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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무언가를 읽고 싶다'면 "목포행 열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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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무언가를 읽고 싶다'면 "목포행 열차를"

목포 독립서점 독특한 개성으로 문화 플랫폼 자리매김
환경문제 고민·인문학 부활…추구하는 목표도 제각각

게재 2020-06-11 16:03:21
'고호의 책방'에 아트북 위주의 서적들이 구비돼 있다.
'고호의 책방'에 아트북 위주의 서적들이 구비돼 있다.
'고호의 책방'에 전시된 고호 자화상.
'고호의 책방'에 전시된 고호 자화상.
목포 독립서점들은 협동조합을 맺어 목포 출신 근대 극작가 김우진 책방을 만들었다.
목포 독립서점들은 협동조합을 맺어 목포 출신 근대 극작가 김우진 책방을 만들었다.
'동네산책'은 적극적인 큐레이션을 지향한다.
'동네산책'은 적극적인 큐레이션을 지향한다.
'동네산책'에서 진행한 글쓰기 워크숍의 결과물이 독립 출판되기도 했다.
'동네산책'에서 진행한 글쓰기 워크숍의 결과물이 독립 출판되기도 했다.
'지구별서점'에서 판매하는 폐현수막을 이용한 책싸개.
'지구별서점'에서 판매하는 폐현수막을 이용한 책싸개.
'지구별서점'의 내부 모습.
'지구별서점'의 내부 모습.

근대 문학의 산실이었던 목포라는 배경이 운명을 만들었을까? 최근 1년 사이, 목포에 독립서점이 하나 둘씩 자리 잡았다. 산책, 퐁당퐁당, 지구별서점, 고호의 책방, 동네산책까지. 전남 지역 시·군에서는 독립서점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목포이기도 하다.

독립서점들은 책으로 넘쳐나는 문학도시 목포를 꿈꾸며 협동조합을 맺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북마켓', '북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꾸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공중전화 박스를 이용해 목포 출신 근대 극작가 김우진 책방을 만들기도 했다.

영감을 얻은 목포시는 2호로 최초의 여성단편소설 '백화'를 쓴 박화성 책방을 마련했다. 공중전화박스 안에는 목포 출신 작가들의 대표작을 구비했다. 목포시는 3호 차범석 책방, 4호 김현 책방 등을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운영 프로그램을 연기하고 단축영업을 했던 목포의 다섯 독립서점들은 한껏 기지개를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에서 독립서점은 어떤 의미일까? 목포 책방지기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책으로 쓰레기 줄이는 '지구별서점'

서점은 책만 꽂힌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지구별서점'의 컨셉트는 확실하다. 책방지기 나보림씨의 관심사를 단지 반영한 것인데, 이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데 확실한 기반이 됐다. 운영한 지 1년 남짓, '환경을 생각하자'는 경영철학으로 어느새 SNS상에서는 꽤 유명해졌다.

환경에 전문성을 표방한 '지구별서점'. 환경과 관련한 서적을 구비하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다.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일은 폐현수막 재활용 캠페인이다.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속감으로 사용해 책싸개와 책파우치를 만드는 것이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지구별서점'에 사람이 모였다.

'지구별서점' 책방지기 나보림씨는 "이미 시대는 이전의 지구로 돌이킬 수 없는 세상까지 왔다"며 "내 위치에서 최대한 악화를 늦출 수 있도록 실천하고 알리는 정도다"고 말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과정에서 책방과 같은 공간은 필수적으로 매개 역할이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로 일상을 채우는 평범한 직장인이였던 나보림씨. 크게 아픈 이후, 비로소 자신에게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다. 평생을 살았던 목포, 막상 자신에게 공백을 내어줄 공간 한켠은 없었다. '지구별서점'을 만들기로 한 이유다.

한국서점조합연합은 지역 서점 70개를 대상으로 6월부터 '심야책방'을 운영하는데, 지구별서점도 여기에 참여한다. 지구별서점은 오는 19일과 26일 밤 10시까지 영업하며 프로그램으로 책 글귀를 옮겨 적을 '재활용노트 만들기'를 마련했다. 버려지는 이면지와 종이박스를 이용해 실로 묶는 '북바인딩'이다.

나보림씨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으로 종이 부채에 시를 옮겨 적거나 친한 꽃집 사장님을 초청해 가드닝 수업도 계획하고 있다"며 "문화 플랫폼으로서 공적인 역할까지 수행하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 다르다. 컨셉트에 맞게 선별된 책을 매개체로 마을 사람들을 모으고 조금씩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다. 풀뿌리 문화가 가능한 일일까. '지구별서점'은 이미 이 의문을 풀었다.

●화가의 감성… 고호의 책방

10평 남짓한 공간에 고흐가 바라보던 세계를 담았다. 목포의 오래된 원도심, 인근에 목포역이 있는 덕분일까.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보낸다.

'고호의 책방'은 목포에 머무른 숱한 화가들의 흔적이 희미해지는 아쉬움에서 출발한 갤러리 책방이다. 책방지기 백선제씨는 "목포화단의 대부로 알려진 근현대 작가 남농 '허건' 등 1897년 개항 이후 목포는 동양화의 메카였고 그림의 고장이었다"며 "그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림의 고장'이라는 수식어처럼 목포에는 갤러리 공간이 많다. '고호의 책방'은 갤러리에 왠지 발걸음하기 어렵고 낯간지러운 사람들을 위해 그 중간지점이 되고자 했다. 이곳에 들러 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 미술가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도 만날 수 있다.

빈센트 반고흐, 조지아 오키, 앙리 루소 등 시대에서 한 획을 그은 예술가의 작품부터 지역 신인 예술인의 그림까지.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백선제씨는 목포의 이미지를 이용해 엽서시리즈도 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향을 이용한 디퓨저, 목포의 미술 자원에 모티브를 얻은 열쇠고리 등 브랜딩 작업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은 쓸 때는 '동네산책'

납품된 글을 사는 곳에서 글을 납품하는 곳으로. 동네 산책은 서점의 기능을 정반대로 뒤집기도 했다. 문학 전공자로 대학에서 숱하게 글쓰기 강연, 독서 강연을 해온 책방지기 윤소희씨는 직접 글쓰기 워크숍을 운영한다.

쓰고 싶은 욕구에 글쓰기 워크숍에 방문한 이는 문장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글쓰기 이론부터 직접 첨삭까지 코치를 받을 수 있다. 최종 결과물은 독립 출판물로 '몰입하는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동네산책'에서 수동적인 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큐레이션으로 추천된 책은 독립서점의 묘미를 가능 잘 드러낸다.

우연히 여행을 온 목포, 고즈넉한 섬마을 모습에 윤소희씨는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다. 자신의 작업공간이 필요했고 그곳에 읽을 것들이 있어야 했으며 목을 축일 커피도 뒤따랐다. 각각의 필요한 내용을 곰곰이 고민한 결과, 40년 된 주택을 리모델링 해 독립서점을 차리기로 했다. 앞마당에 조성된 잔디밭은 북콘서트, 북토크, 북음악회을 진행하기 딱 맞다.

윤소희씨는 책 고를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큐레이션 중심으로 독립서점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이 쏟아져 나온다. 동네산책은 문학, 아동문학, 그림책을 메인장르로 하고 철학, 심리학 위주의 서적을 서브장르로 구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