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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은 처음부터 멋이나 장식을 위한 신발이 아니었다. 중세 페르시아의 기마병이 말안장에 발을 고정하기 위해 신었던 실용적 구조물이 그 기원이다. 그 구조는 유럽으로 전파되며 귀족과 권력자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굽이 높을수록 지위도 높았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위로 향했다. ‘높게 보여야 한다’는 욕망과 ‘높은 자를 보고 싶다’는 심리가 맞물리며, 굽은 단순한 장치를 넘어 상징이 됐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경선과정에서 ‘키높이 구두’가 거론됐다. 최근 열린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왜 키높...
2025.04.22 17:35호남 화단의 종조라 불리는 소치(小癡) 허련은 순조 9년(1809) 남도땅 궁벽한 섬 진도 쌍정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즐겨 하던 허련은 20대 후반, 당대 최고의 학승 초의선사에게 학문을 배웠고, 녹우당의 공재 화첩을 보고 채법과 화법을 수양했다. 그림공부에 매달린 지 수 년, 소치가 33세 되던 해 초의스님은 허련의 습작 몇 점을 한양으로 보낸다. 조선 후기 예원의 마지막 불꽃 추사(秋史) 김정희의 화실이다. 그림을 본 추사는 허련을 단박에 한양으로 부른다. 이후로 추사의 문하에 입문해 본격적으...
2025.04.21 18:07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전혀 미안한 마음이나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경우에 쓰는 말이 있다.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의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이 말은 옛 중국 하나라의 제3대 왕 태강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왕위에 오른 태강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냥이나 놀이에 빠져 지냈다. 그는 처음부터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점점 민심이 흉흉해지던 어느날, 태강은 여전히 사냥만 하다가 이웃나라 유궁국의 왕 후예에게 귀로를 끊기고 결국 쫓겨나 비참하게 죽었다. 이에 그의 다섯 형제들은 나라를 망친 형을 원망하며 번갈아...
2025.04.20 18:19“인류의 역사를 바꾼 물질이 될 것이다.” 1879년 어느 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화학과 아이라 램슨 교수와 제자 콘스탄틴 팔베르크가 새로운 단맛을 내는 물질에 대한 공동논문을 발표했다. 석유의 불순물인 타르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산화 반응을 연구하던 그들은 실험이 끝난 후, 손을 씻지 않고 빵을 먹다 강한 단 맛을 느꼈다. 페인트 등을 만들 때 사용되던 톨루엔에 염소와 황산을 반응시킨 뒤, 암모니아를 더해서 만든 새로운 물질. 인체 유해 여부를 놓고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인공 감미료 사카린의 탄생이었다. “징역 2년...
2025.04.17 16:35“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열자(列子)’, 천서편의 고사, 기인지우(杞人之憂·기나라 사람의 걱정)에서 나온 말이다. 어떤 중국 기나라 사람이 있었는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 잠도 못자고 음식도 먹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지인이 하늘은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해와 달, 별이 떨어지지 않고, 땅 역시 기운이 뭉쳐 이뤄진 것이니 꺼지지 않는다고 충고한 데서 유래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등을 표현할 때 쓰는 천붕지괴(天崩地壞)(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라...
2025.04.16 16:49“사리는 찾지 말고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 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무소유를 삶의 신념으로 지킨 법정(法頂) 스님은 생전 유언에 따라 관도, 수의도 없이, 화장된 뒤 강원도 수류산방 인근에서 비공개로 산골(散骨) 했다. 중국의 덩샤오핑(등소평)도 “각막은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쓴 다음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실천했다. 그의 유골은 홍콩 앞바다와 중국과 대만 사...
2025.04.15 17:43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전국 지자체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각 지자체의 현안 사업들을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번 대선을 기회로 보고, 공약 반영에 총력을 쏟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 현안 대부분이 외면받았던 터라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있는 이번 대선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 더구나 광주·전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어서 윤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공약...
2025.04.14 18:33스페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는 지난 2009년 구글에서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 부채 및 재산 강제 매각’(1998)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다. 당시 빚 때문에 집을 내놓아야 했던 상황에서 압류된 부동산의 경매 공고문까지 첨부된 기사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사건 또한 그의 입장에선 10여년 전 해결된 일이었다. 곤잘레스는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스페인 정보보호청을 통해 신문사와 구글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보보호청은 ‘신문사의 보도’는 ‘언론의 자유’에...
2025.04.13 17:44“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영국 시인 엘리엇의 대표작 ‘황무지’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 시는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싹을 틔워내는 생명의 버거운 삶을 역설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이해된다. 줄탁동시의 지난 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계절, 어쩌면 새 생명을 꽃피우기 위한 어린 싹에게는 한겨울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지 모를 일이다. 눈 덮인 겨울,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랑하는 이의 무덤이 봄비에 파랗게 모습을 ...
2025.04.10 17:29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 결정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중요한 순간이었다. 주요 외신들이 긴급 보도를 내보낸 것도 그 의미가 단순한 국내 정치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AP,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그 배경과 의미, 국민 반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며, 한국...
2025.04.09 14:14모두 입을 모아 ‘어른 없는 시대’라 말한다. ‘어른 같은 어른’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한탄스럽다. 일명 꼰대만 가득한 시대에 진정한 어른은 없을까? 몇년 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새삼 화제다. 경남 진주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일대기다. 100억원이 넘는 사비로 학교를 세우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부를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던 주인공의 삶은 ‘꼰대 시대’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김장하 선생의 후원으로 성장했던 한 청년 역시 ‘좋은 어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가...
2025.04.08 17:43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2년(2023~2024년) 간 광주·전남지역에서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만1479건(광주 8781건·전남 1만269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광주의 경우 2023년 4796건에서 2024년 3982건으로 16.9% 줄었고 전남은 2023년 6574건에서 2024년 6124건으로 6.8%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데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연말 단체 행사나 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
2025.04.06 17:43‘국민의 신뢰에 명백한 손실을 줬고, 법과 정의를 손상시켰다.’ 1974년 7월 29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했다. 1972년 3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 대통령은 1976년 치러진 대선에서 미 대통령 역사상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과정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내몰렸다. 수차례 자신과의 관련성도 부인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백악관이 관련됐다는 것이 밝혀지고 의...
2025.04.03 17:38논어에 이르기를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량, 군사력, 백성들의 믿음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공자가 말했다. “군사력이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나머지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요?”하자 공자는 “식량이다. 절대로 백성들의 믿음은 버려선 안된다. 그것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이 결정됐다. 오는 4일이다. 모두들 단단히 마음 잡수셨으리라 생각한다. 광주·전남의 미디어들은 그날 대부분 근무다. 호외를 만들기 위해 아침부터 ...
2025.04.02 18:08‘치유 불가능.’ 1901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 지리학자 겸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쓴 저서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라고 묘사하면서도 “나무 하나 없는 산봉우리가 사납게 내려다보는 모습은 암담하고 황폐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흔히 흰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됐다. 나무 한그루 없는 붉은 땅에서 흰옷을 입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황폐한 산림은 육안으로 보기에만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그 땅을 터전으로 사는 국민들의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
2025.04.01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