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 수 없는 '혼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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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길 수 없는 '혼자의 시대'
김은지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1. 04.27(화) 16:05
  • 김은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1인분이요" 주문을 할 때 괜히 주인과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고, 영화표 1장을 예매할 때 구석자리로 예매하던 때를 기억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고, 식당, 영화관 심지어는 여행사에서도 '혼자'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바꾼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마저 홀로서기에 나서게 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 없이 나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광주지역 영세 자영업자는 10만8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약 8000명 증가했다.

장사가 안되니 기존 직원을 내보내거나, 직원이 필요 없는 소규모 자영업 창업만 늘고 있는 셈이다.

광주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34)씨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처럼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두 명씩 쓰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 매출이 크게 줄어 인건비라도 아껴볼까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며 "혼자서 일해도 손님이 줄어 적자만 겨우 면하고 있는 수준이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중이지만 이렇게 가게를 운영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때도 있다"고 푸념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거나, 개인 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씨와 같이 혼자를 자처하고 나선 자영업자가 늘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던 취업준비생들의 얼굴에도 그늘이 찾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2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모(26)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채용도 줄어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긴데, 다니던 아르바이트까지 잘리고 나니 막막하다"며 "구인구직 앱을 매일 들여다보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요즘 취업포기자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백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앞으로도 자영업자의 경영 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나 홀로'라도 가게를 지키고 있는 자영업자들이지만, 사태가 더 지속된다면 폐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홀로 먹고, 홀로 마시며 '혼자'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 '혼자의 시대'라지만, '나 홀로 사장님'은 그 어떤 것도 즐길 수가 없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