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기저효과(Base Effect)’는 경제 지표 해석에서 자주 인용되는 개념이다. 기준이 되는 전년도 실적이 유난히 낮을 경우, 그 다음 해의 수치는 실질적인 개선보다 과도하게 좋아 보이는 통계적 현상을 말한다. 취임 한달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된 리더’라는 호평을 받는 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가 만든 ‘기저효과’가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 실제 기저효과의 배경에는 윤 전 대통령이 남긴 여러 장면들이 있다.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기자들을 향해 “전 정권 장관이 더 훌륭했느냐”고 반문하던 모습, 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진 ...
2025.07.09 16:18최근 뉴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네 글자가 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권세 있는 자에게 법이 굽히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 한비자의 저서 ‘한비자’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휘지 않는다(法不阿貴 繩不撓曲·법불아귀 승불요곡).” 법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원칙적인 말이다. ‘법불아귀’는 요즘 다시금 묵직한 의미로 불린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2025.07.08 18:34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여러 제안을 경청한 끝에 의미와 실용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선물이 적합하겠다고 판단해 가성비 높은 대통령 시계 제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미와 실용성을 담아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물이 되게끔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에 제작될 대통령 기념 시계는 대통령의 이름과 봉황 문양 등이 새겨진 손목시계로, 대통령이 공식 행사나 특별한 자리에서 귀빈, 공로자, 관계자 등에게 선물로 증정하는 비매품이다. 다른 기념품에 비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일상생활에서...
조진용 기자2025.07.07 14:37지난 3일,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의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이 열리던 무안, 회견 후 전남도교육청의 정책국장과 환담을 나누던 자리에서 ‘고려인’ 이야기가 나왔다. 문득 수년 전, 12편에 걸쳐서 마감했던 기획이 떠올랐다. 해당 기획은 고려인들이 숙청 당해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디아스포라의 길을 따라가며 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취재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제법 괜찮은 기차 칸에서 하루 세끼를 다 먹을수 있었음에도 최종 목적지까지 걸리는 일주일이 너무나 길었다. 기차 벽은 새벽이면 얼음처럼 얼어서 이불이 소용...
2025.07.06 17:381997년 개봉된 장자크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은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가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영적 성숙을 얻는 과정을 그린 실화 영화다.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 낭가 파르밧 원정을 떠난 하러. 강인함으로 상징되는 그는 혹한의 에베레스트에서 몇 번이나죽을 고비를 넘기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영국군 포로가 된다. 그리고 목숨을 건 탈출. 어렵게 티베트 라사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와 함께 했던 그 7년이 인...
2025.07.03 17:22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와 전남을 찾아 첫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지역의 전략과 비전을 묻는 대통령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현장을 찾은 지자체장들의 대답은 선명하지 않았다. “산단만 짓고 있다”,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그날 현장의 분위기를 요약하는 말이었다. 광주와 전남은 AI 데이터센터 유치, RE100 기반 산업단지 조성, 새만금 대체 스마트산단 추진 등 나름의 정책 방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현장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는 부족했다. 방향은 있었지만, 이를 ...
2025.07.02 16:27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다며 삶아 먹는다는 이 고사성어는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강한 울림을 준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재상 범려는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구천이 고난은 함께할 수 있어도 영광은 함께할 수 없는 인물이라 판단해 스스로 나라를 떠났다. 이후 범려가 문종에게 ‘비조진 양궁장 교토사 주구팽(飛鳥盡 良弓藏 狡兎死 走拘烹: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탈출을 권유했다...
2025.07.01 16:497월 초하루, 세월 참 빠르다. 어느새 올해도 절반이나 지났다. 엊그제 모내기한 것 같은데, 출퇴근길 지나다니는 성산 삼지천 들판 가득한 벼들이 금세 한 뼘은 더 자라 온통 함초롬하다. 금방이라도 달빛아래 하얀 벼꽃을 피어올릴 기세다. 새맑은 하늘아래 파랗게 치솟는 벼들을 보노라니, 황금물결 일렁이는 가을날의 풍요가 그려지다가도, 쌀을 천시하는 몹쓸 세상을 살아야 하는 농부들의 그늘진 눈빛들이 떠올라 괜스레 한숨이 새나온다. 쌀은 단순한 곡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를 담아온 생명의 줄기이자 문화의 뿌리이다...
