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야행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달빛 야행
  • 입력 : 2020. 06.28(일) 17:31
  • 최도철 기자
온 세상이 역병(疫病)으로 소란해도 세월은 어김없이 흐른다. 오랜만에 들른 시골집 담장아래 자색, 흰색 봉숭아가 곱게 피고, 그 위로 도도한 여인네 닮은 능소화가 온종일 하늘만 쳐다본다. 대문밖 신광댁 할머니 담벼락 위에도 잘 익은 담황색 살구가 주렁주렁 열렸다. 새벽부터 쏟아지던 장맛비가 잦아들더니 새파란 하늘에 흰 구름 뭉텅뭉텅 피어 노나닌다. 계절의 변화가 경이롭다.

5월치 달력 찢은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7월. 휴가철이 시작됐다. 건강한 쉼과 느림의 여유를 주는 여행은 홍진(紅塵)에 겨운 현대인들에게 큰 선물이다. 하지만 웬수같은 코로나로 제약이 많아지면서 '여행이 고픈'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허기를 채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문광부와 관광공사가 나섰다. '안전한 여행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간직하세요'라는 표어를 내걸고 7월 1일부터 19일까지를 특별 여행주간으로 선포한 것.

계절마다 숨어있는 관광지를 선보이던 관광공사가 이번에는 '야간여행'을 테마로 '여름밤 가기 좋은 여행지' 여섯 곳을 추천했다.

한여름 밤의 로맨틱 여행 강진 나이트드림, 달빛 아래 누리는 고궁의 정취 화성행궁, 백제의 밤 여행 부여 궁남지, 달빛 야행 안동 월영교, 오색 불빛 수놓는 부산의 밤, 감미로운 유혹 통영 밤바다가 그 곳이다. 산이며, 바다며, 고궁이며 가는 곳마다 쏟아지는 달빛 아래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만이라고 한다.

여섯 곳 모두 가보고 싶지만,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에도 소박한 삶의 체취와 역사의 숨결이 서려 있는 강진여행도 '집콕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기엔 꽤나 괜찮을 듯. 그러고 보니 채비 없이 훌쩍 떠나기 만만해 강진은 해마다 들렀던 것 같다.

이맘때면 동백꽃 흐드러지게 피었던 정약용 유적지에 초록빛 여름이 내려앉는다. 삽상한 바람자리에 앉은 다산초당. 그리고 그 오솔길 끝 오래된 절집 백련사. 귀족 중심의 불교에 반발해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백련결사'를 일으킨 요세스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학문을 논했던 혜장선사와 다산. 모란꽃 가득했던 영랑생가. 모두 빼놓을 수 없는 강진의 보물들이다.

문화유산 여행길에 이어 로맨틱한 밤도 기대된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우도 트레킹, 사의재 배경 마당극, 세계모란공원 피크닉 등 꿈같은 여름밤 이야기가 펼쳐진다. 강진 마실이 기다려진다.

최도철 기자 docheol.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