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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은 사사로움이 없으니 머무는 곳마다 푸짐하고/도량이 큰 천지는 나를 한가하게 버려두네/아늑하게 거닐다보면 만사가 절로 잊히고/드러누워 허공을 바라보니 지친 새가 돌아오누나.” 여말선초 학자로 활동하던 탁광무(1330~1410) 선생이 광주 석곡동 인근에 정자 경렴정을 짓고 은둔했다. 당대 정몽주, 정도전, 이색 등과 교류가 깊었던 선생. 고려말, 신돈 의 전횡에 맞서다 광주로 낙향했던 그는 고려를 이끌던 몇 안되는 ‘권문세족’이었다. 광주를 뿌리로 둔 토성 광산 탁씨의 대표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지난 1879년 발행된 ...
2025.02.27 17:03지난해 전남산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7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3.3%나 증가했으며, 전국 평균 증가율(7.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다. 수출 첨병 역할은 다름 아닌 김이 해냈다. 전남산 김은 전 세계적으로 ‘김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년보다 46.1% 증가한 3억6000만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전남의 김 수출액은 지난 2010년 1000만 달러로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로 껑충 뛰어 올랐다. 김 수출시장도 미국, 일본, 중국 등 전통적인 ...
2025.02.26 17:59조선시대 한양도성 4대문을 기점으로 대략 10리까지의 외곽지역을 성저십리(城底十里)라 불렀다. 이 성저십리는 요즘으로 치면 개발제한구역이었다. 성저십리 지역에서는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했고, 산을 깎아 묘지로 쓰는 일도 못했다. 배고픈 백성들이 산에 올라 나무뿌리를 캐먹거나 풀을 태우는 것도, 산에 있는 돌도 함부로 가져갈 수 없었다. 성저십리에서 일반 백성들의 생활을 규제한 것은 도성에 살던 왕과 왕족, 고위 관리와 사대부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시대 성저십리를 보호한 목적은 요즘의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
2025.02.25 17:39아들이 어려 묘지 가까운 곳에서 사니 장사(葬事)를 지내는 흉내를 내고, 시전 근처로 옮기니 물건 파는 흉내를 내어 글방 근처로 이사해 공부를 시켰다는 맹자의 어머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자식 교육에 대한 열의와 지혜로운 어머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말이었다. 허나 오늘날 극단적인 교육열을 내비치는 학부모들의 모습과도 연결되며 어느새 조롱과 풍자의 대명사로 변모하기도 했다. 이런 풍자를 십분 활용해 최근 유튜브와 SNS를 장악함은 물론 중고거래 플랫폼에까지 폭풍 같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제이미맘’이다...
2025.02.24 18:06‘데이터센터’(Data Center)는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설이다. 쉽게 말해 거대한 ‘디지털 창고’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서비스, 금융거래, 기업 운영, 인공지능(AI)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저장 공간이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설립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 AI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인프라의 중요성이 ...
2025.02.23 17:11“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고려시대 불렸다고 전해지는 ‘청산별곡’은 고려말, 수백 년 이어진 혼란한 정국에 집을 떠나 떠돌던 유랑민의 절망과 꿈을 읊은 노래다. 거란과 몽고의 외침에 이어 기득권의 내란과 무신정권까지 수차례 내우외환을 겪어야 했던 백성들. 그들에게 마지막 꿈은 청산에 들어가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이었다. 이상향으로 생각했던 ‘청산’도 단순한 자연을 넘어 희망이었고 머루와 다래는 세속을 떠난 사람들이 먹는 선식(仙食)의 상징이었다. ...
2025.02.20 17:03새해 들어 구례·담양군 등 전남 시군 곳곳에서 농촌진흥시범 사업 일환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보급하는 등 잘 사는 농촌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기후 변화와 병충해 문제 해결책으로서의 식품 안전성 향상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스마트 팜이라는 용어는 최신 기후 정보 기술을 활용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모니터링하고 자동화 및 원격 제어를 통해 농작물의 품질 개선과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공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는 스마트 팩토리와...
2025.02.19 18:24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 위작(僞作) 논란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위작 논란이 된 1977년 작 ‘미인도’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다. 그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이후 그의 소장품인 미인도는 국가로 귀속, 국립현대미술관에 입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 공직자가 소유한 작품이라 위작이라고 의심조차 안했다. 천 화백이 1991년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하기 전까지 말이다. 천 화백의 위작 주장에도 불구,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김재규 소장품이었다가 국가에 환수돼 미술관으...
