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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중략 //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김남주의 시 ‘노래’(죽창가) 중에서 70~80년대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 역사의 질곡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전사(戰士)요, 시인이었던 김남주. 올해는 시인과 세상을 달리 산 지 삼십년이 되는 해로, 타계 30주기를 맞아 추모제와 학술제가 잇따라 열렸다. 김남주의 삶과 정신을 기술하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간추리...
2024.06.23 17:48“세계 경제를 읽는 데 경제학은 필요 없다. 두 눈 크게 뜨고 보이는 것에 질문을 던지면 된다.” 지난 2009년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격변하는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책 ‘시그널’을 출간했다. ‘모든 데이터가 물가 인상은 없다고 보여주는데 왜 사람들은 생활비 부담에 짓눌리는 것일까’에서 시작된 그의 의문은 연구 결과 기업이 가격은 놔둔 채 상품의 양이나 부피를 줄인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그해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 공식 등재된 신조어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가 눈치...
2024.06.20 17:061974년 출간된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R. 메이휴는 자신의 저서 ‘의회 선거 커넥션-국회의원에게 유권자란 무엇인가’의 첫 문장을 이렇게 서술한다. “앞으로의 논의는 연방의회의 의원은 재선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어떠한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라 전개될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은 의정 활동 보고회, 민원 해결 및 예산 확보를 통한 지역구 돌봄, 의회 투표 및 연설 등 정치적 입장 표명을 기반으로 한 몸집 불리기 등 크게 3가지 방식을 통해 재선을 포함한 자신의 정치적 몸집 불리기에 충실히 임한다고 지적...
2024.06.20 10:12인공지능(AI)의 발전이 무섭다. 인간의 영역을 하나 둘 정복하고 있다. 일부 학계는 무섭도록 성장하는 AI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결국 언젠가는 인간도 AI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정점엔 여전히 인간이 존재한다. 이같은 논리는 진화하는 AI가 아직 인간을 넘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실 AI는 ‘인간이 생각하는 과정을 본떠서 생각할 줄 아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자’는 과학계의 도전에서 비롯됐다. ‘인공적으로’ 만든 지능은 ‘자연스러운’ 지능인 인간의 모조품과도 같다. ...
2024.06.18 17:12중국 북송시대 장괴애가 숭양현의 현령으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창고에서 황급히 뛰쳐 나오는 한 관리와 마주쳤다. 그를 조사해보니 창고에서 동전 한 닢을 훔친 것이 드러났다. 장괴애가 그를 곤장으로 다스리려고 하니 그 관리가 발끈하며 말했다. “어찌하여 겨우 동전 한 닢으로 저를 벌하시는 겁니까? 허나 저를 때릴 수는 있어도 죽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장괴애가 붓을 들어 판결문을 썼다. “하루에 한 닢이면 천일이면 천 닢이다. 먹줄에 쓸려 나무가 베이고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一日一錢 千日一千 繩鋸木斷 水滴石穿(일일...
2024.06.17 18:35농공단지는 농어촌 지역에 설립된 공업단지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격차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을 통해 농촌을 활성화하자는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된 것이다. 농공단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참 생소했다. 농업과 공업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라니, 말만 들어서는 어딘지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농공단지는 그 자체로 작은 도시와 같았다. 공장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사이에 농장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농업과 공업이 서로의 손을 ...
2024.06.17 11:09“위대한 신이시여. 나에게 복수의 힘을 주소서.” 서기 1218년.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칸이 서쪽으로 국경을 맞댄 호라즘 왕국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호라즘은 오늘날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크로드를 장악한 거대한 이슬람 왕국이었다. 낙타 500마리와 상인 500여 명으로 구성된 몽골의 사절단이 호라즘의 수도 사마르칸트에 도착한 그날, 재물에 눈이 어두웠던 호라즘은 그들을 모두 살해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칭기즈칸은 분노했다. ‘언덕에 올라 땅에 얼굴을 묻고 사흘 밤낮을 울며 신께 복수를 갈구...
