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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단풍 나들이'… 벗어 버린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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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단풍 나들이'… 벗어 버린 마스크

●‘단풍방역 강화’ 무등산 가보니
입산 초입 안내따라 마스크 착용
등반 시작하자 답답하다며 벗어
등산로 옆 행락객들 돗자리 펴고
화투치고 음식 먹는 모습도 보여
거리두기도 안 지키는 경우 많아

게재 2020-10-18 16:42:24
18일 광주 동구 증심사 일원 등산로 쉼터에서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18일 광주 동구 증심사 일원 등산로 쉼터에서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후 맞는 첫 주말.

단풍 절정기를 맞은 가을 산을 보기위해 많은 인파들이 모처럼 야외로 발길을 돌렸다. 그 중에서도 무등산은 주말 내내 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면서 관계기관의 불안감을 증폭 시켰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을 오르내리는 불안한 상황에서 단풍철이 코로나19의 또 다른 지역 감염 확산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10시께 찾은 광주 동구 증심사 일원의 무등산 등산로 입구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시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 2미터 이상 거리두기를 실천합시다"라는 안내 멘트가 계속 울려 퍼졌다.

이날 무등산의 주 출입구로 이용되는 증심사 입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첫 주말인 만큼 산행을 나선 등산객들로 가득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등산객들도 방역을 잘 지키는 분위기였다. 입산 초입에는 대부분 안내 멘트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반에 나섰다. 그러나 등산 중반을 넘어가자 등산객들은 하나둘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등산로 중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이 눈에 띄게 걸려 있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등산객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김학래(69)씨는 "날도 더운데 산을 오르다 보면 숨이 차오른다. 여기에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고 있으면 답답하다"며 "야외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서 걷고 있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잠깐 벗었다며 등산을 계속 이어 갔지만, 그가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는 모습은 볼수는 없었다.

쉼터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등산객들은 휴식동안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턱스크'를 가장 많이 하고 있었고 마스크를 스트랩에 매달아 목에 건 상태로 일행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여기저기 자리를 잡은 10명 내외의 등산 모임원들이었다. 이들은 쉼터 내에서 가깝게 둘러 앉아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무등산 증심사부터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곳곳에는 행락객들이 돗자리를 편 채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 먹거나 무언가를 마시면서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화투를 치는 모습도 수시로 목격됐다.

당연히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라는 안내 멘트 역시 허공에 흩날릴 뿐이었다.

화투를 치고 있던 박동주(82·가명)씨는 "거리두기도 1단계로 완화됐는데 이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라며 "우리 같은 노인들은 그동안 갈 곳도 없었다. 날씨가 좋은 때는 이곳에 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철호(72)씨 역시 "그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무등산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안나오지 않았냐"며 "이곳은 예전부터 수많은 행락객들이 머무르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다면 단속이 나와 말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에 대해 방역 지침을 지키며 산행을 하고 있는 등산객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한동준(43)씨는 "아무리 야외라고 하지만 서로 조심해야 하는 시기에 마스크 착용은 필수사항"이라며 "등산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솔직히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배준민(38)씨도 "등산 이후의 소모임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하산 후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술을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오랜만에 맞은 1단계의 자유를 다시 뺏길까 겁난다"고 전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단풍 절정기가 시작되는 지난 17일부터 11월15일까지를 '방역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국립공원, 자연휴양림, 수목원, 사찰 등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