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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하나 있으면 먹고 사는데 뭔 욕심이 필요하겄어.” 지난 2017년 보성 벌교에 사는 서부덕 씨가 보성장학재단에 자신의 전 재산인 8000만 원을 기부했다. 25살 때부터 보따리 하나 싸 들고 전국을 떠돌며 온갖 생필품을 팔아 번 돈이었다. 50년 동안 보따리 장사만 했다는 그에게 보따리는 생계수단이면서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뭐든 싸고 담을 수 있고, 머리에 이고 허리에 질 수 있는 보따리야말로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게 서 씨의 회상이다. 보따리는 불과 40여 년 전까지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2023.04.25 17:36어떤 방면에 오랫동안 일해서 그 분야의 기술이나 기능에 뛰어나거나 관련 정보에 밝은 사람을 일컬어 ‘베테랑’이라고 한다. 숙련자, 전문가와 유사한 단어지만 베테랑은 오랫동안 종사했다는 것이 좀 더 강조되는 어감의 차이가 있다. 즉 전문가가 관련 직종에서 종사를 해서 경험을 쌓아올리면 베테랑이 된다. 베테랑이란 표현은 보통 기가막힌 실력을 발휘했을 때 보다는 위기를 부드럽게 넘긴다던가 경험에 따른 직관에서 나온 임기응변을 보여주었을 때처럼 주로 관록에서 나오는 능력을 칭찬할 때 자주 사용한다. 프로야구가 개막 한 달을 맞이...
2023.04.24 18:18불법 도청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워터게이트’다. 1972년 6월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돼 체포됐다. 이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닉슨 대통령과 보좌관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였다. 닉슨은 재임 중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기밀자료가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 요원에 의해 폭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NSA는 우방국 까지 망라해 전 세계 ...
2023.04.23 13:48지난 5일 울산에서는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여당의 참패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6일 개표 완료된 4·5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다. 교육감은 진보성향의 인사가 당선됐고 울산 남구의원(남구나)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여당 내부사 쑥대밭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울산은 국민의힘 텃밭이다. 현 여당의 수장인 김기현 대표, 박성민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심지어 김 대표는 울산시장을 지낸바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내...
2023.04.20 16:48요즘 동네에서 은행 점포나 ATM(무인자동화기기)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보편화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등 금융권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불러온 현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MZ세대 10명중 9명 가까이는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해 금융생활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은행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은행들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 줄이기에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말 7673개에서 지난해 말 5800개로 10년 사이...
2023.04.19 14:48‘봉투를 좋아하는 불량 선생, 김봉두’. 지난 2003년 개봉된 영화 ‘선생 김봉두’의 메인 카피다. 지각을 밥 먹듯 하고, 교장에게 매일 혼나는 문제 선생 김봉두. 술을 좋아하고, 공공연히 학부모에게 ‘돈 봉투’를 강요하는 그는 이름조차 ‘봉두’다. 이름이 상징하듯 학교에서 학생을 대하는 기준도 ‘어쩔 수 없이 받는다는 돈 봉투’ 였다. 돈 봉투 사건으로 오지 시골 분교에 발령 난 뒤에도 그는 ‘봉투’만을 좇는다. “학교에서 돈 봉투만큼 큰 위력을 가진 것은 없다.”는 게 김봉두 선생의 철학이다. 1988년 4월, 대우그룹 ...
2023.04.18 18:0416세기 독일 최고의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the Elder·1472~1553)가 그린 ‘젊음의 샘’은 청춘(靑春)의 의미가 심하게 뒤틀려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젊음을 갈망하는 노인들이 ‘젊음의 샘’에 몸을 담근 뒤 청춘을 되찾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샘에서 나와 회춘한 노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애를 나누고 시끌벅적한 연회를 즐기는 것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청춘을 얻고자 했던 이유가 말초적인 쾌락과 환락 때문이었다니. 작품 속 면면을 들여다보면 버나드 쇼의 ‘젊은이에게...
2023.04.17 18:05중국의 4대 미인은 춘추시대 서시와 전한시대 왕소군, 삼국시대 초선, 당나라 양귀비를 꼽는다.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고 이 4명의 별명을 이어 붙여 만든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는 말의 운율이 잘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태백, 백거이, 왕안석 등 시인 묵객들은 4대 미인에 대한 많은 시를 남겼다. ‘미모에 놀란 물고기가 물속으로 숨고(서시)/기러기는 나는 법을 잊고 땅에 떨어졌다(왕소군)/달은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고(초선)/꽃들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양귀비).’ 초선을 의미하는 폐월은...
