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유기동물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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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코로나 확산에 유기동물도 '눈물'
유기동물은 느는데 입양은 거의 안돼||보호소 관리 위해 안락사 시행 불가피||동물복지 차원에서 등록제 논의해야
  • 입력 : 2020. 07.16(목) 17:49
  • 양가람 기자

광주 북구 본촌동에 위치한 시동물보호소 내 유기동물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입양되는 유기동물의 수도 줄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유기동물보호소를 찾는 이들이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유기동물의 수는 줄지 않아, 보호소 유지를 위해 안락사가 고려되는 실정이다.

● 입양 문의 '뚝', 보호소는 포화상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되면서 입양되는 유기동물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광주시 동물보호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이달에만 입양된 유기동물은 모두 6마리다. 지난달에만 89마리의 유기동물이 입양된 데 비해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7월 입양된 유기동물이 93마리임을 감안하면, 입양률이 90% 넘게 감소했다.

보호소 측은 코로나19가 유기동물 입양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내다봤다.

조경 광주시 동물보호소 가치보듬 대표는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진데다 보호소 자체적 방역을 위해 방문객을 막으면서 입양하는 이들이 줄었다. 입양문의 자체도 평소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설에 입소하는 유기동물의 수는 꾸준해 보호소가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매년 비슷한 수의 유기동물이 발견돼 보호소에 입소한다. 지난 6월 구조돼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개·고양이·길고양이 등)은 401마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입소한 유기동물 수는 395마리였다.

관계자들은 코로나19의 확산과 유기동물 수 자체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조경 대표는 "유기동물의 수는 매 시기마다 비슷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라고 특별히 증가한 건 없다. 다만 입양되는 애들은 없는데, 8월에도 비슷한 수의 유기동물이 들어오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8월부터 안락사 대거 시행 불가피

유기동물의 수가 증가할 경우, 한정된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안락사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간과 인력에 한계가 있어 유기동물을 무한정 수용할 수 없는 탓이다.

광주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동물보호소의 적정관리 동물 수는 350마리다. 하지만 현재 400평 남짓되는 동물보호소에 수용된 동물은 500마리로, 직원 13명이 모두 관리하고 있다.

보호소 측은 당장 8월부터 안락사가 대거 시행될 거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사실 광주의 유기동물 안락사 비율은 낮은 편이다. 전국적으로 안락사 되는 유기동물은 22%에 이른다. 하지만 광주는 2018년 9.7%, 2019년 7.6% 수준이다.

생명의 존엄성 등을 이유로 동물보호단체들이 안락사만큼은 극구 반대해 온 결과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입양률이 지속된다면 안락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경 대표는 "공간 확보를 위해서라도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면서 "병이 있거나 타 개체에 대해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들 위주로 안락사를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동물등록 의무화'는 제자리 걸음

전문가들은 유기동물 자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의 대다수는 동물등록 미준수, 이름표 미착용, 대문단속 소홀 등 반려인의 의식 부족으로 유기됐다. 고의적으로 내다버려 유기된 동물들은 20~30% 정도에 그친다.

지난 2014년 '반려견에 대한 동물등록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상당수 반려견은 여전히 미등록 상태다. 2018년 3월부터는 미등록 견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하게 추진 중이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 미등록 견주를 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처벌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생산과 판매 단계에서부터 동물등록을 의무화 해 유기될 가능성을 없애자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는 '2개월령 미만의 동물을 판매할 때는 동물 등록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2개월령 이상의 강아지부터 합법적으로 분양이 가능하나, 동물등록은 3개월령 이상부터 가능하다. 2개월령의 강아지를 입양하면, 보호자가 직접 1개월을 기다린 후에 동물등록을 진행해야 한다.

해당 법령이 시행되면 동물 판매업체가 먼저 동물등록을 진행해야 한다. 등록되는 동물 수가 증가해 유기되는 동물도 상당수 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하지만 후에 실소유자 변경 신고 등 행정절차상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령개정은 의견조회 중에 있다.

지태경 시 생명농업과 주무관은 "현재는 단속권을 지닌 지자체 인력이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유기동물 전담부서도 없어 담당 직원 혼자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단속해야 한다. 처벌 강화만을 얘기하기 보다는 동물복지 전반적 차원에서 동물등록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광주시동물보호소 정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입양상담 및 봉사활동 중단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