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선운지구 주민들이 침수피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
다행히 인명피해 없었지만, 침수피해를 본 주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9일 오전 10시께 찾은 선운지구 일대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도로에는 강물에 쓸려 온 진흙이 쌓여 걷기도 힘들 정도로 질척거렸고, 쓰레기들이 나 뒹굴었다. 여기에 상가에서 내놓은 가전제품들과 진열상품 등이 뒤엉켜 고물상을 연상케 했다.
박상환(59)씨는 "강물이 상가 앞 도로에 흘러들어오더니 1시간도 안 걸려 가슴 높이까지 차올랐다"고 했다.
이날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너나 할 것 없이 빗자루나 쓰레받기, 물을 담을만한 도구 등을 이용해 건물들에 남아있는 물을 빼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오후 11시께가 되자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을 주민들이 손을 보탰다. 이들은 침수된 물건들을 말리기 위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옮기는 등 수마가 지나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분주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곧 다가올 또 다른 태풍에 대한 대책이 없어서다.
김미영(46·여)씨는 "코로나로 인해 생계유지마저 어렵던 찰나에 가게마저 침수돼 눈앞이 캄캄하다"며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더는 못 버틸 것 같아 폐업을 심히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조형대(60)씨도 "도심 속 건물이 물에 잠겼는데 지자체 관계자들은 잠깐 방문하고 돌아갔다"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아 무작정 주민들끼리 치우고만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엔 강과 가까운 일부 지역이 침수됐지만, 다음은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앞으로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된 상황이라 더 걱정이다.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