2023.04.16 14:26‘옴천면장 맥주 따르듯 한다’는 말이 있다.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을 많이 내거나, 적게 따라주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1970년대 후반, ‘30대 도지사’로 유명한 고건 전 전남지사가 강진에서도 오지로 이름난 옴천면을 찾았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할 귀빈의 방문, 귀한 맥주 정도는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한 옴천면장이 읍내를 모두 뒤졌지만 미지근한 맥주 몇 병이 고작이었다. 결국 옴천면장은 맥주잔에 거품을 가득 채우는 방법으로 모든 손님에게 맥주를 한잔씩 대접했다고 한다. “화성에서 양조하는 첫 맥주가 될 것이다.” 지난 ...
2023.04.13 18:02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는 미국이 대한민국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했다는 내용이 다뤄진다. 경호실장 곽희천(이희준 분)이 경호실 직원들을 동원해 도청장치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와중에 들어온 대통령(이성민 분)이 전화기를 바닥에 집어던지며 “오만방자한 ××들, 대한민국을 얼마나 졸로 봤으면 대통령 책상에도 도청장치를 달아?”라고 호통을 친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은 곧바로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어떻게 동맹국 대통령을 도청할 수 있냐”고 추궁하며 “각하께서 그냥 넘어가시지 않을 거야, 미국에 강력히...
2023.04.12 12:48“어린 시절 봤던 작은 도서관이 나에게는 지식의 창이었다.” 미국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유명한 도서관 예찬론자였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그는 퇴역 군인의 개인 서고에서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 노동자와 어린이들의 지식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사업가로 거부가 된 그는 수천 만 달러의 재산을 기부해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무료 도서관을 건립했다. ‘도서관은 인류의 진보에 대한 나의 비전’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은 시리아 남부 에블라도서관이라고 한다. 기원전 25...
2023.04.11 18:00자연의 운행은 엄연하다. 4월 들어 봄비 내리고 따사로운 햇살 비치자 이곳 저곳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주말 나주에서도 작은 꽃잔치가 열렸다. 온 들판을 하얗게 덮은 배꽃에 달빛 흐뭇한 봄밤 서정을 나직하게 담을 수 있는 ‘나주 배꽃축제’이다. 달빛 숨소리 속에 떨어지는 배꽃의 낙화는 황홀하면서도 처연해, 마치 안거 마치고 운수(雲水) 떠나는 탁발승의 뒷모습을 닮았다. 배꽃을 소재로 봄날의 서정을 노래한 문인들이 많다. 목은 이색은 “한 그루 배나무 꽃 핀 아래/ 실바람 부니 경치 절로 번화해라/ 공중에 날릴...
2023.04.10 17:06‘봄비는 벼농사의 밑천이다’, ‘봄비는 쌀비’등등. 봄비와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게 봄비란 삶의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의 계절별 날씨 특성상 봄철에는 건조한 날이 많기 때문에 논에 물을 대기도 만만치 않아 봄비가 넉넉하게 내리면 농사짓기가 수월하고 풍년이 들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한 해 평균 1307.7㎜의 비가 내린다. 이중 상당수 비가 장마철에 쏟아진다. 장맛비는 겨울내 낮아진 댐 수위를 일시에 올리는 효과, 본격적인 영농철 용수로 활용된다. 반면 홍수 피해도 발생하기에 여...
2023.04.09 18:07올해 프로스포츠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심각하다. 성범죄, 뒷돈 요구, 배임 혐의, 승부조작 징계자 사면 등 도덕적 위험이 끊이질 않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할 도리를 다하지 않음을 탓하는 모럴 헤저드는 당초 보험시장에서 쓰이던 용어다. 보험이란 평소에 보험료를 납부해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보호를 하는 제도이다. 사람들은 보험 제도가 없을 때는 화재나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늘 조심했다. 그런데 보험이 나오자 가입자는 사고 발생에 따른 경제적인 사후 보...
2023.04.05 17:36“꿀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류의 미래마저 위협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다소 엉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지만 특정한 곤충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는 이례적이었다. 유엔이 주목한 것은 벌이 대규모로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였다. 2006년부터 시작된 벌집군 붕괴는 불과 2년여 만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유럽과 아시아까지 번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니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벌은 대략...
2023.04.04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