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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찾아 삼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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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찾아 삼만 리

게재 2020-06-30 16:58:54

한때 우리나라에도 '엄마 찾아 삼만 리'라는 동화가 인기를 얻고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줄거리는 이탈리아 제노바에 사는 9세 소년 마르코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정부 일을 하러 간 엄마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마르코는 홀로 1880년 제노바를 출발해 스페인-아프리카 세네갈-브라질 리우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다. 거기서 다시 여러 도시를 전전해 천신만고 끝에 엄마를 만난다.

지금은 몰락했지만 19세기 말에는 아르헨티나가 신흥 부국이었다. 1910년대에 철도가 전국 주요 지역에 건설됐다.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로 불렸다. 19세기 후반부터 노동력 부족으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으니 마르코 엄마가 가정부로 간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동화의 원작은 이탈리아의 아동 문학가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의 단편 '아펜니노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다. 일본 후지 TV가 1976년 '엄마 찾아 삼천 리'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방영했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제목이 '엄마 찾아 삼만 리'로 바뀌었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NYT)에는 현대판 '아빠 찾아 삼만 리'의 사연이 소개됐다. 포르투갈의 작은 섬에 체류하던 후안 마누엘 바예스테로(47)는 90세 생일을 앞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고향인 아르헨티나에 가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항공편이 끊겨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길이가 9m도 안 되는 작은 보트로 목숨을 걸고 대서양을 건너는 항해에 나섰다. 그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마르 델 플라타 항구에 도착한 것은 6월 17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72시간 후에 가족들과 재회했다. 당초 예상보다 10일이 늘어난 85일 만에 항해를 마쳐 아버지 생일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아르헨티나 '아버지의 날'인 6월 21일을 부친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인도의 15세 소녀 쿠마리가 코로나19로 아버지의 일자리가 끊기자, 사고로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1200㎞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2004년 영국문화협회가 102개 비영어권 국가 주민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mother(어머니)'가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로 꼽혔다. 'father(아버지)'는 70개 단어 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엄마뿐 아니라 아버지도 동경의 대상이다. 바예스테로와 쿠마리의 가슴 찡한 이야기가 이 땅의 소외된(?) 아버지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