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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본 녹동항 천사를 만나러 간다. 피부색과 종교를 떠나 버림받은 땅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돌봤던 천사다. 그것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소록도다. 일제강점기에 한센인들이 사회에서 격리돼 살았던 곳이다. 한센인은 뭉개진 손과 주저앉은 코, 피부가 두꺼비등처럼 갈라지는 나병(癩病)에 걸린 사람을 일컫는다. 나병은 피부와 말초 신경에 병변을 일으키는 만성감염성 질환이었다. 당시엔 유전병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천벌처럼 여겼다. 지금은 전염성이 거의 없고, 감염이 되더라도 완치되는 병이다. 소록도는 섬의 형상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작을 소(小), 사슴 록(鹿) 자를 쓴다.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섬이지만, 지금은 치유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여행객들에게 쉼까지 주는 섬이다.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에 속한다. 소록도에 중앙공원이 있다. 사철 푸른 종...
편집에디터2019.10.17 12:47무안 상동마을 풍경 태풍을 견뎌낸 들녘이 누렇게 채색되고 있다. 나뭇잎도 서서히 색깔이 변하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어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며칠 앞으로 다가와 있다. 천변을 걷고 있는데, 하얀 백로 한 마리가 눈앞에서 날아간다. 저만치 왜가리도 보인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백로들이다. 문득, 무안 상동마을이 떠오른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때 아닌 눈이라도 내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백로와 왜가리 떼로 인해 산자락이 온통 하얗게 변하는 '학마을'이다.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용월리에 속한다. 서해안고속국도 무안나들목에서 무안읍 방면으로 옛 국도의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백로․왜가리 집단 서식지' 입간판을 보고, 논과 논 사이 농로를 따라가서 만난다. 상동마을에 있는 용연저수지와 청용산이 백로와 왜가리의 집단 서식지다. 사람이...
편집에디터2019.10.03 14:13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바람결이 달콤하다. 쪽빛 하늘의 뭉게구름도 멋스럽다. 고샅 돌담에 살며시 기댄 감나무에선 주렁주렁 열린 감이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호박덩이도 담장 위에서 가을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까치발을 하고 내다본 담장 너머 기와집이 단아하다.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다. 물 흐르듯 유연한 곡선을 그린 처마가 아름답다.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도 애틋하다. 빈터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붉은 맨드라미꽃도 산들바람에 하늘거린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예스럽다.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이다. 골목마다 옛 정취가 넘실대는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흔한 전봇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선이 모두 땅으로 들어가 있다. 요란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어릴 적 뛰놀던 옛 기억 속의 마을 그대로다....
편집에디터2019.09.19 15:02진도군 내동마을 풍경 일본 교토(京都)에 '코무덤'이 있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이 조선에서 얼마나 야만적이고 잔인하게 굴었는지 보여주는 증표다. 일본군은 당시 조선사람들을 죽이고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본국으로 가져갔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여겼다. 코무덤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무덤이 있다. 진도에 있는 왜덕산이다. 명량대첩 이후 바닷가로 밀려온 일본군의 시신을 거둬 양지바른 곳에 묻어준 공동묘지다. 왜군들한테 덕을 베풀었다고 왜덕산(倭德山)이다. 하나의 전쟁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무덤이 탄생한 것이다. 극과 극이다. 총칼을 겨누고, 가족과 이웃을 죽인 적군의 시신을 거둬 묻어준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자리에서 두 발로 짓이기고, 다시 한 번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말이다. 일본의 수입규제 조치로 엇나가기 시작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편집에디터2019.08.29 12:28음달산 구릉에서 본 거문대교 섬을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소외, 고립, 불편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올라서다. 한편으로는 늘 동경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일수록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바다에 눈을 돌렸다. 바다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다. 장보고는 바다와 섬을 기반으로 해상무역을 하며 '해상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들어 섬이 푸대접을 받았다.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이 추진되면서다. 뭍에서 숨어든 하층민이나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양반들이 유배돼 살면서 '죄인의 땅'으로 취급을 받았다. 최근 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휴식과 힐링, 해양관광, 미래식량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다. 섬은 해양영토의 전초기지이고, 잘 보존된 전통문화·자원의 거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
편집에디터2019.08.15 15:16소안항일독립운동기념탑-조형물 친일 논쟁이 뜨겁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친일파 낙인찍기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상대를 향해 '왜구' '토착왜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서로 손가락질을 한다. '기해왜란'으로도 불리는 일본정부의 수입규제 조치 이후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기대고 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이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서로 삿대질을 하며 핏대를 세운다. 그 논쟁의 한복판이라도 서 있는 듯, 바다에 안개가 짙게 깔렸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완도 소안도로 가는 길이다. 소안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화흥포항에서 뱃길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보길도와 노화도, 청산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민국호를 타고 들어가 소안항에 내렸다.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소안도는 항일...
