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예술이 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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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2>예술이 된 자화상
  • 입력 : 2020. 01.21(화) 15:01
  • 편집에디터

이강하_자화상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어떤 해로 보내야할까 고민을 하다, 그래 '올해는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찾아보는 해'로 만들어 보자!' 고 다짐했다. 내 안의 낯선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방향과 모티브를 찾는 뜨거운 2020년이 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어떻게 2020년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아야 할까?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지금 당장 거울에 비친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라 누군가 찍어준 익숙하지 않은 나의 모습의 사진 혹은 화가들이 그린 자화상의 그림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본다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 릴 수 있나 살펴보았다.

요즘 우리가 SNS에 남기는 수많은 셀카나 사진 속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나 장소를 찾아 잘 꾸며진 나의 멋진 모습, 아니면 어둡고 슬픈 감정을 가진 나의 모습, 행복하거나 기쁜,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다. 결국 그 사진들 안에서 내가 좋아했던 모습의 나, 내가 몰랐던 모습의 나, 많은 나의 모습 속에서 반문하게 된다.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그럼 나는 누구일까? '

그 질문은 오래전부터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공통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래서 예술가들 중 시각적 이미지를 재창조하던 화가들은 '나는 누구일까?'라는 답을 얻기 위해 자화상을 그렸다.

[자화상(自畫像, self-portrait)은 화가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초상화이다. 보통은 유화 물감과 드로잉, 초상화 등의 그림 형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는 스스로를 새긴 조각, 스스로를 찍은 사진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 백과사전 참조.

화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거울 또는 사진을 보고 그릴 수도 있고, 내 안의 내가 모르던 또 다른 나를 상상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형시켜 그리기도 한다. 또는 내 얼굴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감정을 실어 자화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자화상은 아주 오래전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지금도 계속해서 그리고 있다. <자화상>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갈 것이다.

그들의 자화상이 이렇게 머릿속에 불현 듯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림 안의 화가의 멋진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화가들은 자화상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와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을까?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화가 반 고흐의 자화상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작품 속의 화가의 인물묘사 뿐만 아니라 당시 그의 처절했던 예술적 감정과 삶의 상황들이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귀가 잘린 모습 자화상 작품 속에서도 고흐의 고단했던 예술적 삶이 투영되어 말해주는 동시에 당시 그토록 절실했던 진실 된 화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이다. 그 외에도 천경자, 프리다칼로, 나혜석,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등... 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려 당시 자신의 감정과 굴곡적인 예술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자 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작품 속의 이미지와 나의 모습이 닮아서 혹은 작품 속에 느껴지는 형태와 색이 전달하는 느낌이 나의 감정과 닮아있어서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하고 때론 위로받기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어떤 다양한 자화상을 그렸는지 살펴보면, 장석원의 자화상에는 스프레이와 물감으로 범벅 된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어떤 날에는 피우다 만 담배꽁초로 문지르기도 하고 그 위에 다시 물감을 뿌리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얼룩지고 번지는 자유로움 이라 생각해서 그때의 감정에 충실한 재료를 사용하여 자화상 작품을 그려낸다.

이조흠의 자화상 '소아이어티(SOCIETY)'은 요즘 시대에 알려진 캐릭터들의 무수한 화려한 모습 속 작가의 뒷모습을 통해 많은 미디어이미지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공허한 삶과 소통의 부재를 상반된 시각에서 비춰주고 있다.

김성결의 자화상은 작가 안의 서로 다른 자아가 부딪쳐 뭉개지고 혼재되어 다양한 얼굴의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신표현주의적 느낌으로 여러 가지 물감들이 얼굴을 덮어내며 혼재된 내 안의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는 듯하다.

홍준호의 자화상은 독일 철학가 프리드리히니체와 자신의 사진을 함께 레이어하고 구겨서 다시 현상한 작업이다.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우상의 해체와 작가 본인을 결합하여 또 다른 존재 의식을 사진 작업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김설아의 자화상은 재, 곰팡이와 같은 사람이 의식하지 않으면 인지하기 어려운 존재에 대한 형상을 동양적 회화로 탐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또한 알 수 없는 기형학적 이미지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故 이강하는 자화상 안에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보며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남도의 오방색이 담긴 오색 보자기를 그림의 배경으로 그려 넣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예술 작품에서 보여 지는 것처럼 화가들은 자신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른 자신을 찾아내어 독자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나만의 자화상' 을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김설아_Self - portrait

김성결_자화상

이조흠_SOCIETY자화상

장석원_자화상

홍준호_Hallucination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