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 무명열사 신원 40년만에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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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 무명열사 신원 40년만에 밝혀질까
●5‧18묘역 유전자 채취 현장 가보니||90·93·97번 3위 시료 채취 진행||유전자 검사 SNP 신식기법 활용||“유가족들의 한이 풀릴 수 있길”
  • 입력 : 2020. 11.19(목) 17:12
  • 최원우 기자
5·18민주화운동 40주기인 지난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40년 동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광주 망월동에 쓸쓸히 잠들어있던 무명열사들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는 19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무명열사 묘 개장 및 유전자검사 시료 채취를 진행했다.

이날 개장 작업은 국립5·18민주묘지 제4구역에 있는 무명열사 묘 3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파묘에 앞서 조사위와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합동 개토제를 진행했다. 그러자 오랜 시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무명열사들의 눈물인 듯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행사 식순은 개식사, 5·18민주유공자에 대한 묵념, 무명열사 3위에 대한 인사·분향, 조사2과장의 고천문 낭독, 위원회 부원장의 추도사 그리고 유족회장의 조사에 이은 폐식사로 진행됐다.

이날 개토제에 참석한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한 분이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그래야만 40년간 행방불명된 가족을 기다리는 분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종철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못한 채 5·18무명열사로 누워계신 분들은 물론, 향후 암매장 발굴 및 유해 수습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40년 동안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이 안타까움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고 80년 5·18 당시 신군부의 만행이 백일하에 나타나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재 5·18묘지에 남아있는 무명열사 묘는 총 5기로 지난 2002년 구묘에서 신묘로 이전할 당시 유전자 채취를 진행했었다. 전남대학교 법의학교실에는 이들 무명열사 5명 모두의 뼛조각이 보관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DNA 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조금씩 닳아졌고, 이번 검사를 채취한 3기는 더는 뼛조각에서 유전자를 검출하기가 어려운 상태여서 검사결과에 더욱 주목이 되고 있다.

이번에 분묘가 개장된 무명열사 3명의 묘는 90번과 93번, 97번으로 2명은 성인 남성, 한명은 희생 당시 4살의 어린이로 추정된다. 특히 이 중 4살 어린이로 추정되는 97번묘의 유전자 채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종 당시 일가족과 함께 있었고 나머지 3가족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행방불명자 명단에 (외할머니, 아버지, 삼촌, 그리고 만4세로 추정되는 아이) 일가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번 유전자 채취는 행방불명자 입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취한 시료는 전남대병원과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져 5·18 행방불명 피해 인정 가족이 포함된 '광주시 5·18 관련 행방불명자 가족찾기 신청자'의 유전자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검사하게 된다.

조사위는 "검사 결과에 대해서는 적격성과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및 전남대학교 법의학교실의 검수과정을 거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유전자검사는 이전 검사에 사용된 STR(Short Tandem Repeat)기법과 많은 유전자형을 분석하는 SNP기법이 병행된다.

새로 적용되는 SNP기법은 고도로 훼손된 인체 시료 분석에서 유용성이 높은 기법으로 23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는 STR 검사보다 더 많은 141개 유전자 정보를 제공한다.

부모, 형제를 포함한 방계(삼촌, 조카)까지 유전자를 대조해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허연식 조사과장은 "SNP기법은 이전 제주 4·3사건의 DNA 분석에 사용된 만큼 입증이 된 검사기법이다"라며 "기존 STR기법보다 확률이 10배 이상 높아지는 만큼 높은 신원 확인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조사과장은 "아직까지 시신도 찾지 못한 유가족분들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이 기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채취된 시료의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진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위는 행방불명자 가족 찾기 혈액 채취 신청자의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정보가 없다면 경찰청이 미아 찾기를 위해 구축한 유전자 DB와도 대조할 방침이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