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수장 "이란 폭격은 정치적 결정…우리 조사 결과와 무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정치일반
IAEA 수장 "이란 폭격은 정치적 결정…우리 조사 결과와 무관"
CNN 인터뷰서 "이란 핵무기 생산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 징후 없다"
이란 "사실 호도한 IAEA 결의, 이스라엘의 공격 구실" 맹비난
  • 입력 : 2025. 06.20(금) 15:41
  • 박찬 기자·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한 것은 정치적인 결정으로 IAEA의 이란 핵 프로그램 조사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다고 19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CNN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와의 인터뷰에서 “군사행동은 그것이 어디에서 벌어지든 정치적인 결정이며, 우리가 말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지난 12일 이란 당국이 미신고 핵시설로 의심받는 3곳에서 발견된 인공우라늄 입자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핵사찰·검증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20년 만에 공식 결의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그 이튿날인 지난 13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으며, 이를 저지한다는 선제타격 명분을 내세워 이란의 핵 시설, 군 수뇌부를 겨냥한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이란이 최근 몇 달 새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IAEA의 최근 보고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쿠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 생산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징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로시 총장은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인 포르도 핵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초래될 결과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에는 “외교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면서 “물리적 구조는 파괴할 수 있지만, 지식은 파괴할 수 없다. 기술적 진전, 한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전을 말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관련, 지난 13일 시작된 폭격으로 현재까지 이란 핵 과학자 9명을 죽였다고 밝혔다. 이란은 핵 과학자들의 사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몇 명이 죽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의 핵심 핵시설 포르도의 경우 접근이 어려운 산악 지형의 지하 90m 깊은 속에 설치돼 있어 미국의 벙커버스터의 지원이 있어야만 파괴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 공격에 직접 개입할지 여부를 향후 2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이날 공표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 데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 앞서 지난 18일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24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현재 거의 무기급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국가이긴 하지만 핵무기를 제조하려는 직접적인 노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NPT를 위반했다는 IAEA의 지난 12일 결의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구실로 이용됐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을 맹비난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그로시 총장, (그런 말은)너무 늦었다. 사실을 호도하는 이야기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며 책임을 요구한다. 당신은 IAEA를 이 불의한 침략 전쟁의 협력자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AFP는 전했다.
박찬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