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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오늘날 미술비평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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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오늘날 미술비평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게재 2020-09-15 13:25:33
부지현, 궁극공간-멈춤, 2020, Mixed media, 1800x1000cm
부지현, 궁극공간-멈춤, 2020, Mixed media, 1800x1000cm

오늘날 미술비평 방식은 모더니즘 시대와는 다르다. 미술비평가를 와인 소믈리에처럼 민감한 감각의 소유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비평가는 일반인 따라올 수 없는 예민한 눈을 가지고 작품에서 미적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오늘날은 미술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미술비평가의 역할도 바뀌었다. 오늘날의 비평가는 비유하자면 소믈리에보다 스마트폰 리뷰 전문가, 즉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그것의 장단점을 알려주는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에 가깝다. 후자와 같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감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할 뿐이다. 무엇이든지 미술이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처럼 누구나 열정만 있으면 유능한 비평가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미술 애호가를 넘어서 비평가로서 사는 것도 문화예술의 시대를 풍부하게 사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 글쓰기는 수필보다는 논설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술비평은 미술 작품의 가치 평가를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다. 해당 작품이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유를 찾아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비평이 수필과 유사하다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작품이 심오하여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비평문도 여러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풍부하게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을 보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가 전형적으로 잘못 써진 비평문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도움을 얻기 위해 비평문을 읽었는데, 이 글이 전혀 도움이 안된 경우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글쓴이에게 있다. 글쓴이가 비평 글쓰기를 오해했기 때문에 벌어진 불상사이다.

미술비평문은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정당화하는 글이다. 해당 작품이 왜 감상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다. 현대미술(Modern art)의 가치를 정당화하는 방법과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의 가치를 정당화하는 방법은 다르다. 미술 패러다임이 바뀐 것처럼 비평 방식도 바뀌었다. 현대미술 시대가 특정한 미적 가치를 주장하던 시대라는 뜻에서 '미학의 시대'라고 한다면, 동시대미술 시대는 다양한 서사가 작품 가치의 근거된다는 의미에서 '서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미학의 시대'의 비평 방식과 '서사의 시대'의 비평 방식은 다르다.

동시대미술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든지 미술이 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미술이라는 뜻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미술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대미술 이전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예술'(fine art) 패러다임 시대에는 진정한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미'이든 '미적 형식'이든 특정한 예술적 성질을 작품 속에서 표출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당시의 유능한 비평가라고 한다면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하고 이것을 가지고 작품들의 가치를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술' 패러다임 시대의 대표적인 비평가가 미국의 클레멘트 그린버그이다. 그는 민감한 눈으로 작품 속에 있는 미적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이 시대에는 소믈리에가 민감한 코와 혀로 훌륭한 와인을 구분해내는 것처럼, 미술비평가는 민감한 눈으로 작품 속에서 미적 성질을 구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시대에 유능한 비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작품들을 감상하여 그 공통된 성질을 지각할 수 있는 '숙련된 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비평가의 면모가 20세기 중반까지 미술계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비평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은 변기와 같은 일상 용품이든 차용 이미지 등 모든 것이 미술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다. 한 작품의 의미는 그 맥락에 따라 변화된다. 그 작품 가치를 이해하려면 이제 그것이 가지고 있는 미적 성질이 아니라 해당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문화권에서 그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왜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해당 작품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려면 그 작품의 가치를 설명해줄 수 있는 '특정 서사'를 알고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해당 작품이 그 서사를 발전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뜻에서 오늘날은 '미학의 시대'가 아니라 그 작품을 정당화는 서사가 비평의 기준이 되는 '서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미술비평가는 '숙련된 눈'이 아니라 작품들이 속해 있는 다양한 '서사'에 정통해야 한다. 비평가란 민감한 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설명해주는 해당 서사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고난 감각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이제는 일반인도 특정 서사를 이해한다면 그 범주에 속한 작품들에 한에서는 전문가 수준으로 비평을 할 수 있다. 예컨대 극사실주의 미술에 관심을 가진 미술 애호가가 있다고 해보자. 사진기가 발명되어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예전과 같은 미술사적 의의를 가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극사실주의 작가가 왜 정확히 그리려고 했는지 그 서사를 이해한다면, 그 사람은 극사실주의 비평가로서 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빛>전(08.22~11.29)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망 작가 4명을 선발하여 그들의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제주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추천한 작가들을 각 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이 토론을 거쳐서 부지현(제주), 임용현(광주), 홍기원(경기), 정재훈(대구)작가를 선발했다고 한다. 비평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작품들은 우리가 주목할 만한 특정한 서사들 속에서 각각 그 나름대로 새로운 성취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지금 하정웅미술관은 코로나로 임시휴관을 하고 있는데 오는 21일에 재개관한다고 한다. 방역 조치가 풀리면 미술관을 방문하여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면서 작품들이 들여주는 새로운 서사들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부지현, 궁극공간-멈춤, 2020, Mixed media, 1800x10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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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현, Apple Consume, 2019, Mixed media, 50x50x20cm, 5pi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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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현, Tictok, 2020, Mixed media, 2020x2020cm, 3min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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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내가 사는 피부, 2020, Mixed media, 50x50x80cm, 5pi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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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내가 사는 피부, 2020, Mixed media, 50x50x80cm, 5pi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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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변주곡 2-1 등급, 2019, Mixed media, 270x372x17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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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원, 아파셔나타 변주곡, 2019, Video, 15min56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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