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휴관한 의재미술관 '사람향' 담은 전시로 재개관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미술
1년간 휴관한 의재미술관 '사람향' 담은 전시로 재개관전
 2일부터 기획전시 '문향-인연의 향기를 듣다'전||허백련 쌍낙관 작 비롯 의재 산수화 등 희귀작 34점 선봬
  • 입력 : 2021. 08.31(화) 16:20
  • 박상지 기자

1년여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새 전시를 선보이는 의재미술관 전경. 의재미술관 제공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의재미술관이 1년여에 걸친 시설 개선공사를 마치고 개관 첫 전시를 연다. 오랜 기간 휴관을 거친 후 준비한 첫 전시는 이웃간 정을 나눌 수 없는 팬데믹 상황을 고려, 사람과 사람사이 깊은 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로 마련했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의재미술관의 기획전시는 '문향聞香-인연의 향기를 듣다'이다. 2일부터 오는 11월2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됐다. 제1, 제2 전시실에서 열리는 제1부는 의재 허백련이 특별한 의미를 담아 누군가에게 그려준 그림과 글씨, 흔히 말하는 쌍낙관을 한 서화 작품이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시기적으로는 의재 나이 32세 때인 1922년 작품에서부터 1973년 부산의 서예가 청남 오재봉에게 그려준 '산수화'까지 총 34점이다. 산수화, 사군자, 화조화, 글씨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시기별 작품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의재가 서화를 준 사람들은 가장 가까이로는 손자로부터 지금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들도 있고, 동아일보나 전남대학교 같은 공공기관에 보낸 작품도 있다. 근원 구철우, 춘헌 허규, 계산 장찬홍, 숙아 최영자, 동작 김춘 등 연진회와 연진미술원으로 이어진 제자들에게는 호를 써주기도 하고 평생 간직할 명구들을 써주기도 하였다. 하나하나 귀한 사연이 깃든 의미 있는 작품들이다.

1922년 집안 어른인 허찬 선생의 회갑연에서 그린 산수화는 그의 초기 그림일 뿐 아니라 서예가 해강 김규진과 무정 정만조를 비롯한 석재 서병오, 고하 송진우, 인촌 김성수, 2·8독립선언의 주역 백관수, 서예가 소전 손재형, 송곡 안장호, 미산 허형, 소정 변관식, 허건 등의 작품과 함께 화첩으로 꾸며져 있다. 매우 귀한 작품으로 일민미술관 소장품이다.

1932년 화가로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1932년에 그려준 산수화는 작지만 빼어난 작품이다. 연진회를 창립하던 1938년 연진회 창립회원인 근원 구철우에게 그려준 '계산소우'는 당시의 귀한 청록산수화이다. 이외에도 친한 친구이자 의재 그림을 도맡아 표구해주었던 완벽당 화랑의 주인 영사 최원택에게 준 팔폭 글씨병풍이나 20미터에 가까운 두루마리에 각 체로 쓴 서예작품 등은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와 함께 의재 서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전시의 제2부는 제4전시실에서 열리는 '지운(遲耘)김철수(金綴洙) 서예전'이다. 지운 김철수(1893~1986)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였다. 그는 1947년 정계 은퇴 후 고향 부안에 손수 흙집을 짓고 꽃과 나무를 벗하며 살았다. 이때부터 김철수는 의재 허백련, 오지호 등 지역의 예술인들과 교류했다. '지운遲耘'이라는 호도 '늦게나마 고향에 내려와 다시 밭갈이를 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의재가 지어준 것이다. 교통이 편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지운은 부안에서 광주 무등산을 수시로 찾아왔고, 그의 손에는 늘 희귀한 꽃나무가 들려 있었다. 지금도 춘설헌에서는 그가 가져 온 매화, 영산홍 등이 매철 피고진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지운 김철수의 서예작품은 대부분 직헌 허달재가 지운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1977년 의재 사후에도 지운은 의재의 장손자인 직헌 허달재를 자주 찾아 마치 친손자를 대하듯 했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써줬다고 한다. 지운의 서예는 오늘날 우리가 보아도 가슴에 새길만한 내용들로 되어 있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의재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로 내왕도 어렵고 만나 손을 맞잡을 수도 없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시작된다"며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지는 시기인만큼 누군가와 정을 나눈 작품들을 감상하며 위로를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2일부터 선보이는 의재미술관의 기획전시 '문향-인연의 향기를 듣다'에 전시되는 작품들. 의재미술관 제공

2일부터 선보이는 의재미술관의 기획전시 '문향-인연의 향기를 듣다'에 전시되는 작품들. 의재미술관 제공

2일부터 선보이는 의재미술관의 기획전시 '문향-인연의 향기를 듣다'에 전시되는 작품들. 의재미술관 제공

2일부터 선보이는 의재미술관의 기획전시 '문향-인연의 향기를 듣다'에 전시되는 작품들. 의재미술관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