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돌려줘야 하는 과태료 5억에 비난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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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산구 돌려줘야 하는 과태료 5억에 비난 가중
불법현수막 과태료 잘못 부과||재판부 "부과 통지 부적법" ||구, 원금에 이자까지 되돌려 줘야||책임지는 사람 없고 혈세만 사라져
  • 입력 : 2021. 01.20(수) 17:46
  • 최원우 기자
광주 광산구청 전경.
광주 광산구가 국내 A대형 건설회사를 상대로 불법 현수막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담당자의 실수인 것이 밝혀져 재판에서 패소했다.

패소 자체도 비난받을 일이지만, 여기에 받았던 5억9794여 만원의 과태료와 이자까지 환급해야 하는 상황임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불법 광고의 피해는 피해대로 받고 혈세로 이자 1800여만원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광산구는 3년 전인 2017년 우산동에 재건축 예정인 우산동 A대형 건설사가 참여 예정인 조합아파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업무대행사인 B업체가 해당 아파트가 조합원 아파트라는 점을 이용, 아파트 인허가를 득하기 전부터 분양사를 통해 대기업인 A건설사의 명칭을 박은 '우산동 A아파트'로 표시된 불법 현수막 7356장을 걸고 공격적인 분양 광고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무려 1년에 달하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불법행위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 광산구는 옥외 광고물법 제3조(광고물 등의 허가나 신고)와 제20조 등 옥외 광고물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때 6건의 과태료 통지는 A건설사 본사로, 16건은 업무대행사인 B업체로 통지했다. 부과된 과태료의 총액은 18억9450여만원이다.

당초 A건설사는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면서 과태료 납부를 미뤄왔다. 하지만 광산구 관계부서의 끈질긴 체납 독촉과 행정 압박에 결국 5억9794여 만원을 납부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했던 A건설사가 "광산구청이 옥외광고물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청구한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며 지난 2019년 6월 광산구를 상대로 재판을 청구한 것이다. 1년 여를 끌어온 재판은 뜻 밖에도 건설사가 승소했다.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던 것일까?

광산구 패소의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를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건설사는 재판에서 "광산구가 과태료 부과 결정을 하면서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고, △의견제출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광산구는 6건을 제외한 16건의 과태료에 대해서도 △부과 통지를 하지도 않았다. △현수막을 설치한 사실이 없음에도 과태료 부과 결정을 했다. △부과 절차에 명백한 하자가 있어 과태료 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A건설사는 또 "우리는 업무 대행사에게 시공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업체에 불과하며, 업무대행사의 조합원 모집업무를 지원하거나 관리 감독하는 지위가 없다. 건설사 측의 승낙 범위를 넘어 현수막에 임의로 표시한 것이므로 부과 대상 자체가 잘못 지정됐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법원이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전체 과태료 부과 중 일부(총 22건 중 16건)를 당사자인 건설사의 주소지가 아닌 업무대행업체의 주소지로 부과 통지를 보냈다. △이 부과 통지는 부적법하고, △과태료 부과 결정 또한 위법하다" 고 판결한 것이다.

여기에 법원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해당 건설사가 과태료 부과대상자가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광산구의 행정 미숙"이라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렇다면 광산구는 어떤 미숙한 행동을 취했을까.

가장 우선적인 것은 절차상 과태료를 낼 의무가 없는 곳에 과태료를 청구한 것이 실수였고 두번째는 과태료 부과대상자가 중간에 바뀌었는데도 이를 시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광산구가 A건설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하자 B대행사가 "과태료 납부 고지서를 A건설사가 아닌 업무대행사로 보내줄 것을 처음부터 요구(관계자 발언)"했었지만 이를 광산구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광산구도 인정했다. 구 관계자는 "조합원 아파트라는 점을 활용해 B대행사가 인허가 전부터 공격적인 현수막 광고를 진행했으나 과태료를 부과하기에는 조건이 부족한 게 많았다"면서 "이에 당시 업무담당자가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A건설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과태료 부과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나중에서야 인지했고, 또 A건설사에 의견 제출과 사전통지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광산구의 업무상 실수로 인해 받았던 5억9794만원은 물론이고 혈세로 이자 1800여 만원을 더해서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한 것은 광산구가 재판 결과가 나오고 난 뒤에도 항소에 나서지 않는데다 B대행사에 대한 과태료 독촉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동종업계 관계자는 "과태료 10원짜리 하나도 납부되지 않는 상황인데 해당 건물은 분양이 완료된 상태"라며 "건물이 분양되면 대행사는 해체되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럴 경우 과태료는 어디에서 받을 건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에 광산구에 물어보자 얼마 전부터 과태료를 받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항소 여부는 고문변호사, 감사관 등과 협의했으나 항소 시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포기했다"면서 "과태료 부과에 따른 절차 및 내용상 하자를 인정한다.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판결에 따라 A건설사에 대한 과태료 부과 처분을 취소하고 업무대행 업체와 분양사, 지역 주택 조합에 과태료를 재부과한 상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일 확인한 결과 업무대행 업체와 분양사, 지역 주택 조합에 재부과 된 과태료는 단 1차례도 납부되지 않았으며 추후에도 납부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