2024.06.13 18:33지구는 공기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비, 바람 같은 기상 변화가 일어난다. 공기가 있어 새와 비행기도 하늘을 날수 있다. 지상에서 어느 높이까지 공기가 있는 걸까. 1890년대, 기상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풍선을 이용해 찾았다. 하늘로 올라갈수록 온도와 기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다. 전 세계 기상학자들은 오늘도 매일 같은 시간에 센서를 장착한 풍선을 띄운다고 한다. 풍선은 군사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폭탄이나 정찰용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풍선 폭탄 9300여개를 미...
2024.06.12 18:02‘오뉴월(양력 6~8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는 6~8월이며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벌써 곡성과 담양에서 11일 오전 올해 들어 첫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강원도에서는 지난 밤 첫 열대야까지 관측됐다. 폭염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때, 열대야는 밤 기온이 25도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올해는 폭염과 열대야가 심화될 것이라는 기상청에 관측에 따라 혹독한 여름나기가 예상된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는 한반도는 여름더위가 대단하다. 습도까지 높아 더위의 강도가 높다. 한낮 더위도 참기 힘...
2024.06.11 17:07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의미하는 단어인 메세나(Mecenat)는 로마 제국 초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의 측근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마이케나스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최고 권력자의 곁에서 철저한 그림자이자 막후 참모로 남으며 문(文)으로 왼팔 역할을 했다. 카이사르(시저) 암살 직후 그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경쟁자들을 꺾는 데는 마이케나스의 공작이 빛을 발했다. 교섭을 위해 밀사로 파견된 그는 공식 직함도 없었으나 고관들을 요리해 상황을 유리하게 바꿨다. 아마 상대방의 속내를 파악해 현실 인식을 바꾸게 하는 능력이 탁...
2024.06.10 18:19바야흐로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다. ‘가치소비’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행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기능만을 따지지 않고, 구매가 미치는 사회·환경·윤리적 영향까지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나 동물복지 등과 같은 다양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치소비는 확산하는 추세다. 기업들도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 향토기업인 보해양조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기념해 5·18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라벨을 ...
2024.06.09 16:24“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입니다.” 지난 2013년 2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 도봉구의 한 장애인 자립형 근로사업장을 찾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중증장애인 31명이 자활의 꿈을 키워가던 이곳은 기업이나 개인의 물품 등을 기부 받아 다시 판매하던 ‘굿윌스토어’. 일자리와 복지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박 전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도 “재활용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제가 꿈꾸는 ‘리사이클 도시, 서울’의 모습.”이라고 했다. 시장에 당선되기 전, 미국 굿윌 본부를 방문해 한국에서 굿윌을 시작해보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
2024.06.06 17:50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 영일만 일원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전 국민께 알렸다. 국내 기술진이 오랜 탐사와 시추를 해본 결과 서너 개 공(孔) 중 한 군데서 가스와 석유가 발견됐다. 물론 나온 건 소량으로 KIST에서 분석한 결과 질이 매우 좋은 석유로 판명이 됐다. KIST는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냈다. 산유국의 부푼 꿈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일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울산 동남쪽...
2024.06.04 17:34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피살 사건은 2000년 8월 발생했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됐던 15살 최모군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2심에서 범행 시인 후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을 확정했다. 이후 2003년 6월 진범으로 지목된 김모씨가 잡혔다. 김씨가 범행을 진술했음에도 불구,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다. 그로부터 16년 뒤인 2016년 11월 광주고법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
2024.06.03 18:30외교부가 비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주요국가 관계 정보 중 일본판, 즉 ‘일본개황’은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한일 외교관계 등을 담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해 개정한 ‘2023년 일본개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전에 발간된 ‘2018년 일본개황’ 등에는 상세히 기술됐던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발언과 역사 왜곡에 대한 내용이 대폭 삭제되고 축소됐기 때문이다. 2023년 일본개황을 살펴보면 맨 앞 페이지에 일본 국기(國旗), 국가(國歌)가 소개돼 있고 △일본의 정치제도 △대외관계 △방위·안보 △경제 △한·일 관계 등으로 ...
2024.06.02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