편집에디터2019.07.31 19:05선애마을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자하는 마을 공동체다. 울력하는 모습. "출발이 '나'입니다. 내가 건강하게 살고 싶었어요. 건강한 자연과 깨끗한 환경에서요. 내 주변을, 우리 사회를 보면 그게 아니잖아요. 내가 건강하려면 자연과 환경을 먼저 살려야겠더라고요. 나부터, 우리부터 그렇게 살자고 모였죠. 자연과 환경을 살리면서, 건강하게 살자고." 영암 선애마을에 사는 오재희(51) 씨의 말이다. 선애마을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자하는 마을 공동체다. 인간과 자연을 먼저 알고 사랑하면서 물질은 소박하게, 그러나 마음은 넉넉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선애(仙愛)'는 사람과 자연, 하늘을 사랑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선애마을은 친환경 생태마을 공동체다. 전라남도 영암군 신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1406년 하정 유관이 지은 영팔정에서 가깝다. 작은 언...
편집에디터2019.07.18 10:09화순(노루목)적벽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물이다. 물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논이든, 밭이든 매한가지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늘에 의지해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바가지라도 이용해 물을 퍼야 했다. 그 시대에 수차(水車)에 눈을 돌린 학자들이 있었다. 석당 나경적(1690-1762)이다. 나경적은 물의 힘으로 회전날개를 돌려 물을 끌어올리는 자전수차(自轉水車)를 생각해냈다. 오늘날의 양수기이다. 전해지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뿐이다. 규남 하백원(1781-1844)도 있다. 문헌을 통해 수차의 구조를 익힌 하백원은 수차보다 한 수 위인 자승차(自升車)를 개발했다. 사람이나 가축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아래에 있는 물을 자동으로 끌어올리는 신식 양수기인 셈이다. 흐르는 물을 통에 넣어 회전날개를 돌리게 하고, 그 힘으로 피스...
편집에디터2019.07.04 14:16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집집마다 꽃밭인 정원을 갖고 있다. 집안이 비좁은지, 꽃이 집밖에까지 나와 있다. 골목마다 꽃밭이고 정원이다. 가정정원이고, 골목정원이다. 가정정원이 모여 마을까지 꽃밭이 됐다. 아름다운 마을정원이다.순천만습지 갈대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교량마을이다. 집도 대부분 한옥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이다."밖에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밖에 같이 나가자고 할 때마다 손사래를 쳤더니, 동행하면 화분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화분 하나씩 갖다가 집안에 놓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개인정원을 꾸미는 데 푹 빠진 마을주민 박경숙(67) 씨의 말이다.잔디가 깔린 박 씨의 집 마당에는 수많은 화분이 놓여 있다. 100개도 넘는 화분에는 데이지, 백합, 송...
편집에디터2019.06.20 13:55몽돌해변과 송이도항 한낮의 날씨가 덥다. 벌써 한여름이다. 자연스레 시원한 숲과 바다가 그리워진다.서해안에 떠있는 섬으로 간다. 하얀 몽돌 해변이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넓은 펄이 드러나 바지락과 동죽, 백합, 맛을 채취할 수 있다. 해넘이도 황홀경을 연출한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섬이다. '굴비의 고장' 전라남도 영광에 딸린 송이도다.송이도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아니, 오랫동안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송이도에 가려면 홍농 계마항에서 배를 탔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밖에 다니지 않았다. 들어가면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 불가능했다.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어떤 때는 오전에, 물때에 따라 오후에 들어가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배편이 번거로운 탓에 외지인...
