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언어로 국가폭력·인권탄압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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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군
"5월 언어로 국가폭력·인권탄압 그린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뜨거운 5월전’ 전시||박문종 등 3인 참여 “5·18 역사 확장해야”||
  • 입력 : 2020. 05.17(일) 16:46
  • 담양=이영수 기자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 진행하고 있는 전시 '뜨거운 오월, 밀알 하나'의 모습. 정영창은 검은 배경을 통해 국가폭력의 단상을 표현했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 진행하고 있는 전시 '뜨거운 오월, 밀알 하나'의 모습. 하루 K는 멈춰있는 5·18민주화운동을 버려진 505보안부대를 재현함으로써 그려냈다.

뜨거운 오월이 돌아왔다. 그리고 담양에 작은 밀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3명의 작가(박문종, 정영창, 하루 K)를 초청해 지난 9일부터 6월30일까지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전시회 '뜨거운 오월, 밀알 하나'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은 각각 '박문종방', '정영창방', '하루K방'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박문종은 농사 짓는 땅에서 민중의 생명력을 엿보았다. 새 열매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민중의 역사로 환원시킨 그의 작품에서는 삶의 터전 곳곳에서 예술적 실천을 감상할 수 있다.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농부는 예술가와 같다. 씨앗을 심으면 결과물이 나오는 땅은 종이와 같다. 그리고 이 과정은 곧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의 기록이 된다.

박문종은 1980년대 들어 '어머니' 또는 '인물' 등의 민중 초상을 먹으로 묘사하며 화풍 세계를 정립했다. 이번 전시에서 묵힌 종이, 신문지와 같은 종이에 먹, 흙물을 이용한 과감한 터치를 통해 인간의 소박함을 독창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정영창은 '5월'이라는 국가폭력을 전세계로 확장시킨다. 그는 국가폭력의 잔상을 검은 배경으로 표현했다. 검은 배경 위에서 현실을 직시한 대상은 폭력성, 고통과 절규, 공포와 노여움, 절망, 체념을 느낀다. 국가폭력 아래 나약한 인간상, 난민, 인권 활동가, 버려진 아이, 불법체류자, 히잡을 쓴 여성은 검은 배경 위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하루 K는 1987년 광주에서 태어나, 5·18민주화운동 이후의 세대가 바라본 단상을 기록했다. 여전히 밝혀지지 못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의 조각들은 505보안부대를 재현함으로써 그려냈다. 재현된 505보안부대 터에 있는 오르간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시간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버려진 505보안부대 터의 밭을 갈고 작물을 기른다. 여전히 계속되는 촛불집회, 시민의 투쟁과 죽음 그리고 주먹밥의 의미를 되내이며서 5·18민주화운동의 조각들을 잇는다.

해동문화예술촌 양초롱 예술총감독은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다"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관한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동문화예술촌에서는 '뜨거운 오월, 미알 하나' 뿐만 아니라, 어린이예술전시 '나, 너, 우리'도 8월16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또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앙코로 해동 공연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는 30일에는 오후 4시, 어린이동화음악극 '이야기 배달부 동개비'가 공연 예정에 있다.

담양=이영수 기자 yslee2@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