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도 올 사람은 다 오제. 우린 오전 6시부터 개시를 해도 날이 워낙 더운께 손님들이 일찍일찍 왔다가. 경기까지 안좋다 보니깐 같은 값이어도 시장에서 사면 뭐라도 한움쿰 더 주니깐 여기서 산것이 더 낫긴 하제."
지난 2일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만난 김모(73) 할머니가 과일을 사는 손님에게 자두 2~3개를 덤으로 얹어주면서 꺼낸 얘기다. 이곳에서만 과일 장사를 40여 년째 해 온 김 할머니는 오전 6시에 장사를 시작해 오후 8시에 마감한다. 요즘같이 날이 더운 날에는 팔고 남은 과일을 무조건 냉장 보관을 하는 게 필수가 됐다.
채소 장사를 하는 상인 서모(54)씨는 "날씨 탓을 안할 순 없다"며 "젊은 사람들은 마트나 백화점을 가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 추세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사를 쉴 순 없으니 그날 판매할 정도의 상품만 조금씩 진열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일 사상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통시장은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단골 손님들 덕에 장사 유지를 하고 있다. 대신 체감 온도가 가장 높게 느껴지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간대는 피하고, 주로 오전 시간대와 오후 6시 이후에 즐겨 찾곤 한다.
손님 윤경신(48·여)씨는 "날이 덥긴 한데 주부 입장에서는 워낙 에누리 없이 정찰제로 물건을 팔기 때문에 마트 보단 시장이 낫다"며 "날은 덥지만 필요한 물건을 적어서 오면 살 것만 사고 굳이 과소비도 하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광주 서구 양동복개상가 건어물·수산시장. 이곳에서 수십여 년째 생선 장사를 해 온 한모(61·여)씨는 전화로 주문받은 홍어를 먹기 좋게 손질하고 있었다.
날씨가 덥다 보니 요새는 손님들이 미리 전화 주문을 해놓으면 시간에 맞춰 찾아가곤 한다. 폭염이 바꿔 놓은 전통시장의 풍경 중 하나다.
한씨는 "올해 유독 폭염이 지속되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지만 그렇다고 장사를 접는 것보다 단골 손님이라도 찾아주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촌닭 판매점과 통닭 전문점은 날씨와 상관없이 분주했다. 오리와 닭은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수시로 물을 뿌려 주면서 주변 온도를 내려주는 게 일상이 됐다.
메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탄 '양동 통닭'은 휴가철과 야식 메뉴로 인기를 끌다 보니 오전 6시부터 준비에 나서 끊임없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이처럼 더운 날씨 탓에 예년보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긴 줄었지만, 상인회 측은 폭염 속에서도 시장을 방문해주는 손님들과 동료 상인들을 위해 폭염 대책에 나섰다.
광주 5개구 전통시장(대인시장, 남광주시장, 말바우시장, 봉선시장, 월곡시장, 양동시장, 1913송정역시장 등) 상인회는 지난달부터 폭염 특보가 해재될 때까지 상인과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식수와 음료수를 제공키로 했다.
대인시장의 경우 매주 토요일 오후에 '대인예술야(夜)시장'을 개장해왔는데, 폭염으로 인해 지난달 28일, 이달 4일, 11일에 휴장하기로 했다. 개장 예정일은 오는 18일이다. 양동복개상가는 전통시장 중 유일하게 '쿨링포그(증발냉방장치)'를 건어물과 수산시장 쪽에 160여 개를 설치했다. 쿨링포그는 더위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냉방문제를 해결해주는 장치다.
이명근 양동복개상가 건어물상인회장은 "이례적인 폭염으로 인해 상인들도 힘들지만 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장을 보느라 힘들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지원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