2025.02.18 17:34지난 주말인 15일, 광주에 보수를 자처하는 내란 세력 동조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어떤 광기가 저들을 광주로 모이게 했는지는 알수가 없으나, 광주는 그저 의연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무리들이 이 도시로 쳐들어 온 때를 시민들은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침략자에 비한다면 이날은 그저 애교에 가까웠을수도 있다. 다만 의연했지만 물렁하지는 않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외치는 당당함부터 “광주 왔으니 맛있는 밥이나 먹고 가라”는 해학까지 광주는 그저 광주였다. 더불어 그들은 실수를 하나 했다....
2025.02.17 17:37지난 주말, 광주 충장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보수성향 기독교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국가비상기도회는 금남로 3~4가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금남로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안정을 위한 것이였으며,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니 만큼 탄핵은 타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은 금남로 1~3가에서 제14차 광주시민...
2025.02.16 17:41“한국의 사찰이 세계인이 지켜볼 월드컵 최대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6개월여 앞둔 2001년 12월의 어느 날, 서울 수유동 화계사 성광 스님이 외국인을 위한 템플스테이라는 구상을 내놨다. 월드컵을 앞두고 취약한 관광 인프라와 숙박시설을 전통사찰이 보완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가능성을 알아본 문화관광부는 즉시 10억원의 예산을 만들었고, 이듬 해 광주 증심사와 무각사, 해남 대흥사·미황사, 순천 송광사,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등 전국 31개 고찰을 템플스테이 사찰로 선정했다. ‘경쟁력이 뛰어난 우리의 ...
2025.02.13 17:40문학의 원초적인 형태인 구비문학(口碑文學)은 ‘말로 된 문학’을 의미한다. 글로 된 기록문학과 구별되며, 다른 말로 구전문학(口傳文學)이라고도 한다. 구비와 구전은 대체로 같은 뜻이다. 굳이 구별하자면 구전은 ‘말로 전함’을 뜻하는데 그치지만, 구비는 대대로 전하여 오는 말이라 할 수 있기에, 구전문학보다 구비문학이 더 적절한 용어다. 구비문학은 예로부터 설화, 민요, 무가, 판소리, 민속극 같은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졌다. 많고 많은 구비문학 가운데 이름만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 있다. 코끝에서 호흡이 멈추는 순...
2025.02.12 15:42“불타는 태양의 계절에는// 사람이 지치고 개도 지치고 소나무도 시든다 // 그러나 뻐꾸기는 울기 시작하고 호도애와 오색방울새의 노래가 들린다. // 산들바람은 상쾌하게 불지만//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닥쳐 // 소나기를 내리게 하여 목동을 당황케 한다. // 공포와 불안에 목동은 지치고 //번개는 달리고 뇌성은 울리며 // 파리와 말벌이 떼를 지어 미친 듯이 난다.”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역작인 ‘사계’(四季) 중 ‘여름’의 소네트(Sonnet·작은 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됐다. 평온...
2025.02.11 17:39공자는 천하의 도덕이 무너지자 붓을 들었다. 요, 순, 우, 탕, 문, 무, 주공으로 이어온 왕도정치가 무너지고 신하가 임금을, 자식이 아비를 시해하고 권력을 찬탈하는 세상을 더 방치했다가는 명덕(明德)의 세상은 참으로 요원하다고 여겨 작심하고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역사서를 ‘춘추(春秋)’라 일컫는다. 공자가 유교 경전 춘추를 쓰자 당대의 폭군들이 떨었다. 그의 붓 끝에서 임금답지 못한 임금은 강등되었고 권력의 숨은 악은 그 오명이 만고에 전해졌다. 엄중하게 역사를 기록하는 공자의 붓끝은 그만큼 위용을 자랑했다...
2025.02.10 18:06참과 거짓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참말은 세상을 밝혀준다. 거짓말은 세상을 어둠으로 만든다. 둘을 가리는 잣대는 하나다. ‘있는 것(사실)’인지 여부다. ‘있는 게’ 맞으면 참말이고, 아니면 거짓말이다. 성경에선 카인의 거짓말이 대표적이다. ‘아담과 이브’의 장자인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인 뒤 ‘아우가 어디 있느냐’는 신의 물음에 “알지 못합니다”라고 답했다. “모른다”는 말은 살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거짓말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여러 편 실려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양치는 소년’이다. 목동은...
2025.02.09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