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5월 광주' 고발한 김형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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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호남사람들
詩로 '5월 광주' 고발한 김형수시인
  • 입력 : 2019. 03.28(목) 11:31
  • 편집에디터
함평 출신 김형수시인
"문장 장터에서 어머니는 주막집을 하셨고, 아버지는 돗자리 장사를 하셨습니다."

시인 김형수는 고향이 함평이다. 해보면 문장 장터 돗자리 장 서던 곳이 그가 태어난 집터이다. 지금은 문장 장이 꽃무릇 장이라 명칭이 바뀌었다. 시인 김형수는 5월 광주를 고발하는 대표 시인이다.

배고픈 다리로 1985년에 등단하며, 세상에 그 이름이 알려졌다. 김형수는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광주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문예부에 가입했다. 그 후 그는 온통 문학에 빠져 살았다. 급기야 고3 때는 대학진학을 포기한다. 당시 대학에 다니는 선배들과 문학에 관해 얘기해보면 답답할 정도로 한심스러웠다.

김형수는 대학에 간들 본인이 추구하려는 문학의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어린 생각에 '배울 게 없다'라고 몇몇 선배들을 보고 결정한 것이다. 남들은 열심히 입시에 매달릴 고 3때, 김형수는 서울로 올라가 술집 웨이터 생활을 시작했다. 자유롭게 문학을 하며, 가난한 집안 형편을 생각하여 돈도 벌 요량이었다. 그러나 다부진 첫 생각과 달리 김형수는 술집 웨이터 생활을 1년도 못 채우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유명한 함평고구마 사건으로 고향 해보 농협 직원들이 대량 해고되어 빈자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형수에게는 부정한 고구마 사건과 연루된 농협에 직원 생활은 입사 직후부터 그리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다. 2개월이 못 되어 사표를 썼다. 그리고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서강전문대학을 가서도 김형수는 문학이 전부였다. 그러던 5월 18일 광주에서 김형수는, 그 날도 문학만을 생각하며 광주 동구 계림동에 있는 헌책방을 갔다. 책을 사 들고 나오면서 한무더기 시위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본인도 모르는 사이 시위대에 뒤엉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잡으려는 군인들을 피해 소리치고 또 도망치고 몇 차례 하다 보니 자췻집과는 딴 길인 화순 방향, 배고픈 다리를 김형수는 건너고 있었다. 그 후 걷고 또 걸어 장흥까지 피난민이 되어 내려갔다.

장흥에 머물면서 고향 집으로 돌아갈 길을 수첩에 그려보며 그는 생각했다. 죄 없는 사람들을 몽둥이로 때려 피가 낭자하고, 총칼로 무참히 죽이는 현실을 가만히 앉아 바라만 볼 것인가?

가을이면 고향산천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무릇이 생각났다. 붉게 피어나는 꽃무릇이 피 흘려 죽은 사람들 핏빛으로 보였다. 이제 세상은 꽃무릇을 보고 아름다움만 찾아 노래할 때가 아니었다. 배고픈 다리, 낡은 수첩 1.2 시는 당시 대학생이던 김형수가 이유 없이 많은 사람을 몽둥이로 때리고 총칼로 죽이는 현장에서 배고픈 다리를 지나 멀리 장흥까지 도망치듯 피난 갔던 시절을 이야기한 시다.

그 후 김형수 시인은 출판사 기획위원으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민예총 상임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참다운 사람 사는 세상이 되게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지금은 충남 부여에 있는 신동엽 문학관을 지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문학과 신동엽을 얘기하고 있다.

시인 김형수, 그가 쓴 는 전라도 사람들 시다. 그 시 전부를 옮겨 본다.

제목 :호남선 열차가 돌아올 때마다 (김형수)



이른 새벽

검은산 모퉁이, 모퉁이 돌아

흙냄새가 온다

그 곳은 남쪽

아랫 세상 하고도 먼먼 남쪽인데

쫓겨서 오는 건지

복받쳐 닿는 건지

사투리가 온다

풀냄새랑 이슬 냄새

칙간을 둘러친 가마니 썩는 냄새들을

밤봇짐에 꾸려 짱짱이 동이고선

온다,오고는 한다

남의 세상 이렇게

손님 나와 사는 것이

부끄러워 선뜻 반길 수도 없는데

제기랄 어쩌자고

자꾸만 따갑게 가슴을 깎는 걸까

호남선 열차가 돌아올 때마다

시커먼 완행열차가 플랫폼에 닿고, 거기서

누나같은 여동생 같은 당숙모 같은 여자들이

멀미하듯 꾸역꾸역 토해 나올 때마다

가슴 속 살더미가 타서

생연기가 타고

생연기는 우울한 하늘가에 흩어지고.......

이른 새벽 당도하여 갈 곳마저 감감한

내 핏빛을 띤 서글픈 꽃잎들은

제 뼈에서 떨어져 어디로 가는 걸까

한 번은 꼬옥 재가 될 재가 될

담배처럼 타는 눈빛만을 달고,

간밤, 대전인가 어디쯤

가락국수 한 그릇에 빈 배를 채우고는

그것들을 다 한숨으로 쏟아버린

시장한 아침

허기진 공복 안에

오뎅국을 담고선 뿔뿔이 갈리는데

심란해라. 혼자기엔

너무나도 춥기만 한 용산역 대합실.

최창호 향우 명예선임기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