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우려조합 지정 해제…투명경영으로 보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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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산림조합
"부실우려조합 지정 해제…투명경영으로 보답할 것"
지속가능한 농어촌 만든다 - 화순 천운농협 김준호 조합장||2015~2018 80억 대출피해 ||지난해 TF팀 구성 정상화 ||4월29일 적기 시정 조치||각종 사안 투명공개 ‘신뢰’||
  • 입력 : 2021. 05.10(월) 10:04
  • 화순=김선종 기자

화순 사평 천운농협이 지난 2019~2020년 어려움에 처한 농협을 살리기 위해 앞장서 온 덕택에 지난 4월 말 부실우려조합 지정에서 해제되는 기쁨을 맛봤다. 다시는 조직내 어려움을 없애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준호 천운농협 조합장이 농협 인근 벼자동화 육묘장을 찾아 1주일 된 모판의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김준호 천운농협 조합장이 생육이 잘 되고 있는 모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1년 새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천운을 타고난 덕택입니다."

김준호(55) 화순 사평 천운농협 조합장이 조합장실에 앉자마자 들려준 첫마디다.

천운농협은 지난 4월29일 '농업협동조합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적기시정조치 및 부실우려조합 지정에서 마침내 해제됐다. 무난히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김 조합장과 직원들이 처음부터 조합원들에게 조사받은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 덕택이다.

천운농협은 간부 직원이 지난 2015~2018년까지 조합 몰래 80억여 원의 대출을 받아 빼돌린 사건으로 홍역을 치뤘다. 부끄러운 흑역사로 기록됐다. 천운농협 이사로 있던 김 조합장은 부랴부랴 치러진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됐다. 23명의 직원과 1000억원대 총자산, 자기자본비율 5% 이상을 보유한 천운농협의 기수인 김 조합장에게 그간의 어려움과 향후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2005년 동면+남면농협 합병 '천운농협' 출범

지난 2년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했다. 천운농협은 한때 여름철 수많은 피서객이 찾던 화순 사평 유원지 앞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19일, 남면농협과 동면농협이 합병해 탄생한 조합이다. 화순 동면에는 지난 1980년대 지역경제를 책임졌던 화순탄광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엔 '마을의 개들도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호황을 이뤘던 지역이다. 석탄산업이 석유산업에 밀리자 화순탄광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고 이젠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광산촌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쇠락하자 취약한 영농기반마저 무너져 조합원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됐다.

●내부직원 80억여 원 횡령 '아찔'

무난히 살림을 꾸려오던 천운농협에 지난 2019년 또 한 번의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쳤다.

간부직원의 불법대출로 80억여 원의 연체금이 발생했다. 2015년~2018년까지 실행된 대출 중 2020년 상반기 부실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급기야 6월17일 중앙회로부터 적기시정조치농협으로 지정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해 12월31일까지 감독기관의 이행요구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강제합병 등 제제조치가 취해질 판이었다. 제재조치의 피해는 천운농협 1700명의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는 최악의 순간에 직면했다.

이같은 소식은 순식간에 조합원들에게 퍼졌다. 자칫 합병될지도 모른다는 직원들의 위기의식과 조합원들의 피해의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부랴부랴 지난해 5월 조합감사위원회의 고강도 감사와 경찰의 대출관련 수사에 따라 해당 간부 직원들을 징계해직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수렁에서 헤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경영상황 역시 악화일로를 달렸다.

●김 조합장, 투명공개 결단 위기 돌파

김 조합장은 조합의 존립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결단의 칼을 빼들었다.

전남지역본부(본부장 박서홍)와 채권관리 TF팀(단장 최평강·송상기 팀장 고현곤·반장 박웅성 등 9인)을 꾸렸다.

부실대출을 정화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직접 진두지휘했다.

조합원들의 협조도 한몫했다. 김 조합장의 부정대출 관련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조합원들의 인출사태나 항의시위는 나오지 않았다. 직원들은 급여를 절반씩이나 반납하면서 힘을 모았으며, 동면 이장 33명은 매월 12만원씩 받는 영농수당까지 반납해 조합 살리기에 협력했다.

조합직원들과 조합원들이 혼연일체로 움직인 결과, 드디어 지난 달 말 부실우려조합 지정에서 해제되는 기쁨을 맛봤다.

단기간 내 부실우려에서 해제된 데는 김 조합장의 탁월한 용병술과 리더십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내 여론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축전을 받았으며 전국 농협 관계자들로부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전화가 쇄도했다.

김 조합장은 앞으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구조개선을 견실히 해 경영 정상화에 나설 방침이다. 농가 소득증대와 교육지원사업, 복지정책 및 교육, 청년농업인육성 등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김준호 조합장은 "지역민의 동요와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조합원과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된 덕택에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며 "경영 개선을 통해 규모는 작지만 강한 농협으로 발전하도록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화순 사평 천운농협 TF팀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천운농협 제공

화순=김선종 기자 sj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