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악화로 韓 경제 긴장…물가 상승·심리 위축 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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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중동 정세 악화로 韓 경제 긴장…물가 상승·심리 위축 등 우려
유가·환율 상승시 기업 비용 부담
교역 위축·금융시장 타격 가능성
  • 입력 : 2025. 06.22(일) 17:02
  • 정승우 기자·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인한 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로 한국 경제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수출과 기업 수익성, 소비심리, 금융 시장 등 거시 지표 전반에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 급등 가능성이 커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옵션 시장의 과열, 해운 운임과 디젤 가격의 급등, 원유 선물 가격 변화 등 극심한 변동성이 다음 주에도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서치업체 MST 마퀴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이번 미국의 공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걸프 지역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협을 키운다”며 “이란이 앞서 위협했던 대로 대응에 나설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보뱅크의 조 델라우라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 또한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격화 조짐을 보인 이후 빠르게 상승해왔다.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4.23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0일 기준 76.84달러로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77.01달러로 급등했고, 서울 휘발윳값도 1721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실제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유가는 향후에도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게 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복병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만큼, 중동발 긴장이 지속될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은 수입 제품의 원가를 추가로 끌어올려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이중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위협받는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마진이 줄어들면 투자 여력도 위축돼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란이나 중동지역은 한국 기업들의 주요 수출 대상은 아니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 확대에 따른 교역 위축 등 간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수송로가 봉쇄되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경우 주력 수출 품목의 해외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내수 경기에 미치는 파급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의 소비심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와 맞물려 민간 소비 둔화가 심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하반기 성장률 회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던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국내 시장도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유발한다.

특히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반도체 등 수출주 중심으로 영향을 받으며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협상 모드’에 돌입하는 경우,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면적인 반격에 나서며 상황이 격화하는 경우, 유가를 중심으로 경제 전반에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는 경우, 국제 유가와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수입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교역 위축 등 경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투자를 미루게 되고, 소비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에도 제약이 발생하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 결성이 향후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번 이란 폭격으로 협상이 잘 안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향후 관세 협상 등에서도 이런 태도를 견지하면서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는 경우 우리나라가 협상에서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승우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