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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재명’에 대해 기대가 컸던 때가 있었다. 2016년 즈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벚꽃 대선’ 열차가 가시화될 당시, 이재명은 많은 국민들에게 ‘사이다’로 통했다. 뭔가 갑갑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 그는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는 게 대표적이다. ‘새누리당과 재벌 기득권자, 박 대통령을 역사...
2025.03.27 17:40중국 춘추시대 중엽 막강한 초나라와 진나라가 대립할 때였다. 두 나라는 서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의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3년 후 다시 대립하게 됐다. 당시 진나라의 장군 낙서는 초나라와 맞서 싸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부장군 범문자는 “오직 성인만이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유성인 능외내무환)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소(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자비성인 외녕필유내우). 초나라와 정나라는 놓아두고 밖으로부터...
2025.03.26 18:33“자신을 지도자로 선출한 구성원을 믿지 않고, 자신을 돕는 동료들과의 협조도 거부한다. 극단적으로 우유부단해 책무를 망각하거나 지나치게 독단적이라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 너무도 게으른 나머지 남들이 보기에 솔선수범한다는 인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래의 비전을 위한 혁신 따윈 더더욱 없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일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15년간 정치 현장을 경험한 저널리스트였던 네이선 밀러가 쓴 ‘최악의 대통령’에서 밝힌 최악의 지도자의 덕목이다. 저자는 최악의 대...
2025.03.25 17:56동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무엇일까. 동전 던지기 게임이 생각난다. TV 중계 등을 통해 종종 봐왔던 모습 때문이다. 주로 축구 경기에서다. 경기 시작 전, 주심이 양 팀 주장을 불러 동전의 앞뒷면을 고르게 한다. 맞춘 팀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동전은 딱 두 개의 면만 있다. 앞뒷면이 나올 수학적 확률은 각각 50%다. 누구나 공정한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온전한 운에 맡기고 싶을 때, 동전을 던진다. ‘동전의 양면’이란 말도 자주 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존재하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말한다. 닮은듯 하면서도 닮지 ...
2025.03.24 17:53“너 몇살이야. 민증 까 봐!” 서로 간 나이를 모르는 사이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자주 듣는 말이다. 나이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줄여서 ‘민증’이라고 칭하는 주민등록증은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신분증이다. 주민등록증의 원조는 조선시대 ‘호패(號牌)’다. 조선 태종 때 조세 징수와 군역 부과 등을 위해 호패법을 실시해 16세 이상 남자에게 지니게 했다. 나무로 된 호패에는 이름과 지역, 신분 등이 기록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총...
2025.03.23 18:13지난 2008년 초,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R의 지표’라는 지수를 발표했다.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recession’의 첫 글자 ‘R’을 딴 신조어로 일종의 경기 침체를 파악하기 위한 척도였다. 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할수록 가까운 미래,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경제가 둔화나 정체를 넘어 공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담겼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경기침체로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R의 공포’였다.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빗댄 ‘S의 공...
2025.03.20 17:25‘폭싹 속았수다’. 뜻도 모른 채 샛노란 유채꽃밭에 담겨있는 아이유와 박보검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눈멀어 서로에게 완전히 코가 꿰인 연인들의 인생 이야기쯤인 줄만 알았다. 드라마를 보기 전, 제주에 연고가 없는 이들은 아마 ‘폭싹 속았수다’가 ‘무척 수고(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인지 대부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하고 나면 광례와 애순, 또 금명까지 이어지는 제주 여인들의 삶은 물론, 무쇠 같은 관식, 일평생 찬 바다에 몸을 담그며 ‘애순 지킴이’를 자처하는 해녀 이모들, “확씨”만 외쳐대는 남편에 이골이...
2025.03.19 18:17“밥알이 몇 개고?” 인기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조리장과의 대화 장면에서 한 말이다. 해당 장면은 실제 삼성전자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일화 중에 하나다. 이병철 회장은 스스로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던 신라호텔 조리부장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를 물어봤다고 한다. 당황한 조리부장 앞에서 이 회장은 “점심에는 식사용 한 점에 320알이 맞고, 저녁에는 안주로 많이 먹으니 280알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리부장을 향해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 이말을 명심해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의 경영철...
2025.03.18 17:38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경제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한민국도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무역통상 협상...
2025.03.17 15:22지난달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해당 초등학교 1학년인 김하늘 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며 A씨는 맨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 아이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초 예정된 6개월 휴직보다 훨씬 빠른 20여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고 복직 40일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A씨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늘 화가 난 얼굴이었다며 휴직계 전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사건은 △정신질환 교사 분리 △돌봄 교실의 허술한 안전 관리 보완책 등 두 가지 과...
2025.03.16 18:111976년 8월 1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하계올림픽에서 레슬러 양정모가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레슬링 자유형에 출전해 대한민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양정모. 공교롭게도 이날은 꼭 40년 전인 1936년 8월 1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토너 손기정이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달고 애국가 대신 ‘기미가요’를 들어야 했던 날이었다. 그 만큼 그의 금메달은 한국인에게 감동이었고 자부심이었다. 그 해 연말 최고 뉴스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과 신안 해저보물 인양 등을 제치고 양정모의 금메달이 차지할 정도였다. ...
2025.03.13 17:17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전국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은 그 중에서 가장 최선봉이다. 양 광역 지자체장이 1인시위에 나섬은 물론 구청장도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수막을 게재했다. 시민들은 밤이되면 거리로 나오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1980년 헬기 총탄이 박혀 있는 전일빌딩에는 어디서도 볼수 있는 큰 현수막도 걸려져 있다. ‘광주가 왔다 파면이 온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파생된 듯 한 이 문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25.03.12 18:20“노인네들 겨울 잘 보내라꼬 나무를 이레 해 놓고 떠났다 아임니꺼.” 300만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독립영화 ‘워낭소리’속 명대사다. 땔감을 짊어지고 함께 고개를 오르는 최원균 할아버지와 소를 한 프레임에 잡은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 소는 마지막 기력을 다해 노 부부에게 준 ‘최후의 선물’이었다. 숨을 거두기 전 할아버지는 소를 평생 옥죄었을 고뚜레와 워낭을 풀어준다. 워낭소리는 30년 넘게 오랜 파트너였던 사람과 소의 교감이 주는 진한 감동을 준 영화다. ‘워낭소리’의 영어 제목은 ‘오랜 동반자(...
2025.03.11 17:34고대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윤리에서 발전한 양심(conscience)의 어원은 conscienti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함께 나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Con과 ‘지식’이라는 뜻을 가진 scientia가 결합해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구와 아는 것을 나누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크라테스가 양심을 ‘내면의 목소리’라고 정의내린 것을 생각해본다면 ‘나 자신과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뜻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이를 기반으로 해석한다면 양심이라는 단어의 뜻은 ‘내가 아는 어떤 것...
2025.03.10 18:00계절의 변화는 색으로 온다고 했던가. 경칩(驚蟄)이 지나자 바람에 물기가 배고, 담장너머 벚나무, 매실나무 엷은 가지에 붉은빛이 감돈다. 봄의 신열에 마당가에 심은 수선화, 튤립, 작약도 새색시 손톱같은 순을 일제히 내밀었다. 매서운 겨울고개를 넘어 온 봄의 전령사들이다. 춘삼월이 다 되도록 맵찬 바람이 불고 눈까지 내려 예년보다 늦었다고는 하나, 이곳에서 저곳에서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방송을 탄다. 이맘때면 섬진강 다압마을에서, 지리산 산동마을에서 어김없이 꽃축제가 열린다. 한겨울 지나 봄...
2025.03.09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