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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각자의 '속사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사전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의 형편'을 속사정이라고 정의한다. 비가 마을을 덮쳐 모든 것을 쓸어간 지 한 달여가 지날 즈음 찾은 구례 양정마을. 지난 8월 수마가 할퀴고 간 이 곳 주민들에게 속사정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무너져버린 삶의 터전을 어떻게든 복구해보려는 그들에게는 겉으로 드러난 절망, 포기 등의 '겉사정'이 곧 '속사정'이었을 뿐이다. 비에 젖어 곰팡이가 피어 버린 장독대를 연신 물로 씻어내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처음 그는 자택 앞에서 서성거리며 질문을 하려는 외...
김해나 기자2020.09.14 16:132020년은 너무나도 다사다난하다. 그동안 조용했던 한 해가 있었냐 싶지만은 올해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올해를 서기 2020년이 아닌 '코로나 1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다. 생전 처음 들어봤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익숙해졌고, 미세먼지가 자욱했던 날에만 챙겼던 마스크가 이제는 일상품이 돼버렸다. 평화롭던 일상 역시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는커녕 매일같이 학교에서 마주했던 친구들의 얼굴마저 보기...
김은지 기자2020.09.09 13:25유년시절 소꿉놀이 하며 '역할놀이'를 한 기억이 있다. 남자는 '아빠'역할을, 여자는 '엄마' 역할을 한다. '역할놀이' 중 사소한 다툼이라도 나면 담임 선생님은 다툼이 발생한 원인을 알기 위해 양쪽 이야기를 듣고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라고 지시한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각자의 역할과 입장(의견)이라는 것이 있다. 이번 의료사태 중 △10년간 의과대학 정원 4000명 증원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공공 의대 설립 △한방 첩약의 급여화 △원격 비대면 진료 허용 '4가지의 제안'을 놓고 팽팽한 '역할놀이'는 지속됐다. 4가지 제안에 반대하...
조진용 기자2020.09.07 15:27지독한 2020년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전염병 문제가 사실상 수도권과 대구 등 특정 몇몇 지역의 문제라 생각했고, 코로나 사태는 금세 종식될 줄 알았다. 당시 정부도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틀렸다. 대구의 신천지 집단 감염은 작은 불씨에 기름을 붓듯 코로나를 전국에 퍼트렸다. 확산이 잠잠해질 때쯤 여름 휴가 시즌과 일부 단체 행동으로 현재 전국은 또다시 코로나 비상사태다.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의 역할을 맡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18개의 부와 5개의 처 17개의...
최원우 기자2020.09.03 17:46"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알을 깨고 나오듯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 헤르만헤세 '데미안' 중 싱클레어는 부모·학교·규범으로 표상되는 '알'을 깨부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엔 반항하고 또 고뇌하는 싱클레어가 막연히 부러웠다. 그에겐 '알'의 존재를 일깨워준 데미안이 있었고, 껍질을 깨고 나가려는 용기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싱클레어로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전국적으로 39만명, 광주에만 매년 1500여 명의 학교밖청소년들이 생겨난다. 학교라는 첫 번째 ...
양가람 기자2020.08.25 14:54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다. 지난 6월24일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29일까지 계속됐다. 36일간 지속되는 장마다. 남부지방 평년 33일 기록보다 3일 더 긴 기록이다. "예년보다 긴 장마, 추운 여름, 다습한 기온…". 날씨는 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예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식물은 병이 나거나 썩어간다. 장마전선이 남부지방을 휩쓸 때마다 농업 관계기관은 "병해충 방제에 적극 신경을 써달라"고 지시하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NO농약'으로 농사를 짓던 친환경 농가들이다. 최근 취재차 친환경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한 농민을...
최황지 기자2020.07.29 16:08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던 날, 아이가 선물처럼 우리 집에 찾아왔다. 길가에서 기적처럼 발견된 아이의 휑한 목엔 '복동이'라는 이름표가 걸렸고, 복동이는 가족이 됐다. 이따금 복동이의 옛 이름이 궁금했다. 주인은 누구였고, 복동이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줬을까. 창가에 놓아둔 화분에서 흙을 파먹거나 간식을 몰래 숨겨두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제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겠다 다짐했다. 사람은 이미지로 과거를 떠올리지만, 강아지는 감각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취재차 방문한 유기동물보호소에는 이름을 '잃은' 동물 500여 마리가 있었다. 보...
양가람 기자2020.07.20 13:03'풀뿌리 민주주의'란 민중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민중의 지지를 받는 대중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대의제에 기초했던 간접 민주주의와 달리, 시민 운동이나 주민 운동 등 방식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정치 행위에 참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의회, 기초의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광주시 기초의회 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이들이 '민주주의'와 '지역주민'에 대한 관심이 과연 풀 한 포기만큼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광주 북구의회는 소속 의원 20명 중 무려 9명이 개인의 영리 거래...
