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들의 불안 속에 감춰진 예술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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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젊은작가들의 불안 속에 감춰진 예술의 가능성
이강하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공모선정 전시||내년 1월30일까지 '불가능을 통해 약속된 가능성'전||이조흠·설박·정덕용·김자이·정유승·하도훈 등 6인 참여
  • 입력 : 2020. 11.11(수) 16:33
  • 박상지 기자

정덕용 작 'Audience'

이상과 패기의 다른 이름, 청춘이다. 목표를 갖는다는 것, 꿈을 꾼다는 것은 청춘만이 가지는 권리이자 특권이었다. 언제부턴가 청춘의 찬란한 가능성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걸었던 기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진한 위로의 말들이 대체하고 있다.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아프니까 청춘' 등 청춘을 수식하는 말들은 아프고 불안하다. '헬조선'에 살고있는 청년들이 아프고, 힘들고, 외롭고, 고달플 것 같다는 것은 그들이 품고있는 가능성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30일까지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는 '불가능을 통해 약속된 가능성'전은 청년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지나친 우려에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전국 지역 국·공립미술관 협력망 '신진작가 지원' 공모사업 선정으로 마련된 이 전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작가와 기획자가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하고 불가능의 순간을 가능성으로 재해석한 자리다. 이강하미술관 측은 전시에 앞서 참여작가인 이조흠·정덕용·김자이·설박·정유승·하도훈 작가에게 누구도 규정할 수 없는 '추상적이지만 아름다운 젊은 날의 초상'을 다양한 장르의 작업으로 표현하도록 배려했다. 참여작가들은 '내 안에 존재하는 불안하지만 강렬한 예술의 가능성을 담아보겠다'는 다짐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번 전시에서 첫 작품을 선보이는 신인작가에서부터 그동안의 작업 틀을 깬 작가들의 신작까지 청년들의 의미있는 도전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설박 작가의 '산山수水'는 설박작가 특유의 수묵 산수화가 담겨져있다.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을 6폭의 병풍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그재그로 설치된 병풍은 평면에서 벗어난 확장된 산수를 보여준다. 과거 작업이 먹으로 염색한 화선지를 조각조각 찢고 중첩시켜 거친 산의 느낌을 살렸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한층 정교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산수를 감상할 수 있다.

신인 정덕용 작가의 미디어 작품이 주는 느낌은 강렬하다.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봉지를 해체해 인간의 생활을 낱낱이 알아내는 작업과정이 영상 속에 담겨있다. 작가는 SNS에 남겨진 사진과 글로 그 사람을 파악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은 본질을 잃은 쓰레기를 뒤지는 행위라고 역설한다. 실제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을 옮겨온 작업에는 낯선 남성의 어두운 실루엣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집을 엿보려는 행위가 담긴 이 작품은 올바른 인식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성매매 집결지'를 소재로 작업을 한 정유승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세점의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예술작품이지만 관상의 목적에 가까운 회화작품이 과연 타당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 한점한점에는 4년제 예술대학 졸업 경력에 근거한 호당 가격과 교통비, 재료비, 심지어 커피 두잔의 가격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실험을 통해 정 작가가 제시한 30호 크기의 회화작품의 가각은 55만2890원이다.

이조흠 작가는 최근 치과에서 발치한 썩은 사랑니를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닳고 썩은 사랑니를 미디어를 통해 확대해 보여줌으로써 평생 입 속에 가지고 다녔지만 한번도 본 적 없었던 '또 다른 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볼 수 없는 사실들, 지나온 과거, 지나간 후회들과 시간들을 변색된 치아에 투영돼 있다.

김자이 작가는 'COVID19'를 모티브로 작업했다. 언제쯤 가능해질 지 모르는 '이동-여행'을 이전처럼 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생각하며 코로나 이전, 이동 중 인상 깊었던 실제 장소를 유리조각을 통해 재현했다.

하도훈 작가는 미완성의 캔버스를 통해 '갈증'을 이야기한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보고 자랐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관한 사유를 작품에 담았다. 상처 난 이야기 뒤편엔 '당신이 내 작푸에 관심이 없어도 난 괜찮아요'라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작품을 통해 하 작가는 본인의 갈증은 온전히 본인의 일부라는 것을 말한다.

설박 작 '산수'

이조흠 작 '치아'

이강하미술관 전시장 전경.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