편집에디터2019.06.06 14:58동백파마벽화핫 플레이스(hot place)다. 지나는 차마다 멈춰 선다. 사람들이 내리고, 담벼락의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차들이 오가는 도로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안군 암태면 기동삼거리에 그려진 '동백 파마 벽화' 앞에서다.암태도의 '동백 파마 벽화'가 뜨고 있다. 열기가 요즘 한낮의 날씨만큼이나 강렬하다. 동백꽃 파마의 주인공은 이 마을에 사는 손석심(78) 할머니와 문병일(77) 할아버지 부부다. 벽화가 그려진 집은 어르신들이 사는 집이다.벽화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면, 파마머리를 한 평범한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나무를 배경으로 그려진 인물이다. 기발하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벽화는 집안에 있는 애기동백나무(산다화) 두 그루를 머리로 삼아 벽에 두 사람의 얼굴을 그렸다. 동백꽃이 활짝 핀 봄엔 꽃으로 파마머리를 한 형상이...
편집에디터2019.05.29 10:47낙월소재지 풍경영광 낙월마을낙월도(落月島)로 간다. 낙월도는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 섬이다. 안마도, 송이도보다 작은 섬이지만 면의 소재지다. 면적이 128만㎡.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눠져 있는데, 두 섬이 다리(진월교)로 연결돼 있다. 달이 지는 섬이라고 '진달이 섬'이라 불렸다.신라와 당나라의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의 운명이 다할 무렵의 이야기다. 백제의 왕족이 배를 타고 바다로 피신했다가 항로를 잃고 헤맸다. 그때 달이 섬 뒤로 졌다고 '진달이'라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다른 얘기도 있다. 법성포에서 보면, 이 섬 위로 달이 지는 모습이 바다로 달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섬의 생김새가 지는 달처럼 생겼다고 '진달이'라 했다. 여하튼 달과 연관되는 낭만적인 섬이다.낙월도로 가는 배를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항에서 탄다. 포구에 높이 111m의 칠산타워가 세워져 있다...
편집에디터2019.05.09 15:03당리에서본 도청항.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청산도의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요.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했죠. 보리를 베야 할 농번기인데, '일꾼'인 학생들을 데리고 육지로 놀러 간다고요.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을 설득한 끝에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는데, 그때 도청항에서 배를 탔죠."완도 청산도 도청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병국(51) 씨의 말이다. 그의 수학여행지는 해남과 목포였다. 완도읍에서 버스를 타고 두륜산 대흥사를 거쳐 유달산 조각공원에 들렀다. 대흥사 대웅보전 앞과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 그때를 떠올려 준다."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처음으로 육지에 나간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차창 밖으로 지나는 기차를 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차다!'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거든요. 수학여행 가서 본 목포는 별천지였죠."김 씨의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학창시...
편집에디터2019.04.25 13:12백범김구 은거기념관 원경 삼일절에 이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김구 선생이 떠오르는 이유다. 백범 김구(1876-1949)는 조국의 완전한 독립과 통일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 우리 겨레의 큰 스승으로 통한다.김구는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선봉에 섰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었다. '아기 접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교육자로서 애국 계몽운동도 펼쳤다. 신민회 사건에 연루돼 15년 형을 선고받고, 4년 간 옥살이도 했다.1919년 3·1운동 이후 중국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들어서자 '문지기'를 자처했다. 경무국장을 맡았다. 이어 국무령, 주석으로 일하며 항일에 앞장섰다. 한인애국단을 조직, 일제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이봉창·윤봉길 의거를 주도했다. 한국광복군을 창설, 미국·영국 등 연합군과 공동작전도 폈다.해방이 되자 11월 조국에 돌아와 신탁통치 ...
편집에디터2019.04.11 10:45회사정.하미술관.하미술관.육우당-한석봉글씨.죽림정(연주현씨 종가).왕인 초상.왕인동상-왕인유적지.약무호남시무국가 비.상대포.마을길.마을길.국사암-도선설화.도기박물관-조성남전시.도기박물관.3.1만세 기념탑.봄과 '밀당'을 하던 꽃샘추위가 물러났다. 이내 완연한 봄이다. 움츠러들었던 봄꽃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다사로운 봄의 기운이 금세 골목까지 파고들었다. 매화, 산수유, 동백꽃에 이어 벚꽃이 피고 있다. 까칠하던 가로수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흙담 아래에선 수선화가 노란 미소를 짓고 있다. 봄까치, 광대나물, 민들레도 제 세상을 만났다. 황량하던 텃밭도 초록의 옷으로 바꿔 입고 있다. 고샅을 걷는 발걸음이 봄볕에 취해 하늘거린다.국립공원 월출산이 품은 영암 구림(鳩林)마을이다. 220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고목과 청태 낀 기왓장의 ...
편집에디터2019.03.27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