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정부가 더 무서운 요양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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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코로나19보다 정부가 더 무서운 요양환자들
오선우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1. 01.12(화) 12:28
  • 오선우 기자
오선우 정치부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요양병원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다.

광주에서도 효정요양병원과 에버그린요양원 관련 확진자가 200여 명에 달하면서, 안 그래도 고령과 숙환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요양환자의 안위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날짜가 바뀔수록 늘어나는 중등증·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 소식만이 속보로 날아들고 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정부는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신속히 분리하고 전담 치료하기 위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전국적으로 지난 4일 지정했다. 광주에서는 북구 헤아림요양병원이, 전남에서는 광양우리병원이 선정돼 운영에 들어가거나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정된 요양병원에 1일당 병상단가 이상을, 기존 입원해 있던 요양환자에 대해서는 병상단가의 50% 이상을 추가로 보상하기로 했다. 앞서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빛고을전남대병원과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영 위기에 몰리거나 심지어 철회 요청까지 한 전례를 고려한 듯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보상안이 병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요양환자의 안전은 나 몰라라 한 처사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이 적잖다. 기존 입원해 있던 요양환자에 대한 퇴원 조치가 이뤄지면서 갑작스럽게 길바닥에 내몰린 꼴이 된 것이다.

"말년에 자식들 병수발 고생시키며 원망받느니 얼른 죽어야지." 강제로 퇴원 당하다시피 해서 자식들 집으로 가야 하는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몸보다도 마음이 더 편치 않다.

요양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어도 치료와 보살핌이 24시간 필요한 취약계층이다. 요양병원 확진자 병상 수 늘리기에 매몰되다 보니 정작 쫓겨나게 될 기존 요양환자를 위한 대안 마련에 너무도 소홀한 듯싶다. 병상 확보와 더불어 기존 환자의 전원 조치를 최우선으로 진행하는 게 기본적인 순서이자 마땅한 도리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칭찬할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19에 매몰돼 있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팬데믹 장기화로 모든 초점이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집중되다 보니, 못지않게 중요하거나 심각한 문제에는 반응이 무뎌진 게 아닐까.

정부는 앞으로도 감염 추세를 살피며 전담 요양병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전담 요양병원 운영이 일시적인 상황 타개를 위한 일회용 정책이 아니라면, 기존 요양환자를 위한 적절한 대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소리를 듣기 싫다면 말이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