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유임 철회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종덕 의원실 제공 |
특히 지역에서는 양곡관리법과 한우산업육성법 등 농민 생존권과 직결된 법안을 적극 반대했던 인물이 다시 농정을 책임지게 된 것에 대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지난 23일 국방·고용·보훈·농식품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대부분 새 인물로 교체된 가운데, 송 장관은 유일하게 유임됐다. 대통령실은 ‘성과 중심의 실용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농민들의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한우법 등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 해당 법안들을 ‘농업을 망치는 법(농망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우법에 대해서는 “한우만을 위한 법을 만들면 돼지·닭 등 다른 축종과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농민들로부터 “현장을 무시한 농정 책임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쌀을 수매하거나 격리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법이다. 한우법은 수급 과잉 시 시장격리를 통해 한우 값을 안정화하고, 한우 농가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임 발표 이후 전남지역 농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24일 무안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가 윤 정부 농정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송 장관은 벼 재배면적 감축, 농지 규제 완화, 수입쌀 확대, 축산 규제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현장 농민의 현실을 무시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강제석 전남새농민회장은 “양곡관리법은 쌀값 폭락을 막고 농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 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윤순성 전국한우협회 전남지회장은 “한우법은 한우값 폭락 시 시장격리 조치를 통해 수급 과잉을 해소하고 한우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우 농가의 경영 안정성을 위한 법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축사 증·개축도 기존 사육시설 면적의 20% 이내로 단 한 번만 허용되고 있다”며 “사육시설로부터 50m 이내에 있는 주택의 세대주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는 등 각종 규제로 축산인들의 사유재산권 침해도 문제다. 현실을 반영한 규제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24일 대통령실 앞에서 송미령 농림부 장관 유임 철회 1인 시위에 나선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이영수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유임 철회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전종덕 의원실 제공 |
민주당 주철현(여수갑) 의원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서 “송 장관은 윤 정부 시절 농민 관련 법안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인물”이라며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행보를 반복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도 “전 정부의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농민들의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상임위 회의에서 송 장관 유임에 항의하며 퇴장, 이후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전 의원은 “송 장관은 윤 정부에서 양곡법 거부권의 충실한 이행자였으며 농업민생 4법을 ‘농망법’이라 부르는 등 농민과 국회를 기만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책임농정을 말하면서 송 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농민들이 몰아낸 내란세력을 다시 심는 꼴이다. 분노한 농민들의 트랙터가 이재명 정부를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정부는 송 장관 유임을 철회하고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며 “유임 결정 과정에서 어떤 기준과 절차가 작용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쟁점 법안과 정책을 다시 검토하겠다”며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농민들과도 적극 대화하겠다. 과거 ‘농망법’이라는 표현에는 문제가 있었다.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또한 “이번 인사는 송 장관의 경험과 실적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농민단체와의 간담회, 정책 협의체 구성 등 실질적 소통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송 장관에게 “갈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듣고 직접 조정에 나서야 한다”며 현장 소통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24일 무안 민주당 전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전농 전남도연맹 제공 |
조진용·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