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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두 번째 기록-무인화 시스템과 해양 관측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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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두 번째 기록-무인화 시스템과 해양 관측의 미래'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게재 2021-04-21 14:28:07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센서 기술 등의 첨단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 무인화 시스템 분야가 각광 받고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 및 생산 이슈는 전 세계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드론(drone)을 이용한 물품 배달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심 간의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드론 택시 또는 자율 비행 택시 등도 조만간 우리 곁에 등장할 태세다.

최근 AUV(Automatic Underwater Vehicle), 일명 무인잠수정을 이용한 남극 스웨이츠 빙하 하부 해양 탐사 결과가 저명한 과학 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되었다. 서남극에 위치하고 있는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의 수도꼭지' 혹은 '운명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불리는 곳으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매우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 중 하나다. 이곳은 그간 빙하 주변에 존재하는 두꺼운 얼음들로 인해 선박의 접근이 어려워 그동안 현장 탐사 및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못하였던 곳이기에 무인잠수정의 탐사 결과는 더욱 의미가 있다. 이처럼 해양 분야에서도 무인화 관측 바람이 불고 있다.

초기에 이뤄진 해양 관측은 온도계(정확히는 전도 온도계)를 사람의 손으로 해양에 투입하여 특정 수심의 수온을 측정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다. 게다가 이러한 관측 방식은 연구자들이 타고 있던 선박의 성능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선박이 도달하지 못하는 해역(대륙으로부터 먼 외해, 파랑이 심한 해역 등)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해 연구가 가능한 해역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셀 수 없이 많은 첨단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대양 관측을 위한 관측선, 극지 해역 관측을 위한 쇄빙선 등이 건조되고, 사람의 손과 온도계가 아닌 기계와 센서의 힘을 빌려 해양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해양 관측이 과거보다 활발히 진행되었고 해양 연구 분야도 큰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필자도 2011년부터 코로나 시국 이전까지 동해 및 남극해에서 수행된 총 14번의 해양 관측에 참여했고 기계와 센서의 힘을 빌려 해양을 관측할 수 있었다. 관측선에 설치된 수 톤(ton)의 크레인을 이용해 주로 CTD(Conductivity-Temperature-Depth) 장비와 ADCP(Acoustic Doppler Current Meter) 장비 등을 해양으로 투입하는 형태로 관측을 수행했고 이렇게 얻은 귀중한 자료들 덕분에 동해 및 남극해 물성 순환에 대한 이해도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참고로, CTD는 바다의 수온, 염분, 용존산소, 수심 등을 측정하는 장비, ADCP는 해류(海流)를 측정하는 장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제 무인화의 바람을 타고 한 번 더 해양 관측의 트렌드가 전환의 과정을 겪고 있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던 관측 방식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해양 관측의 표준 모형이 되었고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AUV, 무인 글라이더(Ocean Glider),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 등의 무인 관측 장비들이 접근 불가능했던 해역, 새로운 현상에 대한 탐사 및 연구 진행에 필수 관측 요소로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관측 해양학자들도 해양 모델러들처럼 관측선 위가 아닌 컴퓨터 앞에서 무인 관측 장비들을 이용한 관측을 설계, 수행하고 해당 장비들이 보내주는 자료 분석에 더 치중하게 되지 않을까?

무인화로 인해 해양 관측자의 역할이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해양 분야에서만큼은 무인 장비들이 얻어내는 엄청난 양의 자료들 덕분에 관측 해양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측 해양학자들은 물론 해양학을 공부하는 후속 세대들도 무인 관측 장비들이 본질적으로 해양 관측의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함을 알고, 무인화 관측 시스템을 이용해 어떤 해역에서 어떤 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것인지에 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도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무인화 관측 시스템 기반의 해양 관측 설계' 강의를 개설해 보고자 한다.

*전도 온도계란=해양이나 호소(湖沼)의 온도를 재는 특수한 온도계. 목적하는 수심까지 내리고 전도시켜서 수은주를 절단하여, 물 위로 끌어올린 뒤에도 그 온도를 나타내도록 한 온도계(출처-Oxford Langu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