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건 건립 천년고찰 '나주 흥룡사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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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고려 왕건 건립 천년고찰 '나주 흥룡사터' 찾았다
윤여정 나주문화원부원장 발견||일본인 책자에 위치 도면 찾아||발굴·복원 시급…남북교류 기대
  • 입력 : 2021. 02.24(수) 17:43
  • 박간재 기자

태조 왕건이 혜종의 어머니이자 둘째부인인 장화왕후를 위해 지어줬다는 흥룡사터가 발견됐다. 윤여정 나주문화원 부원장이 사서, 문헌, 현장실사 등 끈질긴 추적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개성과 나주가 함께 학술대회, 발굴 등을 통해 남북공동협력도 기대된다. 이곳에 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불교사를 연구하는 전공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른쪽 고개 막 넘어가면 나주문화원과 나주 시청이 있다. 사진=나주 박송엽 기자

흥룡사 터(아래 묘지 근처)에서 바라본 무등산. 사진=나주 박송엽 기자

1000여년 전 태조 왕건이 나주출신 장화왕후를 위해 지어줬다는 나주 흥룡사 터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계와 지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흥룡사 터가 기록된 책을 단서로 다양한 고증 등을 거쳐 제기된 주장이어서 베일에 가려졌던 '천년고찰'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 흥룡사터 찾기 노력이 수차례 실패했던 만큼, 이번 발견은 고고학사에 기리 남을 '발굴학적 유레카'로 평가될 전망이다.

윤여정(65) 현 나주문화원 부원장은 "영산포 출신 일본인이 쓴 책자에서 흥룡사터가 정확히 표기된 기록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윤 부원장은 나주시청 퇴직공무원이자 향토학연구소장 겸 남도불교문화연구회장으로 활동하며 20여 년간 끈질기게 나주 흥룡사 터를 찾기 위해 노력해 온 인물이다.

흥룡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나주출신 둘째 부인인 장화왕후 오씨를 위해 지어준 절로 알려지고 있다. 장화왕후는 고려 2대 왕인 혜종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동안 흥룡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금성일기 등에만 존재할 뿐 나주시나 학계, 종교계, 나주오씨 종친회 등이 절터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윤 씨의 흥룡사 터 발견 소식은 학계뿐 아니라 지역민에게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이다.

윤 씨는 "일제강점기 영산포에서 태어난 좌굴신삼(사호리 신조오) 씨가 쓴 '영산강하류역의 문화와 광주항일학생사건'에 구체적인 흥룡사터를 표시한 그림이 첨부돼 있다"며 "사진 위치와 삼영동 일대를 대조해봤을 때 흥룡사터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씨가 찾아낸 좌굴신삼 씨의 책에는 △흥룡사는 영산포역 전면 작은 구릉너머에 있다 △그 터에 주택이 있고 12칸의 절이 있었다 △주변에 기와파편 등이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이 책자에 구체적으로 기록된 흥룡사터는 나주 삼영동 산17, 194, 195-1, 195-2, 197, 197-5번지 등 일원이다.

흥룡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또 있다. 1915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철도여행안내' 책자에 흥룡사의 구체적인 위치가 나온다.

조선급만주사출판부에서 발행한 '최신조선지지'에도 '흥룡사는 영산포역 앞 작은 언덕너머에 있다. 고려 태조가 장화왕후 오씨를 위해 건립했다고 기록됐다.

책 기록과 비슷한 주장도 나온다. 나주 내영사 주지 만허 스님은 "윤 씨가 주장하는 그곳을 포함한 삼영동 산15, 산16번지 등 일원까지 모두 흥룡사터였다고 내영사 주지스님이던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자료를 종합해 보면, 흥룡사터였다는 해당 토지는 모두 나란히 인접한 곳으로 나주시 삼영동 197번지 등 일원으로 확인된다.

윤 씨의 노력으로 흥룡사 터 위치가 확인된 만큼, 향후 문화재청, 나주시, 역사 및 고고학계 등의 지원과 본격 발굴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정 나주시문화원 부원장은 "20여 년간 흥룡사터 찾기에 시간을 보냈는데 드디어 찾게 돼 감개무량 하다"며 "고려 2대왕인 혜종의 탯자리로 역사적 가치가 크며 나주시, 전남도, 문화재청 지원은 물론 향후 개성과 나주간 역사·문화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간 소통은 물론 역사를 재조명하고 문화·관광지로서 활용 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흥룡사터에서 바라본 가야산. 기록에는 흥룡사터에서 멀리 가야산이 바라다보였다고 나와 있다. 사진=나주 박송엽 기자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