템 강화,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 체계 구축, 안전 최우선 문화 조성 등을 새 정부에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속 가능한 정책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선 통합의 대한민국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정치적·사회적 갈등에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서로를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나아가는 사회를 희망하고 있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를 시민들은 주문하고 있다.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광주시민들이 새 정부에 던지는 이 간절한 외침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준엄한 명령이다. 민생 안정, 보편 복지 실현, 안전한 사회 건설, 그리고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동시에 시민들은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논의하고, 합의하며, 실천하는 ‘다정한 동행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광주시민들의 염원과 의지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