곽지혜 기자2020.07.07 12:56"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 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 시 '6월이 오면' 중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리지즈는 6월을 청춘의 낭만 쯤으로 묘사한다. 그에게 6월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편지 쓰기 좋은 달이었다. 2020년 6월, 대한민국의 수많은 발달장애 부모가 먼저 간 이들과 발달장애 자녀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낭만이 아니라 비극에 가까웠다. 어떤 글은 시가 되어 하늘에 닿았고, 어떤 글은 미처 발화(發話)되지 못...
양가람 기자2020.06.16 13:52무안군이 발주를 앞두고 있는 90억원 규모의 연약지반공사가 논란이다. 이 사업은 성남5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 정비사업으로 침하가 우려되는 무안군 무안읍 성남리 일대 8개소의 지반을 보강하는 공사다. 추정공사비만 82억원이며, 설계용역까지 감안하면 90억원을 육박한다. 무안군은 사업추진을 위해 최근 '성남 5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 정비사업 실시설계용역 지하공동보강공법 기술제안'이란 이름으로 공고를 낸 상황이다. 응모자격은 보강공법 신기술(특허) 보유자 또는 신기술 개발자와 협약 체결 업체가 대상이다. 현행법상 '신기술 권장'을 유도하지만 자치단체별로 일반공법 시행도 많이 하는 추세다. 어떤 공법을 적용하는 것이야 지자체의 재량권이니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무안군이 고집하는 특수공법은 왜 '특혜'로 보여지는 걸까. 시간을 거슬러 올해 초 무안군은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그런...
무안=성명준 기자2020.06.09 16:1027일 부활제를 끝으로 5·18 40주년도 지나간다. 올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념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극우단체들은 5·18 폄하 집회를 열겠다며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40년 만에 마침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행방불명자와 암매장, 책임자 발굴에 착수했다.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 미완의 과제로 끝난 5·18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런가 하면 전두환씨가 5월을 앞두고 광주를 찾아 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
김진영 기자2020.05.27 14:59"죽음의 공평한 발걸음은 가난한 자의 오두막집과 임금의 궁궐을 모두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 호라티우스 로마시대 시인 호라티우스에게 죽음은 이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 죽음의 발걸음은 공평하지 않았다. 죽음은 늘 가난한 자의 집 앞에 일찍 도착했고, 가난한 자의 대문을 먼저 두드렸다. 지난 4일 광주 한 아파트 자택에서 택배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날 오전 6시께 잠을 자던 중 '악' 소리를 지르고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한 시간여 만에 숨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하루 평...
양가람 기자2020.05.12 13:13"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카뮈는 이 소설에 먼저 '구금된 사람들'이란 제목을 달고 '불안과 절망에 빠진 구금된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묘사했다. 1940년대 오랑시 사람들의 눈빛에서 2020년 대한민국 시민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많이 바꿔놓았다. 원래대로라면 개학이네 총선이네 가장 바빴을 시기건만 봄꽃의 향기조차 맘편히 맡을 수 없게 돼 버렸다. 마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세상은 역동성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됐고, 많은 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누군가는 불안 속에, 누군가는 재정비를 위해 조금은 느린 템포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자신을 돌보기는커녕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다. ...
양가람 기자2020.03.23 13:21한빛3호기 외벽에서 철근이 나왔다. 긴급회의까지 소집됐다. 그러나 정작 철근은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주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역주민들의 규탄은 한빛본부의 소통 방식에 집중됐다. 한빛3호기 외벽에서 철근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그새 지역주민과 한빛본부 사이에 실무회의가 7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한빛본부는 한 차례도 철근이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빛본부 관계자들은 "나중에 알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주민들은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빛본부의 불통 논란은 어제 오늘 문제가...
김진영 기자2020.03.19 14:09'띵동!' 배달 라이더 A(18)군은 휴대전화에 뜬 콜(주문)을 확인하자마자 오토바이 페달을 밟았다. 퇴근시간대라 도로는 꽉 막힌 상태였지만 쉬지 않고 질주한 덕에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객은 배달이 늦었다며 화를 냈고, A군은 별점을 낮게 받을까 두려워 죄송합니다,를 거듭 외쳤다. '띵동!' 콜 알람이 울리자 건물 밖으로 나온 A군은 숨돌릴 틈도 없이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고, 다시 도로 위를 달렸다. 잠시 후, 어플에 A군이 배달한 음식에 대한 리뷰가 올라왔다. "주문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음식을 받았어요. 면은 ...
양가람 기자2020.02.19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