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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는 지난 2009년 구글에서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 부채 및 재산 강제 매각’(1998)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다. 당시 빚 때문에 집을 내놓아야 했던 상황에서 압류된 부동산의 경매 공고문까지 첨부된 기사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사건 또한 그의 입장에선 10여년 전 해결된 일이었다. 곤잘레스는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스페인 정보보호청을 통해 신문사와 구글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정보보호청은 ‘신문사의 보도’는 ‘언론의 자유’에...
2025.04.13 17:44“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영국 시인 엘리엇의 대표작 ‘황무지’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 시는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싹을 틔워내는 생명의 버거운 삶을 역설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이해된다. 줄탁동시의 지난 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계절, 어쩌면 새 생명을 꽃피우기 위한 어린 싹에게는 한겨울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지 모를 일이다. 눈 덮인 겨울,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랑하는 이의 무덤이 봄비에 파랗게 모습을 ...
2025.04.10 17:29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 결정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중요한 순간이었다. 주요 외신들이 긴급 보도를 내보낸 것도 그 의미가 단순한 국내 정치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AP,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그 배경과 의미, 국민 반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며, 한국...
2025.04.09 14:14모두 입을 모아 ‘어른 없는 시대’라 말한다. ‘어른 같은 어른’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한탄스럽다. 일명 꼰대만 가득한 시대에 진정한 어른은 없을까? 몇년 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새삼 화제다. 경남 진주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일대기다. 100억원이 넘는 사비로 학교를 세우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부를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던 주인공의 삶은 ‘꼰대 시대’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김장하 선생의 후원으로 성장했던 한 청년 역시 ‘좋은 어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가...
2025.04.08 17:43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2년(2023~2024년) 간 광주·전남지역에서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만1479건(광주 8781건·전남 1만269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광주의 경우 2023년 4796건에서 2024년 3982건으로 16.9% 줄었고 전남은 2023년 6574건에서 2024년 6124건으로 6.8%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데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연말 단체 행사나 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
2025.04.06 17:43‘국민의 신뢰에 명백한 손실을 줬고, 법과 정의를 손상시켰다.’ 1974년 7월 29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탄핵을 결의했다. 1972년 3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 대통령은 1976년 치러진 대선에서 미 대통령 역사상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과정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는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내몰렸다. 수차례 자신과의 관련성도 부인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백악관이 관련됐다는 것이 밝혀지고 의...
2025.04.03 17:38논어에 이르기를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식량, 군사력, 백성들의 믿음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공자가 말했다. “군사력이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나머지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요?”하자 공자는 “식량이다. 절대로 백성들의 믿음은 버려선 안된다. 그것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이 결정됐다. 오는 4일이다. 모두들 단단히 마음 잡수셨으리라 생각한다. 광주·전남의 미디어들은 그날 대부분 근무다. 호외를 만들기 위해 아침부터 ...
2025.04.02 18:08‘치유 불가능.’ 1901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 지리학자 겸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쓴 저서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라고 묘사하면서도 “나무 하나 없는 산봉우리가 사납게 내려다보는 모습은 암담하고 황폐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흔히 흰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됐다. 나무 한그루 없는 붉은 땅에서 흰옷을 입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황폐한 산림은 육안으로 보기에만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그 땅을 터전으로 사는 국민들의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
2025.04.01 17:38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나의 상태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 있다면 ‘벨트슈메르츠(Weltschmerz)가 아닐까 싶다. 독일 작가 장 파울(Jean Paul)이 1827년 자신의 소설 ‘셀리나(Selina)’에서 처음 사용한 이 단어는 ‘세계의 고통’이라는 뜻으로, ‘무자비한 세상 속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느낄 때 밀려드는 우울이나 고통 또는 슬픔’ 정도로 해석된다. 예상치 못한 계엄과 제주항공 참사, 미뤄지는 탄핵 선고로 인해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의 상태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2025.03.31 18:10산 좋고 물 맑은 남도는 예로부터 도기와 자기를 만들기에 참 좋은 땅이었다. 영산강 삼백리 물줄기 따라 펼쳐진 너른 들판은 질 좋은 태토를 선물했고, 깊은 산자락을 내려 푼 지리산, 무등산, 월출산, 천태산은 풍부한 땔감을 제공했으니 도자문화를 꽃피우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한국 도자문화의 원형이요, 본향인 남도는 광주 무등에서 땅끝 해남, 고흥반도에 이르기까지 도자문화가 융성한 지역이 여러 곳 있다. 널리 알려진 문화자산으로는, 그릇에 최초로 유약을 바른 ‘영암 시유도기’, 서민들의 고려청자 ‘해남 녹청자’, 추상과...
최도철 미디어국장2025.03.30 17:08‘정치인 이재명’에 대해 기대가 컸던 때가 있었다. 2016년 즈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벚꽃 대선’ 열차가 가시화될 당시, 이재명은 많은 국민들에게 ‘사이다’로 통했다. 뭔가 갑갑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 그는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는 게 대표적이다. ‘새누리당과 재벌 기득권자, 박 대통령을 역사...
2025.03.27 17:40중국 춘추시대 중엽 막강한 초나라와 진나라가 대립할 때였다. 두 나라는 서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의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3년 후 다시 대립하게 됐다. 당시 진나라의 장군 낙서는 초나라와 맞서 싸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부장군 범문자는 “오직 성인만이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유성인 능외내무환)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소(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자비성인 외녕필유내우). 초나라와 정나라는 놓아두고 밖으로부터...
2025.03.26 18:33“자신을 지도자로 선출한 구성원을 믿지 않고, 자신을 돕는 동료들과의 협조도 거부한다. 극단적으로 우유부단해 책무를 망각하거나 지나치게 독단적이라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 너무도 게으른 나머지 남들이 보기에 솔선수범한다는 인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래의 비전을 위한 혁신 따윈 더더욱 없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일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15년간 정치 현장을 경험한 저널리스트였던 네이선 밀러가 쓴 ‘최악의 대통령’에서 밝힌 최악의 지도자의 덕목이다. 저자는 최악의 대...
2025.03.25 17:56동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무엇일까. 동전 던지기 게임이 생각난다. TV 중계 등을 통해 종종 봐왔던 모습 때문이다. 주로 축구 경기에서다. 경기 시작 전, 주심이 양 팀 주장을 불러 동전의 앞뒷면을 고르게 한다. 맞춘 팀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동전은 딱 두 개의 면만 있다. 앞뒷면이 나올 수학적 확률은 각각 50%다. 누구나 공정한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온전한 운에 맡기고 싶을 때, 동전을 던진다. ‘동전의 양면’이란 말도 자주 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존재하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말한다. 닮은듯 하면서도 닮지 ...
2025.03.24 17:53“너 몇살이야. 민증 까 봐!” 서로 간 나이를 모르는 사이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자주 듣는 말이다. 나이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줄여서 ‘민증’이라고 칭하는 주민등록증은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신분증이다. 주민등록증의 원조는 조선시대 ‘호패(號牌)’다. 조선 태종 때 조세 징수와 군역 부과 등을 위해 호패법을 실시해 16세 이상 남자에게 지니게 했다. 나무로 된 호패에는 이름과 지역, 신분 등이 기록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총...
2025.03.23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