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庭園·임효경>뜨거운 청해진의 여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배움의 庭園·임효경>뜨거운 청해진의 여름
임효경 완도중 교장
  • 입력 : 2024. 08.06(화) 17:44
임효경 완도중 교장
청해진 항 앞 바다가 뜨겁고, 햇살은 작렬하여, 배움의 정원이 잠깐 문을 닫았습니다. 260여 명 남자 학생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서, 집으로, 휴가지로 등 떠밀어 내 보냈습니다. 25일 간 완도중 운동장은 적막강산일 것입니다. 학교는 최소한의 자리만 채우고,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합니다.

올 여름은 최고로 뜨거워서 참 염려가 됩니다. 우리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을성이 없는 우리 학생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 버튼을 누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거든요. 우리나라 에어컨 성능이 좋아서 더 문제라고 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틀고 실내에 있으면, 시원하잖아요? 인간을 시원하게 만드는 그 기계가 그 반대급부의 열기로 건물 외부, 자연을 가멸차게 뜨겁게 만드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뜨거우면, 무조건 에어컨 더 세게 틀잖아요? 인간의 욕심과 자연의 이치가 악순환 되고 있는 것이 참 걱정입니다. 지구 환경보호 교육은 우리 미래 세대 생존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입으로 거품을 물며, 아무리 외치며 가르쳐도 욕망의 바퀴가 돌아가면, 그 심각성은 바퀴에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 모양이 되어 버립니다.

이 뜨거운 여름,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배움의 물꼬를 튼 아이들이 있습니다. 방학하고 조용하던 학교 3층 학습 까페가 시끌벅적합니다. 7월 마지막 주 월요일, ‘니 하오~~!’ ‘니 짜오~~!’ 중국어로 성조 넣어 인사하는 학생들이 등장했습니다. 방학 중 완도교육지원청이 지원하는 방과 후 다문화 교실 개강으로 10명의 학생이 5일간의 중국 문화 체험, 언어 체험, 음식 체험을 하러 모였답니다.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다른 중국을 배우려고 나온 우리 학생들이 대단하지요? 첫 날은 중국 문화 체험을 합니다. 중국은 땅 넓이가 우리나라의 96배가 넘습니다. 각각 독특한 문화를 지닌 56개의 다민족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만리장성과 베이징 천안문을 비디오를 통해 간접 체험합니다. 강사는 연변 출신인데 아직 베이징 천안문, 만리장성을 못 가 보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수도 서울을 가려면, KTX 타고 2시간으로 충분하게 쉽게 갈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연변에서 베이징을 가려면, 비행기로 4시간 이상 타고 가야 할 정도로 멀고 까다로운 여정이랍니다. 수도 베이징 방문이 강사의 일생 소원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만리장성 합판 조립도 하고, 유난히 빨간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복을 기원한다는 전통 종이 접기를 합니다. 꽃모양, 동물모양, 화려하고 멋진 다양한 무늬를 접고, 자르고 하면서 아이들은 더위를 잊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중국어 체험을 합니다. 한자를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배우기 쉽도록 병어체로 영어식 표기를 가지고 중국어를 처음 접하고 배워갑니다. 중국어 발음은 어렵고, 성조는 더 어렵지만, 친절한 강사의 가르침으로 슬기롭게 하나하나 배우며,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수홍이는 발음이 본토인 같아서, 강사님 칭찬을 많이 듣고, 그 어깨가 으쓱합니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며, 어느새 그 나라가 친숙해 지는 것을 느낍니다.

강사는 분명 원어민이라고 했는데, 우리말을 어색함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표준어 발음으로 유창하게 합니다. 자신이 한족일까? 조선족일까? 질문을 합니다. 완도의 아이들은 조선족 발음을 아는 바, 이구동성 한족이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한족이 저렇게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싶었죠. 아하, 조선족이랍니다. 10여 년 전에 고향 연변을 떠나,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족 발음과 억양을 하니까,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허드렛일만 시키더랍니다. 야무진 이 강사는 서울로 입성해서, 일부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했답니다. 표준어 발음하는 서울 출신 선배 남학생을 개인강사로 모시며 그의 발음을 그대로 따라했답니다.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어느새 서울 아가씨로 변신에 성공합니다. 중국어 강사 자격을 따서, 결혼도 하고, 완도로 와서 중국어 어학원 원장이 되었답니다. 오래 된 영화, ‘My fair lady’에서 오드리 헵번이 분한, 경박한 사투리 발음 아가씨가 언어학자 교수의 언어 수업을 받고, 인생이 역전하는 스토리를 다시 한 번 이 곳 완도에서 보는 듯 합니다. 참으로 한 언어를 통달한다는 것은 인생을 걸 만한, 가치 있는 도전거리임에 분명합니다. 언어가 그 사람을 말해 주니까요. 가르치는 선생님이 상냥하고 친절하니, 중국어가 잘하고 싶어집니다. 까칠한 언어가 참 재미있는 언어로 둔갑했습니다. ‘리 라오쉬, 쒜이 쉐이~’

마지막 날은 요리 체험을 합니다. 우리 남학생들 완전 신이 났습니다. 재료 준비도 넉넉하게 하였더니, 친구들까지 다 불렀습니다. 오호라, 이들의 호기심과 열망의 목적은 여기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어 원장이 이번엔 중국 전문 요리사로 변신합니다. 재료 시장조사에서부터 인터넷으로 재료 구입까지 제대로 중국 본토 음식 맛을 보여 줍니다. 꿔바로우, 마라탕, 탕후루를 만들어 먹습니다. 이마와 온 몸에 땀이 흐르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재미있게 요리를 배우고 먹습니다. 배가 부르니, 마음도 넉넉해집니다. ‘거, 중국문화도 괜찮네요, 훌륭하네요~~!!’

뜨거운 여름을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언어를 배우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로 채웠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워 중국과 해상무역을 했던 그 DNA가 고스란히 이 학생들 속에 들어 있을 터, 그 뒤를 이은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이들 중의 누군가는 유창한 중국 표준 발음으로 귀빈 대접을 받으며, 무역이나 정치 협상에서 중국과 멋지게 한판 승부를 거두는 장면의 중심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대 만발입니다. ‘中國, 짜이 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