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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형수> 닥쳐온 인구재난, 저출생 지진과 고령화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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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형수> 닥쳐온 인구재난, 저출생 지진과 고령화 쓰나미

서형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게재 2020-11-22 14:18:15
서형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서형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올해 출생아수는 30만 명을 밑돌고 사망자수는 30만 명을 넘어 국가에서 인구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땅이 뒤집히는 지진에 비길 만큼 우리나라의 출생인구는 바닥으로 꺼졌다.

우리나라 저출생의 심각성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평균 자녀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로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합계출산율이 약 2명이 되어야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인구규모가 동일하게 유지된다. 합계출산율이 1명이 되면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세대당 인구수는 절반씩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초로 1명 이하를 기록했고, 올해는 0.8명 수준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0.8명 수준이 지속될 경우의 인구 시나리오는 끔찍하다. 부모세대가 100명이라면 30년 후 자녀세대는 40명, 60년 후 손자녀세대는 16명, 90년 후 증손자녀세대는 6명만 태어나게 된다.

출생아수의 절대적 감소만큼 인구의 연령분포가 왜곡되면서 발생하는 세대간 부양의 문제도 심각하다. 자녀세대 40명이 현역세대가 되면 그들은 부모세대 100명과 자녀세대 16명 모두를 부양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1명이 3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으로 현재의 사회경제시스템으로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 된다.

올해부터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인구로 진입하며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고령화의 쓰나미도 시작됐다. 베이비붐세대 맏이인 1955년생들이 올해 65세가 되면서, 베이비붐세대의 막내인 1974년생들이 65세를 넘기는 2040년까지 앞으로 20년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연평균 45만 명씩 늘어나 지금의 800만 명에서 1,7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이 된다.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화율이 2040년이 되면 33%, 2060년에는 45%가 되어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인 나라가 되는 것이다.

전체 인구를 나이 순으로 세워서 중간이 되는 나이를 '중위연령'이라고 하는데 1997년 30세 였던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2014년 40세가 되었다. 2056년에는 중위연령은 60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갑이 중간 나이가 되는 사회, 50세에서 70세까지의 세대가 이 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떠받치는 허리세대가 되어야 하는 회색사회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저출생과 고령화는 그 강도나 속도 모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일어난 적 없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구문제는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과제이다. 특단의 대책으로 바로 해소될 수 없는 문제를, 참고할만한 선례도 없이 해결책을 찾아야할 처지이다.

단박에 해소되는 마법 같은 해법은 없다. 고령화는 이미 정해진 미래기에 잘 적응하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 저출생은 당장의 출생아수에 급급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국가의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출생아수가 줄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자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인구문제에 대응해왔다. 좀 늦은 시작이지만, 빠른 속도로 보육서비스를 확충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며 아동수당 등 육아지원을 확대해왔다. 그런 대응 덕분에 2015년까지는 출생아수나 출산율을 2002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소하는 접근방식으로는 근본적인 저출생 구조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었고, 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저출생으로 이어졌다.

저출생은 급할수록 돌아가야 할 문제이다. 문제와 답은 정책 대상자에게 있다. 청년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이 사회의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리하고 부족하다고 한다. 경제적 부족함은 정부가 나서서 채워주고,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불리함은 기업과 사회가 나서서 줄여주고, 일자리나 노후에 대한 불안함은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아동과 육아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지금의 '저출산 예산'은 목적이 다른 사업들이 혼재되어 덩치만 클 뿐 아동과 육아지원 예산은 다른 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 다른 나라 수준으로 올려서 아동과 가정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 국가가 아이를 귀하게, 양육하는 부모를 고맙게 대하고 있다는 체감을 줄 때 출산동기도 커질 수 있다.

이미 닥친 미래인 고령화 문제는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교육, 산업, 고용, 도시, 의료 등 사회경제시스템을 새로운 인구 규모와 연령 구조에 맞게 바꿔야 한다. 한 해 80만 명이 태어나고 고령화율이 5%도 안 되던 시대에 맞춰진 현재의 사회경제시스템이 지금의 인구구조에서 잘 작동할리 없다.

인구의 양이 아니라 인구의 질을 중심에 놓고 사회경제시스템을 제대로 바꾸면 우리의 규범이나 가치관도 더욱 성숙해 질 것이고, 이를 통해 지금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소된다면 저출생 문제도 같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