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넘길 수 없는 2030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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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그냥 넘길 수 없는 2030의 반란
  • 입력 : 2021. 04.13(화) 16:46
  • 홍성장 기자

4·7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흘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예견은 됐지만 여당 참패의 현실은 더 가혹하다. 청와대부터 여당 지도부까지 늦은 반성을 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 중심에 '2030세대'가 있다. 선거 결과를 두고 갖가지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2030세대의 반란'이 주목받는다.

2030세대는 원래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게 통상의 인식이다. 그들은 2003년 강력한 정치적 세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2030세대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진보적인 정치를 지지하는 정치 세력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1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도 2030세대가 주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이별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는 만큼 출구조사를 통해 2030의 표심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출구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택한 20대의 비율은 32.0%에 불과했다. 30대의 비율은 29.7%였다. 4년 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많이 지지한 이들이 30대였다.

이번엔 달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TV 3사가 함께 시행한 출구조사에서 18·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의 55.3%, 30대 유권자 56.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55.8%가 오세훈 후보를 택한 50대 유권자보다 더 높은 비율로 30대가 보수당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20대 남성은 거의 '몰표'다. 72.5%가 국민의당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 40대 남성에서만 여당 지지가 강했고 나머지 모두 야당으로 기울긴 했지만, 결국 민심의 급변을 주도한 게 2030세대의 표심이었다.

보수와 진보라는 기존 정치 문법으로만 설명할 수도 없는 현상이다. 혹자는 '사회적 현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이념적 구분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2030세대를 규정한다. 그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도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비판 의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2016년 촛불과 2020년 총선에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력을 심판했듯 이번에도 똑같이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민주당 세력을 심판했다는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안팎에서 징조가 보였고, 예견된 반란이었다.

'헬조선'을 외쳐온 그들은 4년 전 문재인 정부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줬다. 그런데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취업은 어렵고, 집 한 채 장만은 꿈꿀 수 없는 현실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도 그들에겐 위선으로 느껴질 뿐이다. LH 투기는 이른바 트리거(trigger)가 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나방처럼 '영끌' '빚투'에 뛰어드는 세대다. 그런 그들이기에 더 큰 박탈감을 안겼던 LH사태다.

팽배해진 불만과 불신도 한 연유다. 180여석의 거대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상생과 협치라는 이름으로 좌고우면하는 모습뿐이다. '믿고 맡겨줬건만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가혹한 평가가 이번 보궐선거 결과다. 2030세대는 항상 진보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권력에 대항하는 특성을 더불어민주당은 헤아리지 못한 결과다.

앞으로도 문제다. 2030세대는 앞으로도 '스윙보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2030세대는 앞으로 스윙보터의 성격을 띠면서 정치 판세를 상당히 좌우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들은 우리사회를 이끌 미래세대이기도 하다.

벌써 내년 대선에서 2030 표심의 향방은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듯, 그들은 보수와 진보의 양 갈래로 나뉘던 구세대와 달리 언제든 자신의 요구에 맞는 정당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진영 대 진영'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것 대 낡은 것',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사회다. 그만큼 달라진 인식 변화를 이해하고, 동시에 적극적이고 투명한 소통이 중요해진 요즘이다. 명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원인 분석 그리고 변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문제는 진정성 있는 실천이다.

그런데 여전히 신뢰가 생기질 않는다. '친문'과 '반문'이라는 진영으로 갈라지며 또다시 볼썽사나운 권력 나눠 먹기로 비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반성은 입과 글이 아닌 마음으로 새기며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광주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낸 논평이다. 음주운전 사실을 숨긴 채 의정활동을 해 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광주시의원을 향한 목소리다.

'우리는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을 잘 알고 있다. 촛불 염원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는 실종되고, 기득권이 되어버린 집권세력의 무능과 오만, 위선 때문이었다. 집권세력이 보인 내로남불의 위선, 내 집 마련의 소중한 꿈을 사라져 버리게 만든 분노는 내년 대선까지도 위태롭게 만들었다. 잘못을 숨기고,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광주시민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광주도 별반 다르지 않는, 실망스런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신 차려야 한다. 무섭게 타올랐던 촛불이 꺼져가고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18석의 의석을 전부 몰아 준 광주와 전남도 영원한 더불어민주당의 편은 아니다. 차갑게 돌아섰던 2016년 총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