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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허송세월… 광주 광천동 재개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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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허송세월… 광주 광천동 재개발 어디로 가나

현 시공사 해지 놓고 의견 분분
"최고급 아파트vs투기성 우려"
상권 죽고 발길 뚝 원주민 원성

게재 2021-05-11 18:42:50
광천동 재개발 사업이 15년 째 표류중인 가운데 광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현수막과 비상대책위원회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광천동 재개발 사업이 15년 째 표류중인 가운데 광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현수막과 비상대책위원회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광주에서 최대규모로 추진되는 '광천동 재개발 사업'이 혼돈상태에 빠졌다.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 해지를 주장하는 등 사업 초기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15년째 재개발에 발목잡힌 원주민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 15년인데 시공사 해지… 왜

11일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 위더스에서 지난 2012년 시공자로 선정한 프리미엄사업단(대림건설·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금호건설)과의 계약해지 등을 주요 안건으로 내건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6년도에 시작해 추진 15년을 보내며 장기표류하고 있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현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해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하이엔드(High-end)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다. 하이엔드 아파트란 소득 상위층을 타겟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서울에 위치한 '아크로', '한남더힐' 등의 아파트가 이에 속한다.

광천동재개발조합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지역에서도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고급 아파트를 지어야 광주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됐다"며 "기존에 있는 시공사가 4개의 업체이다 보니 단일화된 고급 브랜드로 아파트를 짓기가 어려워 시공사를 교체하는 것이 낫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대하는 비대위측은 하이엔드 아파트 설립은 투기성이 짙다며 현 조합장 해임을 주장하는 등 맞불을 놨다.

광천동재개발비대위 관계자는 "광주시내에서 최근 소위 꾼들이 몰려다니며 투기를 하는데 광천동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이엔드 아파트를 짓고 분양가격을 올려놓은 뒤 팔고 나가려는 심산 아니냐"며 "현재 시공사도 브랜드 아파트를 갖고 있는 괜찮은 시공사들인데 하이엔드 아파트를 설립하기 위해 현 시공사를 해지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이주를 원하는 원주민들에게 불확실한 리스크를 안겨주는 셈"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면서 "광주에 하이엔드 아파트가 없는 이유는 적당한 분양가가 형성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며 "광주내 강남, 해운대 아파트가 목표라고 하는데 준공된다 하더라도 텅텅 비어 있으면 막심한 손해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 광천동 재개발 쟁점은

현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다양한 쟁점이 제기된다. 먼저 현 조합원 내부에서 조합원들이 하이엔드 아파트 설립을 찬성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광천동 재개발 조합이 지난 3월 시행한 '시공사 본계약 진행 관련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분양대상자수(2277명) 중 하이엔드 아파트를 찬성하는 조합원 수는 892명(39%), 현 시공사와 본계약을 진행해야 한다고 응답한 조합원 수는 600명(26%), 응답하지 않은 미제출자수는 785명(34.5%)이다.

찬성한 조합원 수가 39%로 그렇지 않은 조합원 보다 많지만, 응답하지 않은 조합원 수가 34%에 달해 조합원 내에서도 하이엔드 아파트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쟁점은 광주내 하이엔드 아파트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물음이다. 현재 조합 집행부 측은 "33평 기준(조합원) 분양가가 3000만원~4000만원 정도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광천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지역 하이엔드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와 비교해, 1평당 2배이상 가격차이가 난다. 광주의 경우 확언할 수 없지만 분양가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 이웃 떠난 원주민 '허송세월'

광천동 재개발 정비사업 바람이 불며 원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돼 현재 광천동 일대엔 적막감이 감돈다. 주요 도로를 제외하고 인적이 끊겨 상인들의 시름도 깊다. 현재 조합에선 약 40%의 원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광천동에서 47년 간 거주하고 있는 박(70·여)모씨는 "주변에 백화점, 대형마트가 생기고 이 근처에는 인적이 뚝 끊겼다. 상권도 죽어가고 재개발 추진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원주민들도 거의 이사를 갔다"며 "그런데 지금은 남아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잠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15년째 기다리고만 있다"고 했다.

현 조합의 발전방향에 공감하는 시민들도 많다.

광천동에서 30년을 거주한 김(60)모씨는 "현 조합장의 임기가 5개월밖에 안됐다. 하이엔드 아파트에 대한 설문조사도 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현재 광주 내부에서 아파트가 너무 많이 지어지고 있다. 몇 년 더 기다리더라도 차라리 더 좋은 아파트가 광천동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천동 재개발 정비사업은 광주·전남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이다. 광천동 670번지 일원에 구역 면적 42만6380㎡, 약 5000가구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