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기 사망' 노동자 사업주 1년만에 이례적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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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파쇄기 사망' 노동자 사업주 1년만에 이례적 법정구속
광주지법, 사업주 징역 1년 법정구속||영세 사업장 산재 사망 사건에 경종||유족, '형량 낮다'… 검찰 항소 예정
  • 입력 : 2021. 05.30(일) 15:23
  • 양가람 기자
법원 마크
지난해 5월 22일 청년장애인 노동자 김재순 씨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사건 발생 1년 만에 사업주를 법정구속했다.

산재 사망 사건에서 법정구속은 이례적인 만큼 사업장의 안전 사고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주는 판결이라는 평이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 박 모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해당 업체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고 김재순 씨는 지난해 5월 22일 광주 하남산단의 한 목재공장에서 파쇄기에 끼인 폐기물을 제거하던 중 미끄러져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같은 해 6월 고위험 작업에 지적장애인인 김 씨를 단독 작업하게 한 것을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상정지 리모컨과 덮개 등 안전장치가 없었던 점 등도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씨는 '고인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진상조사단 측이 확보한 지난해 5월15일부터 사고 당일인 22일까지의 영상을 살펴보면, 고인은 사수의 지휘 아래 매일 파쇄기를 가동하고 정리했다. 홀로 파쇄기에 올라 폐기물 걸림 제거 작업을 계속하는 모습도 CCTV에 담겼다.

재판부는 사업주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영세 사업장이라 해도 작업환경이 매우 위험하고,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피해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면서도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 사고 발생에 직접적 원인이 된 일부 안전조치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했다.

6년 전에도 해당 사업장에서 같은 일어난 점도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2014년에도 목재 파쇄기 컨베이어 벨트에서 노동자가 압박사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더욱이 기소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항목에는 이전 사고가 원인이 됐다고 보이는 안전조치 항목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 씨가 유족과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자 아버지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업주가 범행을 반성하는 점, 피해자 부모에게 각 2500만 원씩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다.

사업주의 법정구속을 촉구해 온 유족 측은 이번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 씨 아버지 김선양 씨는 "재판부가 또 다른 재순이를 막기 위해 법정구속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오산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이번 법정구속을 계기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사업주들이 사업장 안전 점검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검찰 구형에 비해 형량이 낮다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결심공판에서 박 씨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