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광주천의 기억 박물관에서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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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잃어버린 광주천의 기억 박물관에서 찾아볼까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기획전시회 '광주천 : 대추여울의 시간'||8월29일까지 광주천의 역사 및 생활사 관련 자료 80여 점 선봬
  • 입력 : 2021. 07.01(목) 16:39
  • 박상지 기자

광주공원에서 굽어본 1910년대 광주천. 광주역사민속박물관

40~50년 전만해도 광주천은 물이 맑고 풍부했다. 시민들은 천에서 고기를 잡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거나 목욕을 했다.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옆에서 어머니들은 빨래를 가지고 와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며 하얀옷을 만들어냈다. 광주천은 주부들 사이에서 대중적인 빨래터였던 까닭에 이곳에 드럼통을 걸어놓고 옷감을 삶아주고 돈을 받는 영업이 성행하기도 했다. 광주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이었던 광주천이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직강화 공사로 인한 공장들이 천 주변에 들어서게 되면서부터였다. 공장에서 쏟아낸 폐수들이 광주천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광주천에서는 빨래도, 물놀이도 할 수 없는 오염된 천이 됐고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차 지워져갔다.

광주의 모태인 광주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이를 통해 광주다운 삶의 근원을 더듬어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오는 8월29일까지 기획전시 '광주천 : 대추여울(棗灘)의 시간'을 선보인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광주천의 역사 및 관련 생활사 자료 80여 점을 선보인다. 제1부 '광주천의 기억'에서는 광주천의 공간들이 어떠한 모습들로 기억되는지 그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하나의 광주천으로 스케치해본다. 조선시대 광주천 상류 인근에서 능주로 유배를 갔던 조광조의 일화, 일제강점기 광주 최초 여성운동회가 열렸던 광주천의 묵은 바탕, 3·1운동의 진원지였던 현재 부동교 근처의 작은 장터 등의 이야기를 한 데 모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제2부 '광주천의 역사'는 도시 형성의 토대가 된 광주천의 역사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변화하는 광주천의 모습을 다룬다. 광주천은 광주읍성의 입지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광주천에서 끌어온 물로 방어용 수로(해자)를 채우고 그 물을 돌려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시회에 나온 '증보문헌비고', '여유당전서' 등의 문헌자료를 통해 그 면모를 확인해 볼 수 있다. 1920년 중반 하천 직강화 공사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는 천변 풍경도 담았다. 광주천 주변으로 무질서하게 늘어선 판자촌과 1960년대 후반부터 복개 사업으로 지금은 사라진 광주천의 실개천들도 다양한 실물 자료를 통해 살필 예정이다.

제3부 '광주천, 물줄기를 따라서'는 광주천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구간을 거닐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용추계곡에서 발원한 광주천의 맑고 깨끗한 영상을 대형으로 제작했고, 광주천의 물결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전시장 한 가운데로 길게 설치했다. 더불어 옛 흙다리였던 노지다리를 재현해, 사진으로만 남은 광주천의 다리들을 눈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발산마을에서 임동방직공장을 이어주던 뽕뽕다리도 새롭게 구성해 1960년대 광주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광주사람들이 사랑해마지 않았던 아름다운 유림숲도 함께 거닐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제4부 '광주천의 오늘과 내일'에서는 오늘의 광주천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현재 급격한 수질 악화를 비롯한 여러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있는 광주천의 모습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광주사람들에게 광주천이 홀대를 받는 공간이 아닌지를 다시금 되짚어본다. 이에 더해 광주천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기기를 이용해 그려보고 전시장에 설치된 화면으로 전송해 확인하는 체험코너도 마련했다.

구종천 광주역사민속박물관장은 "광주천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 삶에 다시 들어와 새롭게 일렁이는 광주천의 미래를 함께 그려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