2025.06.30 15:47그들은 ‘신세대’로 불리며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사회는 그들을 ‘X세대’라 칭했다. 산업화 세대의 금욕과 86세대의 이념을 벗어나 자유와 감수성을 중시하는 ‘한국형 개인주의 세대’. MTV와 잡지를 통해 자율을 배우고, IMF의 먹구름 아래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들은 기존 질서에 순응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삶을 꿈꾸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티고, 치이고, 다시 일어섰다. 그들이 바로 우리사회의 허리춤인 70년대생. 그러나 이들에겐 늘 자리가 부족했다. 앞세대는 이미 자리를 선점했고, 뒷세대는 새로운 언어와 속...
2025.06.29 15:32“짱뚱어를 이대로 죽일 것인가.”, “짱뚱어를 살리자고 사람을 죽일 것인가”. 지난 1997년 일본 정치권이 난데없는 짱뚱어 논쟁에 휩싸였다. 쌀 생산을 위해 규슈 이사히야 만에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이면서 그곳에 서식하던 짱뚱어가 대거 폐사했기 때문이다. 착공 당시부터 환경파괴와 세금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간척사업. 하지만 물막이 공사가 끝난 이후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말라가는 광대한 갯벌은 일본인에게 충격이었다. 물을 찾아 퍼덕이다 죽어가는 짱뚱어의 모습도 섬뜩했다. 이른바 ‘이사히야만 짱뚱어 사건’. 비록 결론은 바뀌지 않았지만...
2025.06.26 16:56빛은 색이다. 맑고 청명한 하늘 빛. 탁 트인 하늘 아래 펼쳐지는 푸른색 바다. 해질 무렵, 온 대지를 붉게 물드는 노을. 이 모든게 색이고 빛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결코 색을 볼 수 없다. 빛이 있어야 색이 드러난다. 빛은 하늘과 바다, 땅과 함께 잉태됐다. 인간은 그 빛을 다양한 색으로 이름 지었다. 색은 눈으로 볼수 있는 가시광선의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은 색을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문화로, 기록으로 남겼다. 3만년 전 선사 시대, 동굴에는 그림들이 그려져있다. 당시 시대상을 알수 있는 이 그림에도 색이 있다. 색...
2025.06.25 13:41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우승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이른바 ‘잇몸 야구’라 불리는 KIA의 야구는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는 승리로 팀을 4위권에 올려놨다. ‘잇몸 야구’라는 표현은 주전 선수들이 빠진 상황을 이가 빠진 것에 빗댄 것이다. 그러나 주전이라는 치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뿌리를 받치는 잇몸, 즉 백업 선수들이다. KIA는 올 시즌 이 잇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144경기라는 긴 시즌을 주전 선수들만으로 소화할 수는 없...
2025.06.24 17:34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청객, 바로 모기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엔 더 극성이다. 하룻밤 새 모기 한 마리에 온 가족이 뒤척이고, 극도의 가려움을 유발하는 흡혈 자국을 보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모기는 해충 중에서도 아주 작은 미물에 속하지만 인류의 역사에 깊숙이 개입해온 ‘무서운’ 존재다. 단순히 여름철마다 찾아와 불편을 끼치는 해충을 뛰어 넘어 인류의 문명과 전쟁의 그림자 속에 모기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고대 로마가 번성...
2025.06.23 16:04지난 21일 새벽, 부산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생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이들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뒤 화단에서 발견됐으며, 유서도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현듯 소노 시온 감독의 ‘Suicide Circle’(자살클럽)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 재잘재잘 떠들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평범한 모습의 여고생들. 54명의 여고생들은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에 서로 손깍지를 끼고 “하나, 둘, 셋”하며 일제히 철로로 몸을 던진다. 영화 오프닝 사상 가장 충격적인...
2025.06.22 16:39“밭에서 완두를 거두어 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뭉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1973년, 당시만 해도 거의 무명작가였던 윤흥길이 쓴 중편 소설 ‘장마’는 지루한 장마를 통해 남북분단의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을 둔 외할머니와, 빨치산 아들을 둔 친할머니의 기구한 운명. 그 속에서 장마는 불행한 전쟁의 상징...
2025.06.19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