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 투쟁 속 살아온 이들 위로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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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노래, 투쟁 속 살아온 이들 위로하고파"
선고날 문화제서 공연, 민중가수 류의남씨||“5·18진상규명 위한 노력·바람 담아 개사”
  • 입력 : 2020. 12.02(수) 14:55
  • 김해나 기자
"광주시민 염원이다. 전두환을 구속하라!"

지난달 30일 전두환의 1심 선고 공판 전 광주지방법원 정문에서 열린 문화제 공연에 한이 맺힌 목소리를 들려준 이가 있다.

류의남 민중가수는 "오월 단체 등 공판 전 행사를 준비한 단체가 요청해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면서도 "광주시민 중 한 사람으로서 전씨의 재판을 관심 있게 지켜봤고, 사회적 활동과 무관하게 살아오지 않은 터라 노래를 부르게 됐다"며 공연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류씨는 이날 오월의 노래2, 늙은 노동자의 노래, 선봉에 서서, 광야에서 등 대표적인 민중 노래를 불렀다. 특히,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개사하기도 했다. 류씨는 "공판 전 법원 앞에는 오월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투쟁에 앞장서 온 분들이 많이 계셨다"며 "투쟁 속에 살아온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바람을 담아 개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늙은 노동자의 노래의 1~2절 마지막 부분인 '작업복에 실려 간 꽃다운 이내 청춘'을 '투쟁 속에 살아온 꽃다운 이내 청춘'으로 바꾸고, 3절 전체를 개사했다.

류씨는 "3절의 가사를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 학살 원흉 책임자들 모두 모두 처벌하는 것 /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갠 그날을 /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내 청춘 다 갔네 / 아 이제라도 늦지는 않았다 / 광주시민 염원이다. 전두환을 구속하라'고 개사했다"며 "전씨를 법정 구속해야 한다는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전두환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류씨는 "결과로만 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현장에 계신 많은 분도 같은 의견이었다"면서도 "재판부가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씨는 "민주화운동으로 기록됐고, 40년이 지났고, 법정기념일이 됐지만, 광주에서 누가, 왜 헬기 사격을 지시하고 대검으로 시민을 짓밟았는지 아직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주어진 책임이겠지만, 재판 결과가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씨는 "전씨가 역사에서는 살인마로 기록될 것"이라며 "'매국노' 하면 이완용을 떠올리는 것처럼 '시민 학살자', '살인마' 하면 누구나 전두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완용이 죽은 지 100년 정도 됐다. 100년 뒤 전씨 역시 반드시 학살자로 기록될 것이다"고 역설했다.

류씨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래로 힘이나 위로를 얻고자 하는 곳에 서서 노래를 할 계획이다.

그는 "민중가요 다시 부르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평화', 두 번째는 '민주'를 주제로 했다"며 "'노동'이나 '농민' 등의 주제로 다시 부르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에서 음악 하는 후배들이 '나는 80년 이후 생이다'라는 제목으로 민중가요 다시 부르기 앨범을 준비 중이다"며 "기존 민중가요를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해서 음반을 곧 발매할 예정이다.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