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5-2> 조상과의 만남은 원래 비대면… 랜선 추석나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일주이슈5-2> 조상과의 만남은 원래 비대면… 랜선 추석나기
줌·페이스톡 활용 온라인 차례||조기 성묘·벌초 대행 신청 급증||고향집 방문도 '드라이브 스루'||명절인식 변화 "아쉽지만 편리"
  • 입력 : 2020. 09.28(월) 18:32
  • 오선우 기자
추석 명절을 맞아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률이 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온 가족이 한데 모이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벌초·성묘부터 차례, 귀성까지 반년 만에 180도 바뀌어버린 비대면·온라인 추석 풍경을 알아본다.

●영상·화상 통한 온라인 차례

정부의 고향 방문 자제 권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추석 기간 제주도에는 약 30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추정되는 등 방역 구멍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근 온라인 차례 인증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큰집에서 차례상을 차려 놓고 카카오톡 메신저와 화상회의 앱을 통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형제자매들과 추석 전 미리 차례를 지냈다는 50대 주부 A씨는 "처음 시도해보는 방식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조상님에 대한 정성이 부족한 것 같기도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해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했다.

산더미 같은 음식 준비에 정신없던 주부들의 부담도 덜었다. 차례상도 기본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간소화하고, 음식량도 줄면서 소요 시간도 짧아졌다. 비록 화상회의 앱을 통한 차례였지만 절차를 잘 지키니 모양새도 났다.

A씨는 "비록 카메라 앞이지만 차례로 절을 하고 각자 준비한 음식을 음복하며 담소를 나누니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만나지 못해 아쉽긴 해도 건강이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다음 명절을 기약했다"고 했다.

●조기 성묘·벌초 대행 이용 급증

미리 조상을 찾아뵙는 조기 성묘도 추세로 자리 잡았다. 봉안시설도 추석 2주 전부터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내 집합금지 50인 지침에 따라 하루 8시간 400명으로 출입 인원이 제한돼 사전 예약은 필수다.

28일 추석 전 미리 광주 영락공원에 있는 아버지 묘소를 찾은 김모(52)씨는 "추석에 사람이 몰릴까 봐 지금 왔는데도 사람이 많다. 아버지께 추석 당일 찾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간소하게 차례를 지냈다 했다.

벌초 대행 서비스 이용률도 증가했다. 고향 선산에 직접 가지 못해 잡초와 수목 제거 등을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다.

산림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광주·전남 벌초 대행 서비스 예약 건수는 8256건으로 지난해 추석 하루 전까지 합계인 6062기보다 36%가량 증가했다. 산림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지금도 계속 벌초 대행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추석 전날까지 들어올 건수를 합하면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했다.

●고향집 방문 '10분이면 끝'

카페, 패스트푸드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라이브 스루'도 명절 귀성 방법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말 그대로 고향집을 찾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잠시 다녀가는 것이다.

최근 일본 최대의 명절인 오봉(8월13~16일) 기간 '드라이브 스루 귀성'이 등장했다. 일본 민방 TBS에 따르면, 미에(三重)현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고향에 사는 부모를 방문하면서 드라이브 스루 귀성을 했다. 이 남성은 아내와 자녀 2명을 차에 태우고 고향집을 찾아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안부를 묻고 선물을 주고받은 뒤 곧바로 작별했다. 이들이 만나 얘기를 나눈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도 이 소식이 전해져 올 추석에는 서로 잘 지내는지 확인하는 정도로 고향집 방문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강진용(38·북구 동림동)씨는 "부모님은 걱정하시며 오지 말라시지만, 그래도 얼굴은 비춰야 할 것 같아 드라이브 스루 귀성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부모님 얼굴을 차 안에서 잠깐 보고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아이 건강을 생각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안전이 우선" 인식도 변화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대하는 국민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명절에는 고향집을 찾아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면,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이동을 최소화하고 집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가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동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전국 평균 71.3%를 차지했다. 찬성 응답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경북(84.0%)이었으며, 광주·전라도 6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알바몬이 전국의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 연휴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30.8%가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집콕)'이라고 답했다. 귀향해도 부모님만 보는 등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겠다는 응답이 28.8%로 뒤를 이었다.

박향 광주시 보건복지국장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이번 추석에는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주시고, 모임·여행 등도 연기하거나 취소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온라인차례상#성묘는미리미리#갓편한벌초#고향방문10분컷#집밖은위험해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