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5-4> "불효자는 '옵'니다"…추석 "마음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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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5-4> "불효자는 '옵'니다"…추석 "마음만 보내세요"
"보고 싶으면 집에 있어브러라"…코로나 시대 추석 천태만상
  • 입력 : 2020. 09.28(월) 18:30
  • 김진영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비대면 추석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연일 '마음만 보내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불효자는 '옵'니다" "코로나가 보고 싶으면 내려와 불고 우리가 보고 싶으면 집에 있어브러라!"

가까워지려거든 멀어져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인터넷을 달구는 경고가 한결같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살뜰한 '마음만 보내라'는 소리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최대한 이동을 자제시키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여느 때 같으면 귀성을 독려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글귀가 바뀌었다.

'조상님은 어짜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글귀다. 올 추석에는 차례를 위한 이동을 자제하자는 뜻이다. 비대면 추석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광주지역 한 맘카페에서는 최근 "시부모님이 먼저 시골로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는 게시글이 작성돼 큰 호응을 얻었다.

작성자는 "마을주민들이 단체로 추석 때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했다"며 "코로나가 완전히 끝날때까지 아무도 내려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셨다"고 했다.

다른 회원들 역시 "시부모님들이 현명하다"며 "이번 추석은 애들과 함께 방콕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추석여행이나 장거리 이동 제한 조치를 해달라'는 국민청원도 연일 쏟아지고 있다. '추석기간 제주도 여행을 금지해달라'거나 아예 '추석 연휴를 없에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한 청원은 6만2000여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추석 기간 중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친지 간의 방문, 타지의 형제들의 회합이 전국적으로 광범위 하게 각 가정에서 일어난다"며 "우한에서 번진 코로나19가 중국 설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 전역 및 전세계로 확산된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는 '전화나 영상으로 안부를 묻자'는 '비대면 추석 챌린지'가 한창이다. 경북 칠곡군에서는 재경향우회 회원, 종갓집 종손, 주부, 농민, 노인회장 등 각계각층 주민들이 고향에 내려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식들을 위해 SNS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자체에서도 '비대면 추석' 독려에 앞장서고 있다.

전남도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으뜸전남튜브'에 '마리스타 챌린지'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리스타'는 마스크 바로쓰기, 휴게소 짧게 머무르기, 온라인 성묘, 지인화상통화 등 코로나 예방 수칙에서 따온 글자들로 만든 신조어다.

코로나 예방 수칙 준수가 지니는 의미를 알리는 '마리스타 챌린지'도 호응을 얻고 있다. 참여자가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각 시·군에는 저마자 "출향민들의 귀성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문구 대신 "추석 연휴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광주 광산구에서는 "코로나가 보고 싶으면 내려와 불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보성군에서도 "아들, 딸 사위,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며 비대면 추석을 독려했다.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노래 '불효자는 웁니다'를 패러디한 "불효자는 옵니다. 이번 추석엔 오지 마란 말이야!"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SNS를 통해 많은 공감을 받았다.

멀어져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세상. 코로나19가 가져온 천태만상 추석 풍경이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